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대협회)가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조건으로 제시한 부분부터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기대보다는 우려가 많은 상황이다.
실제 의료계 두단체가 제시한 ‘의대생 자율 휴학 허용’에 대해 교육부는 ‘내년 복귀를 전제로 한 조건부 승인’을 고수하며, 양측 입장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의대협회 “10월말까지 자율휴학 허용” vs 교육부 “조건부승인”
▲‘의대생 자율 휴학 허용’ 두고 평행선
‘의대생 자율 휴학 허용’을 두고도 양측의 입장차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KAMC는 대학별로 취합 중인 교수 의견 조사가 끝나면 이를 바탕으로 서울대를 제외한 39개 대학 총장에게 ‘10월 31일까지 조건 없는 휴학을 자율적으로 승인해달라’는 공문을 발송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의료계 두 단체의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가 현재의 의정 갈등을 극복하고, 의료 개혁이 한 걸음 더 진전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동맹휴학은 정당한 휴학 사유가 아니며 2025학년도 학생 복귀를 전제로 한 휴학 승인 방침에 대해서는 동일한 입장이다.”라며,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의 조정은 법령상, 사실상 불가능하다.”라고 밝혔다.
다만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4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회 고민정(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를 결정하면서 의대생의 휴학을 승인해달라고 요구한 데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의대생 자율적 휴학 승인‘에 대해 명확한 답 대신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겠다.”라고 답했다.
’소통만 하겠다고 하고, 무엇을 하겠다는 건 없다‘는 지적에 “국감이 끝나면 내일이라도 당장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최선을 다해보겠다.”라고 말했다.
▲의평원 두고도 입장차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과 관련된 입장차도 이어지고 있다.
의료계 두 단체는 의평원의 독립성·자율성 확보를 주장하고 있지만 교육부는 의평원의 책무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는 학사 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는 의대의 경우 의평원이 불인증 하기 전에 1년 이상의 보완 기간을 주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방안을 입법 예고했다.
의평원의 독립성·자율성 확보에 대해 이 부총리는 지난 24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소중한 소통의 기회니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면서 대화를 시작하겠다.”라고 말했다.
최근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대협회)가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의 물꼬를 텄지만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하는 가운데 실질적인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많은 상황이다.
◆조규홍 복지부장관 “법령·학칙 따라, 의견을 잘 듣겠다”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의사단체들의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조건에 대해 지난 23일 개최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법령과 학칙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 휴학은 ‘동맹 휴학’으로 법령과 학칙에서 정한 정당한 휴학 사유가 아니라는 교육부 입장에 동의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2025학년도 정원에 대해서는 “입장 변화가 없다. 의견을 잘 듣겠다.”라고 답했다.
의료 대란이 올해 안에 종식될 가능성이 있겠냐는 질문에 조 장관은 “여야의정 협의체가 가동되면 좀 더 빨리 해소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연내에 해소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답했다.
전공의 복귀에 대해서는 “플랜B'(대안)도 있지만, 전공의들이 복귀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제일 시급하고, 조기 복귀를 위해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의료민영화를 시도한다는 지적과 관련해 조 장관은 “의료민영화는 생각하고 있지도 않고 계획도 없다. 건강보험과 관련해서는 당연지정제를 유지할 것이고, 지속 가능성을 높이겠다.”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의료 공백에 따른 환자 피해를 보상해줘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조 장관은 “의료 공백으로 고통받은 환자와 가족분들께 송구하다. 사안별로 원인을 따져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있으면 하겠고, (보상 필요성은) 한 번 검토해보도록 하겠다.”라고 답했다.
◆서울대 감사 연장…질타 이어져
지난 24일 진행된 국감에서는 교육부가 의대생의 휴학을 대거 승인한 서울대학교 대상 감사를 연장한 데 대한 질타도 쏟아졌다.
서울대는 지난 9월 30일 의대생 약 780명의 1학기 휴학 신청을 일괄 승인했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 2일 직원 12명을 투입해 감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서울대 감사 기한을 기존 11일에서 21일까지로 더 연장했다.
김영호(더불어민주당) 교육위원장은 이 부총리에게 “서울대에 대한 감사를 철회하라고 했는데 교육부가 감사 기간을 오히려 늘렸다. 은근히 (국회를) 무시하는 것 아니냐.”라고 따져 물었다.
실제 김영호 위원장은 지난 8일 국정감사에서 의대생의 복귀 독려를 위해 “서울대 의대 감사를 철회하는 것이 교육부의 바람직한 역할 아니겠느냐.”라고 질의했고, 이 부총리도 철회 가능성을 포함해 서울대와 대화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부총리는 “추가 확인 사항이 있어 최소한의 인원인 세 명만 남겼었다. 지금은 감사 인원이 다 철수됐다.”라고 설명했다.
(사진 : 발언하는 이주호 교육부 장관,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국회 강경숙(조국혁신당) 의원은 “교육부가 의대생들의 복귀를 위해 여러 정책을 제시했지만 의대생들은 거의 돌아오지 않은 만큼 모든 정책이 사실상 실패한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부총리는 “꾸준히 노력했음에도 의대생들이 돌아오지 않아 안타까운 상황이다. 최근 여야의정 협의체에 의대협회가 참여해 대화와 소통이 시작되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더욱더 열린 마음으로 저희가 먼저 손을 내밀고, 의대생들이 꼭 좀 돌아오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답했다.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 “2025년 의대 증원 철회 우선”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6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비공개 회동에서 “2025년 의대정원 증원 백지화 입장에 변화가 없다.”라고 조승래 더불어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서면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표 역시 2025년 의대 정원과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조 수석대변인은 전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두 사람은 앞으로도 의료대란 해법을 마련하기 위한 소통을 이어가기로 뜻을 모았다.”라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회동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당 대표와 현 사태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의료 문제 전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더불어민주당과 앞으로도 종종 소통할 예정이다.”라며, “전공의 처우 개선과 업무 개시 명령 폐지 등 사직한 전공의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얼마나 단호한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문제가 벌어질지 전했다. 내년 봄에도 전공의들과 학생들은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7,500명 교육은 불가능하다. 2025년 증원부터 철회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번 비공개 회동에는 민주당 박주민 의료대란대책특위 위원장과 강청희 당 보건의료특위 위원장도 배석했다
◆이주호 부총리, 학부모들과 의대 증원·지역인재 확대 논의
한편 이 부총리는 지난 25일 서울 영등포구 TP타워에서 ‘의대 정원 증원 및 의학교육 주요 정책’을 주제로 학부모와 함께 ‘제51차 함께 차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차담회에서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 지역·필수 의료 인력 양성을 위한 지역인재 전형 확대, 의학교육 여건 개선과 의대 학사 내실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 부총리는 “정부의 의료 개혁 정책을 지켜봐 주시고, 학부모님들께서 정부의 의료 개혁을 지지해주시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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