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지난 8월 한 국립병원에서 수련의가 성폭행당한 뒤 살해된 사건으로 의사 파업까지 이어졌던 인도에서 수련의들이 다시 한번 집단 파업에 나섰다.
3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인디아 등에 따르면 인도 최대 도시 중 한 곳인 동부 서벵골주 콜카타에서 수련의들은 지난 1일 밤부터 '전면 업무 중단'을 선언하고 의사 가운을 벗었다.
이어 수련의 수천 명은 전날 콜카타 도심에 모여 주정부를 향해 병원 내 폐쇄회로(CC)TV 설치와 보안 요원 채용, 보안 조치 강화, 의료진 확대 등의 약속을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여성권 운동 단체 등 의사들의 요구를 지지하는 수십 개의 시민 단체들도 시위에 참여해 여성에 대한 폭력 근절을 요구했다.
집회를 주도한 서벵골수련의연합(WBJDF)은 오는 9일부터 열리는 콜카타 최대 축제 '두르가 푸자'를 겨냥해 "두르가 여신을 기리는 축제는 악에 대한 선의 승리를 상징한다. 올해는 시위의 축제가 될 것"이라며 당분간 시위를 계속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두르가 푸자는 힌두교 여전사 두르가를 기리는 축제다.
서벵골주 의사들이 대규모 시위와 집단 파업에 나선 것은 지난 8월에 벌어진 수련의 살해 사건 때문이다.
콜카타 소재 국립병원에서 근무하던 한 여성 수련의는 지난 8월 9일 저녁 식사 후 휴식을 위해 병원 내 세미나실에 들렀다가 성폭행당한 뒤 살해됐다.
경찰은 병원 직원 한 명을 용의자로 체포했지만, 유가족은 집단 성폭행 가능성을 제기했다.
현지 언론은 이번 사건이 2012년 12월 수도 뉴델리 시내버스에서 발생한 집단 성폭행 및 살해사건을 떠올리게 한다며 당시 사건 이후 형법이 강화됐지만 인도 여성들은 계속해서 고통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동료 수련의들은 제대로 된 수사가 필요하다며 항의 시위를 시작했고, 주정부에 CCTV 설치 등 의사들의 안전을 위한 병원 보안을 강화해 달라며 집단 파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수련의들은 지난달 서벵골주에서 큰 홍수가 발생하자 업무에 복귀했다. 주정부도 이들 요구를 들어주기로 했다.
그러나 CCTV 설치는 더디게 진행됐고 그사이 한 대학 병원에서 치료 중 사망한 환자 가족들이 담당 의사를 집단 폭행하는 사건이 터지면서 의사들이 다시 병원을 떠나게 됐다.
WBJDF 측은 정부 약속에 따라 업무를 재개했음에도 이행된 것이 전혀 없다며 "우리는 모든 약속이 이행돼야 업무를 재개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주정부가 약속 이행에 적극적인 접근을 바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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