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회장 김동욱, 이하 의사회)가 최근 세상을 떠난 젊은 교사의 극단적 선택 사건과 관련하여 ‘마음이 건강한 학교 문화’를 위한 5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심리적 지원 체계 마련 시급
우선 소중한 아이들을 다루는 일은 보람되지만, 그만큼 스트레스가 심하다.
학생과 학부모를 대하면서 행정 업무까지 도맡는 상황, 학교와 구성원 조직의 분위기나 특수한 문화에서 비롯되는 정신건강 관리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특수한 상황에서 고충을 상담할 수 있고 심리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의사회는 “선생님들이 행복해야 아이들이 행복한 것은 분명하다. 모든 관계에서 한쪽의 과도한 희생으로 간신히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면, 장기적으로는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결국 상처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근무 외 시간 권리 보장 필요
교사도 근로자처럼 노동과 휴식이 분리되어, 근무 외 시간에는 업무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는 것이 건강한 정신을 지키는 데 필요하다.
의사회는 “내 아이만 소중하고, 내 아이와 관련된 일이라며 아무 때나 연락하고 응답받아야 한다는 일부 학부모의 인식은 지금이라도 사라져야 한다”고 밝혔다.
◆교사들 피해에 대한 제도적 장치 필요
수년간 학교의 문화는 급격하게 바뀌면서, 오히려 교사들이 피해자가 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제도적인 장치를 대비하지 못했다. 학생들의 인권만 중시하면서 교사의 권리는 앗아가고, 의무만 지우는 것이 지속된다면, 교육 자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이상적인 사랑과 교육, 교사에게 강요하는 것은 문제
부모도 교사도 완벽할 수는 없다.
부모들은 자녀 양육의 불완전함에서 불쑥 찾아오는 자신의 불안을 교사에게 전가하지 않아야 한다.
의사회는 “가정에서도 실천하기 어려운 이상적인 사랑과 교육을 교사에게 강요하는 것은 결국 아들의 무절제와 방종을 낳고, 이렇게 이기적이고 정신적으로 미성숙하게 자란 자녀들은 결국 부모에게 족쇄로 돌아올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서로를 보듬고 비극을 이겨내는 것” 중요
이런 사건이 발생했을 때, 특정 집단 전체를 피해자 또는 가해자로 일반화하는 것은 더 큰 상처를 낳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 학부모들이 문제라는 식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2차 가해가 된다.
젊은 생명을 앗아간 원인에 대해 필요한 진상조사 역시 고인과 유가족 뿐만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위한 것이다.
누군가를 탓하고 비난하며 상처를 준다고 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의사회는 “학교는 아이들의 건강한 교육과 발달을 목표로 한다. 그 목표를 이루려면 우리 구성원 모두가 서로를 보듬어야 한다. 희생양을 찾고 공격하기보다 서로를 보듬고 비극을 이겨내는 것이 우리 모두가 안전해지고 건강해지는 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학교 내의 정신건강은 미래를 위해서 중요한 일이다. 정신건강 문제를 발견하거나, 진료받는 시스템 등의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의사회는 모든 방법을 고민하겠다. 또 학생과 교사가 상호 성장하며, 모두의 정신건강을 지킬 수 있는 교육현장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세상 어느 곳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곳은 없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빨리 도와줄 수 있는 시스템이 중요하다.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느낌(helplessness)은 자살 위험과 큰 관련이 있다.
학생들은 교내 상담센터, 위센터 등을 이용하여 상담을 할 수 있게 되었고, 학교폭력 등의 고충을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 등이 수년간 많이 개선되었다.
반면, 교사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과 돌봄은 부족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