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22일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해 의료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한의사 A씨에 대해 벌금 8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환송했다.
이번 판결을 두고 대한의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간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초음파기기 사용 총 68회 자궁 촬영…자궁내막암 진단 놓쳐
이번 사건은 한의사인 A씨가 부인과 증상을 호소하던 여성 환자에게 2010년 3월부터 2012년 6월까지 약 2년 동안 약 열흘마다, 초음파기기를 사용해 총 68회에 걸쳐 자궁을 촬영하는 방법으로 장기간 과잉한 진료행위를 했지만, 환자의 자궁내막암 진단을 놓쳤다.
◆“재판부에 되묻지 않을 수 없는 판결”
이에 대한의사협회, 대한방사선사협회, 대한임상병리사협회는“이같이 환자에게 치명적 위해를 입힌 심각한 사례임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불법을 저지른 한의사를 엄벌하기는커녕 ‘한의사가 한방의료행위를 하면서 그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정확한 진단명과 진단시기의 중요성을 폄훼해, 국민건강을 방임하는 충격적일만큼 무책임한 판결을 내렸다”며, “환자를 진료함에 있어‘부적절한 진단수단의 사용’이 어떻게 환자에게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없을 수 있다는 것인지 재판부에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필요로 함과 동시에 사람의 생명, 신체 또는 일반 공중위생과 밀접하고 중대한 관계가 있다. 이에, 의료법은 의료인 면허제도를 통하여, 의료행위를 엄격한 조건하에 의료인에게만 허용하고 무면허자가 이를 하지 못하게 금지하고 있다.
또 의료인도 각 면허된 범위 이외의 의료행위를 하지 못하게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이런 취지로 현행 의료법 제2조 역시 ‘한의사는 한방 의료와 한방 보건지도를 임무로 한다’고 적시하여 한의사의 업무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특히‘초음파 진단기기를 통한 진단’은 영상 현출과 판독이 일체화되어 있어 검사자의 고도의 전문성과 숙련도를 필요로 하는 의료행위이다. 이에 의사의 지도하에 방사선사와 임상병리사가 수행하며 규정된 정도관리를 통해 엄격하게 통제되어야 한다.
현재 허가된 의료용 초음파 기기가 인체에 유해성이 적으므로 전체 초음파 진단기기를 누구나 사용해도 안전하다는 것은 극히 단편적이고 비전문적인 시각일 뿐이다.
진단과 판독의 일체성이 강한 초음파 진단기기를 잘못 사용할 경우,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직접적 위험을 발생시킬 수 있어, 수십 년 전부터 영상의학과 전문의나 의과대학에서 영상의학과 관련 이론 및 실습을 거친 의사만이 전문적으로 수행해왔다는 것이다.
◆“자궁내막암 진단 놓친 피해는 환자에게 전가”
그럼에도 대법원이‘그 면허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아서, 허용된 범위를 명확히 구분할 수 없으며, 초음파 진단기기를 보조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와 같은 무책임한 이유를 들어 내린 판결은 결국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심각한 위해로 돌아올 것임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사건의 경우 총 68회에 걸친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에도 한의사는 자궁내막암 진단을 놓쳐,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전가됐다는 것이다.
그만큼 초음파 진단기기의 사용이 전문적이고, 그에 따른 결과가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함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지만, 재판부는 이를 처벌하지 않았고, 국민 생명과 건강을 외면했다는 것이다.
◆의료인 면허범위 구체적 확정 의료법령 개정 촉구
이에 대한의사협회, 대한방사선사협회, 대한임상병리사협회는 “대법원은 이를 두고‘새로운 판단기준’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어느 누가 이에 동의할 수 있겠는가.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발생할 수 있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대한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즉시 의료인의 면허범위를 보다 구체적으로 확정하는 의료법령 개정에 나설 것을 국회와 보건복지부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의사들이 이번 대법원의 판결을 빌미삼아 의과의료기기를 사용하는 등 면허의 범위를 넘어서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지속적으로 시도한다면, 이를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줄 수 있는 불법의료행위로 간주하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총력 대응해나갈 것이다”며, “이번 판결에 대한 깊은 유감과 분노를 표하며, 국민의 생명 및 건강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향후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신중한 검토와 판단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한의협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독불장군 양의계, 국민 앞에 반성해야”
이에 대해 대한한의사협회는 논평을 통해 “국민건강과 권익은 뒷전, 본인들 이익 추구에만 몰두하는 양의계는 각성하라”라고 반박했다.
한의협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준엄한 판결에 깜짝 놀란 양의계가 급하긴 급한가 보다. 논리적인 이유나 사실에 근거한 주장은 찾아볼 수 없고 무조건 맹목적으로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반대하는 목소리만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며, “2만 8천 한의사는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활용은 합법’이라는 대법원의 정의로운 판단을 왜곡하고 국민과 언론을 호도하고 있는 양의계에 경거망동을 삼갈 것을 엄중히 충고하며, 국민건강과 권익은 뒤로한 채 본인들의 이익 추구에만 몰두하고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독불장군 양의계의 통렬한 자기반성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특히 ‘초음파 진단기기’와는 별로 관련이 없는 단체들과 연합해 기자회견을 추진하고 대법원 앞 1인 시위를 계획하는 등 자신들의 세를 과시하고 안위를 지키는데 몰두하고 있는 모습에 국민과 보건의약단체들은 큰 실망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의협은 “양의계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 누구나 진료에 사용할 수 있고, 또 실제로도 사용하고 있는 초음파 진단기기를 마치 영상의학과 전문의만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국민을 기만하고, 대법원의 준엄한 판결을 폄훼하는 자료들을 잇따라 쏟아내고 있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번 판결을 통해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취지의 규정은 존재하지 않음 △한의사가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음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한의학적 의료행위의 원리를 적용 또는 응용하는 행위와 무관한 것임이 명백히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음을 이유로 한의사가 진료에 초음파 진단기기를 활용하는 것은 합법적인 행위라고 분명히 밝혔으며, 이것이 명확한 사실이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계기로 초음파 진단기기를 포함한 한의사의 현대 진단기기 사용에 적극 찬성하고 이에 협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의협은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면 오진의 위험성이 커질 것이라는 불필요한 걱정에 빠질 시간에, 아직도 각종 언론에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는 다양한 양의계 의료사고들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내부단속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 진정으로 국민들에게 박수 받을 일임을 명심하기 바란다”며, “대한한의사협회 2만 8천 한의사들은 모든 준비가 되어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정의로운 판결에 따라 초음파 진단기기 등 현대 진단기기를 진료에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국민에게 최상의 한의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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