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간과 비장이 파열되며 저혈량성 쇼크로 생명이 위태로웠던 중학생에게 주의 도움으로 신속한 응급수술이 시행돼 생명을 구해 화제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병원장 이성호)에 따르면 이 학생 치료과정에서 지역 커뮤니티인 동탄 맘카페 회원들과 푸른중학교, 동탄반송동성당에서 학생의 안타까운 소식을 공유하며 자발적인 헌혈기부에 나서 충분한 수혈이 이뤄지며, 수술이 가능하게 됐다.
A군(14․남)은 지난 2021년 12월 13일 저녁 교통사고로 복강 내부에 심각한 장기 손상을 입은 채 동탄성심병원 응급실로 왔다. 간과 비장 파열에 따른 복강 내 출혈 및 저혈량성 쇼크로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외과 박성길 교수는 즉시 출혈을 잡기 위한 응급수술을 준비했다. 그러나 많은 양의 수혈이 필요한 상황에서 코로나19로 헌혈자가 줄어 충분한 양의 혈액을 확보할 수 있을지 우려됐다. 박 교수로부터 혈액이 부족할 것 같다는 얘기를 들은 A군의 가족들은 인맥을 총동원해 A군과 같은 혈액을 지정헌혈 해줄 것을 요청했다.
A군의 안타까운 소식은 빠르게 지역사회에 퍼졌고 많은 이들이 지정헌혈에 동참했다.
A군이 재학 중인 푸른중학교 전홍수 교장은 인근 학교 및 교내 교사들에게 소식을 전파하며 헌혈이 필요하다는 소식을 알렸다.
푸른중학교 교사들도 직접 지정헌혈에 동참했다. A군의 가족이 다니고 있던 동탄반송동성당에서도 김만희 요셉 신부가 소식을 알리고 여러 신도들이 지정헌혈에 참여했다.
또 이 소식은 동탄맘카페에도 공유되며 많은 이들의 지정헌혈을 이끌었다.
‘긴급!! O형 혈액 헌혈 도와주세요. 혈소판이 너무 부족한 상태입니다’라는 글은 조회수 2,000건을 넘기며 맘카페 회원들에게 공유됐고, 여러 회원들이 댓글로 지정헌혈 참여 의사를 밝혔다.
동탄맘카페(동탄맘들모여라)는 회원수 28만명이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는 지역 내 가장 큰 온라인 커뮤니티이다.
많은 이들의 헌혈 참여 속에 12월 14일 새벽 5시에 응급수술이 진행됐다.
수술은 외과 박성길, 유태석, 김정연, 백종관 등 4명의 교수가 모두 투입돼 손발을 맞춰가며 중증외상환자 치료원칙에 따라 수술을 진행했다.
박성길 교수는 “환자는 이미 몸 속 혈액의 절반 이상이 빠져나간 상태였고, 이로 인해 활력 불안정, 대사성 산증, 저온증, 혈액응고장애가 발생해 위중한 상황이었다”며, “주요 출혈부위인 간과 비장의 경우 출혈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손상이 심하여 오로지 출혈을 막기 위한 손실조절수술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출혈을 멈추기 위해 거즈 14장을 사용해 간 파열부위를 압박했고 비장은 절제했다. 많은 이들이 지정헌혈에 참여해 충분한 혈액을 확보했었고, 수술 과정에서 성인 남성 3명분의 체내 혈액량인 17팩의 농축적혈구가 수혈됐다.
특히 수술 후에도 지혈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많은 양의 혈소판이 필요했는데, 보관기간이 짧은 혈소판의 경우 당일 수혈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신선한 혈소판을 지속적으로 구할 수 있을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17명이 지정헌혈자로 등록하고 대기하고 있어 출혈이 멈출 때까지 신선한 혈소판을 수혈할 수 있었다.
박 교수는 “출혈환자에게 수혈이 이뤄지면 오히려 출혈을 가속화할 수 있어서, 출혈량을 줄이기 위해 우측 간동맥을 꿰맸다”며, “간에 공급되는 혈액의 80%를 책임지는 간동맥을 막았기 때문에 자칫 간이 괴사할 수도 있었지만 다행히 나머지 20%를 맡는 간문맥이 제 역할을 해줘 간이 괴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어렵게 1차 수술을 마친 후에도 계획된 2차 수술까지 A군의 컨디션 회복이 관건이었는데, 중환자외과 백종관 교수가 A군의 회복을 도우며 이틀만인 12월 16일에 2차 수술을 할 수 있었다.
2차 수술에서는 추가적인 출혈이 우려됐으나 다행히 출혈이 잡힌 것이 확인되어 압박용 거즈를 제거하고 수술적 치료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A군은 빠르게 회복해 12월 20일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뒤 올해 1월 8일 퇴원했고, 퇴원 한 달이 지난 현재 A군은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건강을 회복했다.
A군의 어머니는 “순식간에 벌어진 사고로 아들이 생사의 기로에 서는 일을 당해 황망하고 경황이 없었는데 많은 분들이 같은 마음으로 기도해주시고 헌혈기부까지 해주셔서 기적처럼 아이가 살 수 있었다”고 밝혔다.
A군도 동탄성심병원 의료진들에게 “힘든 시기에 중환자실에서 계속 상태 체크해주시고 최선을 다해서 치료해주셔서 건강을 회복하게 됐습니다. 은혜 잊지 않고 바르게 살아가겠습니다”, “2주 넘게 제 엄마 역할을 대신하여 저를 보살펴주신 중환자실 모든 간호사 선생님들 감사합니다”는 감사편지를 전했다.
이성호 병원장은 “위급한 상황에 처한 지역 학생의 소식을 듣고 많은 지역주민들께서 헌혈기부에 참여해주셔서 어려운 수술을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었다”며, “코로나19로 헌혈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 같은 단체 헌혈기부 소식은 매우 드물고 존경스러운 일로 깊은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헌혈참여가 위축되면서 수혈에 필요한 혈액보유일수가 2.5일분까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혈액보유일수가 1일 미만까지 떨어지면 의료기관에 혈액 공급이 중단되고 응급 수혈환자가 발생해도 혈액이 부족해 수술을 제때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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