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생존율의 핵심인 국내 패혈증 ‘묶음치료 수행률(compliance with sepsis treatment bundle)’이 열악한 것은 물론 지역별, 종별차이도 큰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아산병원 임채만 교수와 삼성서울병원 서지영 교수는 대한중환자의학회(회장 곽상현)가 세계 패혈증의 날(9월 13일)을 기념해 지난 9월9일 학회 사무국에서 진행한 패혈증의 날 온라인 심포지엄에서 질병관리청 정책연구용역 사업인 ‘국내 패혈증환자 관리개선사업’의 연구 결과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진단 초기 묶음치료 수행률…외국 대비 현저히 낮아
패혈증에서는 진단 초기의 묶음치료 수행률이 환자의 생존률을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 1시간, 3시간, 6시간 이내에 완료하는 묶음치료 수행율이 각각 5.8%, 28.1%, 43.1%로 조사되어 외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그림).
그림. 패혈증 묶음치료 수행률
지역사회발생과 병원발생 패혈증 모두에서 1시간, 3시간, 6시간 묶음치료 수행률이 환자의 사망률과 관련성이 있는 것도 확인했다. 즉 수행률이 높을수록 사망률이 낮은 경향을 보인다.
또 전반적으로 수도권과 상급종합병원에서 묶음치료 수행률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돼 지역 및 병원 종별에 따라 패혈증 묶음치료 수행률에 편차가 있음이 확인됐다(그림).
그림. 지역별 및 종별 패혈증 묶음치료 수행률
하지만 참여 기관들의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묶음치료 수행의 장벽으로는 의료진의 늦은 패혈증 인지(35%), 묶음치료에 대한 교육 부족 (35%), 응급실에 항생제가 구비되지 않음(14%), 의사인력 부족(7%) 간호인력 부족 (7%) 등으로 나타났다.
(표)묶음 치료 (sepsis bundle)
1) 젖산 (lactate) 농도 측정 |
◆제2기 패혈증 과제 방향…패혈증 조기 진단률 향상과 진료 표준화 등
서울아산병원 오동규 교수는 앞으로 3년 간 시행될 제2기 패혈증 관리 사업에 대한 계획 발표를 통해 “지난 2년의 1기 패혈증 과제는 우리나라의 대표성 있는 패혈증 자료를 수집하고 역학적 특성을 파악하는 데 있었다. 앞으로 시행될 2기 과제는 패혈증의 조기 진단률 향상과 진료의 표준화 및 패혈증 관리 정책을 위한 근거 창출에 두고자 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2기 과제는 전국 15개 병원이 참여하는 3년 동안의 다년과제로 총 2만명이 등록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 동안의 진단 코드나 의료진의 수기를 이용한 패혈증 진단은 패혈증 발생을 저평가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미국 질병관리본부에서 사용하는 감시 도구인 성인패혈증사건 (adult sepsis event; ASE)을 국내기관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자동화된 스크리닝 및 조기 진단 도구의 도입 가능성을 평가하고, 묶음치료 수행률 평가 체계 및 패혈증 평가지표 개발에 초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또 패혈증 관리 정책의 근거 창출의 일환으로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패혈증 지침서도 제작한다는 계획이다.
◆병원발생 패혈증 전체 20%
국내에서는 응급실 방문 10만 건 당 619건의 지역사회발생 패혈증과 입원 10만 건 당 137건의 병원발생 패혈증이 발생했다.
병원발생 패혈증이 전체의 20%를 차지했지만, 중환자실 입실, 기계환기, 지속적신대체요법(CRRT) 등 고비용 의료자원의 사용 빈도가 지역사회 패혈증에 비해 더 높았다(중환자실 입실률: 55.6% vs. 39.8%; P<0.001; 기계환기 적용 비율: 60.5% vs. 48.8%, P<0.001; CRRT 적용 비율: 34.5% vs. 25.4%, P<0.001). 이는 더 큰 사회적 부담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br>
◆국내 패혈증 사망률 27.7%…병원발생 패혈증에서 사망률 더 높아
우리나라의 패혈증 사망률은 27.7%로 이전의 국내 연구들에 비해 감소하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외국에 비해 높은 패혈증 사망률을 보이고 있다.
지역사회발생 패혈증과 병원발생 패혈증의 사망률은 각각 26.0%와 34.4%로 병원발생 패혈증에서 사망률이 더 높았다(그림).
그림. 패혈증 사망률의 비교
또 병원발생 패혈증의 사망률을 보면 수도권에 비해 비수도권에서의 사망률이 5% 정도 높게 나타났다(37.9 % vs 32.8%).
지역사회발생 패혈증(사망률 범위: 18.0% - 58.3%)과 병원발생 패혈증(사망률 범위: 10.0% - 75.0%) 두 가지 모두 병원 간에 편차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나서 패혈증 진료의 표준화가 절실함을 보여주었다 (그림).
그림. 병원간 패혈증 사망률의 비교
◆패혈증 지침서 없는 대한민국
미국과 유럽에서는 대표적인 진료지침인 Surviving Sepsis Campaign를 2004년부터 제작한 이래로 계속 업데이트하고 있고, 일본도 2014년 이후 계속 발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패혈증 지침서가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 자료에 맞는 패혈증 지침서(가이드라인)을 제작할 필요가 있다.
이번 연구 결과에서 나타나듯이 우리나라는 지역별 및 병원별 묶음치료 수행률과 사망률에 차이가 난다. 따라서 지역사회발생과 병원발생 패혈증 모두에 대해서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진료 표준화를 이루어야 한다.
병원 사정에 맞는 패혈증 감시 시스템을 도입하도록 하고, 묶음치료 수행률을 자발적으로 감시하고 평가하도록 하여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지게 한다면 패혈증 환자에 대한 치료의 질이 향상될 것으로 본다.
오동규 교수는 “우리나라는 패혈증 묶음치료 수행률이 낮다. 이를 개선시키기 위해서는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고(e.g., 전자의무기록시스템에 기반한 자동화 패혈증 감시 시스템), 병원발생 패혈증에 대해서는 신속대응팀의 활동이 매우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반복적인 의료진 교육이 필요하고, 대국민 홍보도 중요하다고 본다. 국민들에게 패혈증도 심근경색이나 뇌졸중과 같이 ‘골든타임’이 있다는 점을 알리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심포지엄에는 대한중환자의학회 곽상현 회장과 질병관리청 의료감염관리과 이연경 과장 등 약 80명의 의료진이 참석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현재 우리나라 패혈증 관리의 문제점을 되짚어 보고, 패혈증의 조기 발견과 치료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의미 있는 자리로 마련됐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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