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교수팀이 현존 최고 수준 해상도의 뇌혈류지도를 개발해 화제다. 이를 통해 뇌경색의 원인 진단에 결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화제의 주인공은 동국대 일산병원 김동억 교수팀과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원장 박상열) 국가참조표준센터 연구팀.
◆기존 저해상도 뇌혈류지도 중대한 오류도 밝혀내
연구팀은 전국 11개 대학병원의 뇌경색 환자 1,160명의 뇌 영상 데이터(MRIㆍMRA)를 기반으로 의료계에서 약 100년 가까이 사용 중인 기존 저해상도 뇌혈류지도에 중대한 오류가 있음을 밝혀냈다.
연구팀이 이번에 개발한 고해상도 뇌혈류지도는 약 1200 cc의 뇌를 1.5cc 크기의 미세 조각들로 나누어, 특정 뇌동맥이 막혔을 때 뇌의 어떠한 부위에 뇌경색이 발생하는지 통계적인 확률을 제공한다.
뇌혈류지도: 각각의 대뇌혈관이 혈류공급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을 색으로 구분
(빨간색, 중대뇌동맥 / 녹색, 전대뇌동맥 / 파란색, 후대뇌동맥)
이번 뇌혈류지도는 특정 기간 동안 11개 대학병원의 급성뇌경색 입원 환자 총 1,160명 전수의 MRI 데이터를 정량분석하여 개발했다. 병원마다 장비나 측정방식의 차이로 생길 수 있는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표준화 작업을 거쳤기 때문에 일선 병원에서 참조표준[측정데이터 및 정보의 정확도와 신뢰도를 과학적으로 분석 평가하여 공인함으로써 국가사회에 널리 사용되도록 마련된 자료 (국가표준기본법 제16조)]으로 바로 믿고 사용할 수 있다.
◆“앞으로 classic(고전)이 될 논문”
동국대 일산병원 신경과 김동억 교수는 “고해상도 뇌혈류지도는 뇌경색의 원인 진단은 물론 재발 방지를 위한 약물 선택시 정확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며, “의료의 질 향상을 통한 비용 절감 및 국민 복지 증진에 이바지할 것이다”고 말했다.
KRISS 국가참조표준센터 최종오 센터장은 “1만 개 이상의 영상 슬라이스를 생산단계부터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여 완성한 참조표준이다”며, “표준화된 의료 빅데이터는 일반 진료는 물론 인공지능(AI) 진료의 신뢰성 또한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논문에 대해 뇌졸중 분야 세계적 석학인 제프리 도난(Geoffrey Donnan, 호주 멜버른 대학) 교수는 “탁월한 업적이며 앞으로 classic(고전)이 될 논문이다”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국가참조표준데이터개발보급사업의 지원을 받았으며, 미국의학협회가 발행하는 저명국제학술지 자마 뉴롤로지(JAMA Neurology) (IF 11.46) 최신호에 게재됐다.
고해상도 뇌혈류지도는 진료실에서 걸어두고 사용할 수 있도록 도판 형태로 제작되어 연내에 무료 배포될 예정이다.
◆뇌경색 발생이유는?
한편 뇌혈관 질환은 우리나라에서 암과 심장질환 다음으로 가장 높은 사망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뇌 조직이 혈류공급을 받지 못해 괴사하는 뇌경색이 질환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뇌경색은 뇌에 혈류를 공급하는 세 종류의 대뇌동맥(중대뇌동맥, 후대뇌동맥, 전대뇌동맥) 혈관계 중 한 곳 또는 여러 곳이 막혀서 발생한다.
대뇌동맥 혈관계가 한 곳이 막혔는지 두 곳 이상이 막혔는지에 따라 검사 방법, 처방약의 종류 및 효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막힌 혈관계의 정확한 파악이 매우 중요하다.
세 종류의 대뇌동맥은 뇌를 세 부분으로 나눠 각각의 혈류 공급을 담당한다. 여기서 착안한 것이 각 대뇌동맥이 지배하는 뇌의 영역을 영토처럼 구분한 뇌혈류지도다. 현재 병원에서는 뇌혈류지도를 뇌경색 환자의 영상 데이터와 비교하여 원인이 되는 뇌동맥을 진단하고 있다.
문제는 기존 뇌혈류지도가 20~100여명의 적은 표본을 대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해상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불확실도가 커지며 진단의 정확성과 신뢰성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허혈뇌지도-뇌건강정도 판단, 뇌혈류지도-급성 뇌경색 환자 원인 진단 등 활용
허혈뇌지도는 만성적으로 뇌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생기는 ‘허혈성 뇌 손상’의 정도를 판정하기 위해 우리나라 뇌경색 환자 기준 1등부터 100등까지 구분해 놓은 것이다. 뇌혈류 순환 관련 뇌 건강 정도를 판단할 때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뇌혈류지도는 각 대뇌동맥이 지배하는 뇌의 부위를 국가 영토처럼 색깔로 구분해 놓았기 때문에 ‘지도’라는 명칭에 더욱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의료현장에서 급성 뇌경색 환자의 원인 진단과 뇌졸중 재발 방지 치료에 즉시 활용할 수 있고, 기존 연구의 오류도 바로잡았다는 점에서 학문적으로 더욱 큰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