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아픈 환자들이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히고 사회에서 외면받는 집단이 되게 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이하 대신정, 이사장 권준수)는 “죄를 지은 사람들은 벌을 받아야 하지만 죄를 짓지 않게 할 수 있음에도 방치하는 것에 대해서도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며, “제대로 된 인권보장을 위해 비자의적 입퇴원 시스템을 전면 재개정해야 하며, 사각지대 없이 촘촘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최적의 치료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야 말로 환자에 대한 진정한 인권보장을 추구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우선 정신건강복지법의 재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정신건강복지법 무엇이 문제인가?
지난 2015년 개정되어 2016년 5월 30일부터 발효된 정신건강복지법은 보호의무자 2인의 입원동의, 서로 다른 의료기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인 진단, 입원적합성 심사위원회, 정신건강복지심의위원회 등 비자의적 입원에 대한 복잡한 심의절차를 마련하고 있지만 치료 사각지대에서 방치되고 있는 정신질환자에 대책은 전무하다는 주장이다.
또 이 법으로 인해 진료실과 지역사회 현장에서는 입원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환자들마저 요건부족으로 입원하지 못해 적절한 시기에 치료가 제공되지 못하는 역기능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퇴원 기준이 증상 호전보다는 타해 위험성의 감소에만 방점이 맞추어져 있어, 조기 퇴원으로 병실 부재의 악순환과 퇴원 이후 치료가 연속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지부가 제시한 시군구청장 직권에 의한 외래치료명령제도 도입도 명확한 기준이나 내용이 없어 아직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사례관리체계…개인정보보호 위반 소지, 실효성 문제 등 제기
또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복지부가 제시한 사례관리체계의 경우에도 실효성과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복지부는 법 개정을 통해 지속적인 치료 및 지원이 필요한 정신질환자의 경우 본인의 동의가 없더라도 퇴원사실을 지역정신건강보건센터로 연계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의료진이 적극적인 설득을 통해 퇴원환자의 동의를 얻어 지역사회로 연계되도록 안내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신경정신의학회는 본인의 동의가 없더라도 관련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이 개인정보보호법과 상충될 수 있다는 문제제기와 개인정보동의를 의료진에게 전가했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실제 신경정신의학회는 “입퇴원시 관련정보를 제공한다는 부분은 개인정보보호는 물론 인권문제로 논란의 여지가 크다”며, “이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해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자타해 위험성 모호한 경우 해법 없어
진료 현장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치료의 필요성이 있음에도 환자들을 치료하지 못하는 상황도 수시로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자타해 위험성이 모호한 경우 환자의 동의가 없으면 어떤 치료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와 공공시스템은 이러한 환자를 도울 수 있는 어떤 기전도 확보하고 있지 못하고 있으며, 관리부담은 가족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자타해 위험성이 발현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보호자에게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너무나 안타깝다는 지적이다.
대한조현병학회에 따르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늙은 노모들이 조현병을 앓고 있는 중년 자제의 노후에 대한 걱정으로 진료실에서 한숨을 쉬고 돌아가는 현장을 자주 목격한다”며, “전국의 많은 정신건강복지센터, 사회복귀시설, 주거시설, 직업재활시설 등 조현병 환우들을 위한 지역사회와 국가의 노력이 이어져 오고 있지만, 지역사회에 머물고 있는 환자들의 치료와 복지를 위해서는 현저히 부족한 상태이다”고 밝혔다.
◆전문의 2인 진단, 입원적합성 심사위원회 제도…상호 모순
인권보장을 위해 마련했다고 하는 전문의 2인 진단과 입원적합성 심사위원회 제도는 상호 모순적 내용을 담고 있다는 주장이다.
입원 당시의 적합성을 평가하고 결정하는 시점이 입원 후 30일 이내라는 것은 시기적으로도 타당하지 않으며 이미 2명의 전문의가 치료필요성을 진단한 것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 역시 적절하지 않다는 것.
절차적 정당성을 평가하기 위해 선진국처럼 입원 초기에 전체 비자의 입원의 적절성을 평가할 수 있는 인프라와 운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경정신의학회는 “사법 또는 준 사법입원체계의 필요성을 수차례 제안했음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는 인력과 예산 부족을 이유로 현장 감각을 상실한 채 서면심사에만 의존하여 좀 더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퇴원시키는 우를 범하고 있기도 하다”며, “지역정신건강복지센터에 추가적 인력을 배치하고자 하는 정책적 노력을 하고 있지만 ‘언 발에 오줌누기’라는 속담이 딱 적절한 수준이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잘 회복된 조현병 환자들은 같은 진단명을 가진 환자들의 사건사고에 의기소침해하고 ‘나도 저럴 수 있는 것인가?’라며 불안해한다는 것이다.
◆법무부 보호관찰시스템 문제
특히 사전에 위험성이 감지되어 수차례 보호관찰소에 신고를 했음에도 어떠한 안전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도 분명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법무부는 보호관찰법 개정을 통하여 정신질환자 보호관찰대상을 지역사회정신보건기관과 정신의료기관으로 연계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오고 있지만 기본적인 보호관찰 시스템의 개선 및 보호관찰 안전망을 확보하는데 우선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정신의료기관 내 안정성 문제
지난 7월 9일 경상북도 영양군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처럼 치료받지 않고 방치되어 있는 조현병환자의 경우 예측불가능성과 위험성은 커질 수 있지만 잘 치료받고 있는 조현병 환자들은 일반인 못지않게 안전하고 예측가능하다.
정신의료기관은 불안정하고 잠재적 위험성이 있는 환자를 안정화시키는 곳이지만 현행 의료보장체계는 정신의료기관의 이러한 특수성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폐쇄병동 관리수가가 턱없이 낮아 신체적 질환 동반 등 복잡한 문제를 동반하는 정신질환자를 치료해야 할 종합병원 내 정신과 병동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의료급여 환자의 일당정액수가 역시 건강보험 대비 약 60~70% 수준이다. 정신건강복지법상 의사 1인당 환자 60의 수준으로 환자 수 대비 치료진의 숫자가 매우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신경정신의학회는 “정신의료기관의 치료진들은 온 몸으로 이러한 위험성에 맞서고 있는 것이다”며, “복지부는 정신의료기관의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하여 환자의 안전과 인권보장 뿐 아니라 종사자의 안전도 확보될 수 있는 의료 환경을 구축할 수 있도록 시급히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학회 의견 반영 안된 중증질환자 지역사회 치료지원강화방안
복지부는 지난 7월 23일 ‘중증질환자 지역사회 치료지원강화방안’을 발표했다.
문제는 이 강화방안과 관련해 전문학회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권준수 이사장은 본지(메디컬월드뉴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퇴원해서 재발을 반복하는 정신질환자의 치료 유지를 위하여 촘촘한 치료유지 및 지역사회 관리 프로그램을 가동할 수 있어야 하며, 지역사회에서 방치되어 있는 정신질환자의 자타해 위험성이 분명하지 않다고 대책없이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선진국처럼 지역사회 기반의 외래치료권고제와 같은 다양한 유형의 개입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며, “국가는 ‘보살핌과 치료’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기 위한 정신건강복지법 재개정과 인프라 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중증질환자 지역사회 치료지원강화방안’과 관련해 복지부는 학회와는 어떤 의견조율도 없었다”며, “신경정신의학회는 향후 바람직한 방향의 법 개정 및 제도개선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고 덧붙였다.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medicalworldnews.co.kr/news/view.php?idx=15109266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