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전달체계 개선협의체’(이하 협의체) 권고문 마련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 내 입장차가 첨예해 조율을 위한 시간도 부족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대한의사협회가 29일 용산임시회관에서 진행한 ‘의료전달체계 개선협의체 권고문(안)에 대한 간담회’에서는 일단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과 보다 신중하게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입장은 물론 의협 집행부가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과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맡아야 한다는 입장 등이 혼재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진 후 실무적 부분서 해결
우선 추무진 회장이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대한개원내과의회 최성호 회장은 “1월 6일 개최되는 회의에서 결정됐으면 좋겠다”며, “그렇지 않으면 내년 3월 의협회장 선거 때문에 더 미뤄질 것이다”고 강조했다.
다만 외과계에서 반대를 하면 내과계도 추진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도 제시했다.
의협 조현호 의무이사도 “권고문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일단 마무리한 후 실무적인 문제는 차후 의협 집행부와 비대위가 개입해서 최대한 우리에게 유리한 쪽으로 끌고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 임익강 보험이사는 “협의체는 추무진 회장과 무관하며, 추 회장이 지난 9월 임총에서 탄핵됐다고 해도 계속 진행됐을 것이다”며, 권고문이 추무진이라는 개인과 무관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졸속추진 불가
반면 의료전달체계 개편 같은 중요한 문제를 졸속으로 추진해선 안 된다는 반박도 많았다.
전국의사총연합 최대집 상임대표는 “의원과 병원급 의료기관의 생존이 걸려 있는 중대한 사안을 추무진 회장이 빠른 속도로 진행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비대위 이동욱 간사는 “지난 12월 23일 전체회의에서 의료전달체계 논의를 중단하라는 의견을 결의했기 때문에 추무진 회장은 의료전달체계 졸속 추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일반과의사회 좌훈정 부회장도 “수가를 다소 인상해주겠다고는 하지만 그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도 없는 상황에서 문재인 케어로 재정이 부족하게 되면 의약분업 때와 같은 규제만 남게 될 것이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대한비뇨기과의사회 이동수 회장도 “앞으로 시간을 가지고 각과와 직역의 다양한 의견을 계속 수렴해야 한다”고 밝혔다.
◆“비대위가 맡아야” vs “의협 집행부가 맡아야”
이런 상황에서 협의체 및 의료전달체계 개선 논의 주최에 대한 이견도 나타났다.
대한개원내과의회 최성호 회장은 현 집행부가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최성호 회장은 “의협 총회를 할 때마다 항상 의료전달체계 개선요구가 있었고, 내년 4월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비대위가 내년 5월 이후 논의하자는 건 하지 말자는 것이다”며, “의료전달체계 개선은 대의원총회 수임사항이기 때문에 추무진 회장이 추진하지 않으면 오히려 대의원회 결의사항 위반으로 탄핵사유다”고 주장했다.
반면 의료전달체계가 문재인 케어의 핵심이기에 비대위가 이를 맡아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 김승진 회장은 “외과계 간담회에서 서울의대 김윤 교수에게 확인해본 결과 의료전달체계와 문케어가 관련이 있다는 답변은 받았으며, 문 케어는 임총에서 비대위 소관으로 의결된 만큼, 비대위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비대위 이동욱 총괄간사도 “지출 통제 방안 중 하나가 의료전달체계이며, 문재인 케어의 핵심이다”며, “비대위가 해체될 때까지는 비대위에 맡겨야 한다. 집행부가 이 문제를 계속 추진하는 것은 월권이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현 집행부와 비대위가 함께 의료전달체계를 논의하라는 주문도 제기됐다.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은 “의료전달체계 주체에 관심이 더 많은 것 같다”며, “현 집행부와 비대위가 만나 동수로 참여해 논의하라”고 제안했다.
◆유형 단계별 구분, 질환 중증도 구분 의견도
의료전달체계의 유형 단계별 구분과 질환의 중증도를 구분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의견도 제시됐다.
대한개원의협의회 신창록 보험부회장은 “의료전달체계는 시급하게 진행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우선 단계별 구분이 중요하다. 그런데 권고안에는 반드시 일차의료기관을 거쳐서 단계별로 이용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는 표현이 있다”며, 삭제를 요구했다.
또 “중증과 경증을 누가 결정하는지도 분명히 해야 하는데 일차의료기관 의사가 정하면 확실한 근거나 사유가 없으면 의뢰를 받은 의사가 쉽게 바꾸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협 추무진 회장은 “회원도 살고, 국민도 의료비 줄여주자는 게 의료전달체계 개선의 핵심이다”며, “회원을 살리기 위해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모두 공감하는 만큼 회원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임기동안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협의체는 지난 2016년 1월부터 공급자·가입자·전문가·정부가 참여한 가운데 약 2년간 13회 전체회의를 진행했다.
지난 11월 17일 13차 회의에서는 총 8명(공급자 2명, 가입자 2명, 전문가 2명, 정부 2명)이 참여하는 소위원회를 구성, 권고문 초안을 마련했다.
이에 의협은 지난 11월 25일 권고문 초안을 공개한 후 개원의협의회와 각과 학회, 개원의사회 등에 의견조회를 진행했고, 외과계 의사회와 2회, 내과계 의사회와 1회 간담회를 진행해 의견을 수렴했다.
협의체는 2018년 1월 3일 소위원회, 의협은 1월 6일 오후 5시 다시 간담회를 열고 의견을 수렴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