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제와 항간질약, 항불안제 등으로 많이 사용되는 벤조디아제핀(benzodiazepine) 계열 약물 오·남용이 심각하는 지적이 제기됐다.
원광대의대 정신건강의학과 이상열 교수는 지난 13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개최된 대한우울·조울병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대한민국 우울증 진료현황과 향후 정책적 논의’라는 발표를 통해 현 상황을 조망했다.
이상열 교수에 따르면 우울증 진료환자 증가율은 둔화됐지만 정신건강의학과를 제외한 타과 우울증 환자 증가율이 증가됐다. 특히 우울증에 대한 심리상담소, 예술치료, WEE센터 등 다른 직능 역할도 많아졌다.
본지와 단독으로 만난 이 교수는 “벤조디아제핀 계열 약물은 단순히 생물학적 관점이 아니라 생물정신사회적인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며 “항정신성약물인 벤조디아제핀 계열 약물을 전문적인 가이드라인도 없이 처방하는 것이 문제다”고 밝혔다.
또 “전체 처방 중 수면, 감기 등 약 30%는 과잉처방인 것 같다”며 “우울증에 대한 제대로 된 접근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문성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입장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중독성 약물을 편리하고, 효과가 빠르다는 이유에서 처방으로 접근하는 것은 문제다”며 “약물적인 치료보다 심리적인 치료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을 알고, 전문의의 역할을 인정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덕인(한림대의대 정신건강의학과) 학술이사도 “가장 중요한 점은 항정신성약물의 경우 단순한 약물처방보다 초반의 심리적 접근과 치료다”며 “수면, 감기 등에서의 사용은 물론 우울증 치료시에도 이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개선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국립보건원(NIH) 정신건강질환 담당 Thomas Insel 박사팀은 벤조디아제핀(benzodiazepine)가 알츠하이머 발병위험도를 증가시킨다는 보고를 한 것은 물론 서울대병원 지역의약품안전센터 소식지에서는 일부 향정신성 약물, 항우울제 등의 의약품이 성기능장애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약물처방과 복용과정에서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한바 있다.
한편 지난 13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개최된 대한우울·조울병학회 춘계학술대회 및 연수교육에서는 기분장애의 다양한 측면을 제공하되 너무나 어려운 학문적 이야기보다 실제 임상에서 필요한 내용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또 학회의 전통으로 자리매김한 정신건강관련 의료정책에 관한 시간을 마련하여 지속적인 토론 및 제안의 장이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