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 세상을 다시 쓰다! 사소하고 보잘 것 없는 연필의 품격, 클래식(Classic)
“연필은 언제나 우리의 곁에서 누군가의 손에서 훗날 사람들의 가슴에 담길 거대한 문화유산으로서 기꺼이 선 하나가 되어 세상을 다시 쓰고 있다. “ [연필]의 저자, 헨리 페트로스키 최첨단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는 현재, 종이와 화폐와 연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 예견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컴퓨터의 자판이 아무리 빠르고, 스마트폰의 터치가 아무리 편리해도 연필의 ‘생각하는 감성’과 ‘창조하는 힘’은 결코 대체하지 못한다.
세상을 새롭게 바꾸고 창조하는 것은 1명의 거대한 위인이 아니라, 연필처럼 작고 보잘 것 없을지라도 그에 담긴 소중한 가치를 새길 줄 아는 존재는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이번 주 일요일 밤에 방송되는 [SBS 스페셜] ‘연필 세상을 다시 쓰다’에서는 연필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통해 2015년의 오늘, 우리가 되새겨야 할 작지만 소중한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2015년 연필의 재발견! 우리는 왜 연필에 주목하는가?
누구나 처음 글을 배울 때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한 자 한 자 눌러쓰고 하얀 종이에 낙서했던 어린 시절 기억이 있다. 추억 속의 필기구로, 이제는 학생들과 소수의 마니아를 빼면 잘 사용하지 않는 과거의 유물처럼 느껴질지도 모르는 연필.
그러나 누군가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최고의 미술 작품을 그려 나갈 때, 세계적인 도시의 초안을 작성할 때, 오선지 위의 독창적인 음표를 수놓을 때, 첫 시작은 바로 연필의 끝에서 탄생한다.
연필의 모양과 쓰임새는 누구나 알만큼 단순하고 소박한 사물이지만, 말 그대로 우리가 쌓아온 위대한 유산의 조용한 공로자다. 연필은 겸손하다. 잘못 쓰면 언제든 지우고 새로 써나갈 수 있다.
그래서 연필 한 자루를 가만히 손에 쥐면, 겸손하게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새롭게 써나가며 미래로 진보하는 ‘자유’를 얻을 수 있다. 2015년 대한민국의 오늘, 새로운 해의 시작점에서 우리는 연필의 본질을 새롭게 조명한다. 늘 우리 곁에 가까이 있었으나 발견하지 못했던 연필에 숨겨진 놀라운 가치를 찾아가는 여행인 것이다.
연필 깎는 법에 담긴 위트와 풍자, 연필깎이 전문가 ‘데이비드 리스(David Rees)’
“연필을 제대로 깎는 사람만이 진정 연필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뉴욕의 허드슨 리버벨리에는 아주 오래된 방식으로 연필을 깎는 ‘데이비드 리스(David Rees)’씨가 있다. 그는 연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맞춤 연필 깎기를 해주고 무려 4만원을 받는다! 뾰족하게 깎은 연필 뿐 아니라 연필을 깎은 부스러기, 연필깎이 ‘증명서’도 함께 발송한다.
사람들은 왜 그에게 연필을 깎아달라고 부탁하고, 4만원이라는 돈을 기꺼이 지불하는 것일까? 정치 풍자 만화가였던 그는 다양한 연필 깎기 도구를 사용하는 것을 물론, 연필을 입에 넣고 깎거나 머리 뒤에서 깎는 등 독특한 모습으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연필 깎는 법을 통해 재미난 일을 생기길 바란다는 그만의 연필깎이 철학을 들어본다.
이 시대 가장 민주적인 도구는 연필이다! 극사실주의 연필화가 ‘디에고(Diego)’
이탈리아의 아주 작은 마을 라메찌아(Lamezia)에 살고 있는 극사실주의 화가 디에고. 그의 유일한 작업 도구는 연필이다. 연필로 그린 그의 작품들은 사진이나 현실보다 더 ‘사실적’이어서 유명세를 탔다. 작은 시골 마을을 넘어 아시아와 미국 등지에서 작품 전시회까지 했지만, 놀라운 점은 그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정식으로 그림 공부를 해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디에고는 혼자 배우는 사람에게 가장 편리하고 알기 쉬운 도구가 연필이라고 말한다. 올리브 농장 일을 하던 청년에게 연필은 다름 아닌 ‘기회’였다. 계급에 상관없이 누구나, 세계 어느 곳에서든 손에 쥘 수 있는 가장 민주적이고도 공평한 도구. 그가 말하는 연필의 새로운 정의에 주목해 본다.
진심어린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몽당연필처럼!
11년 전, 오로지 연필 한 자루만으로 세상을 감동시키겠다고 마음먹었던 안재훈 감독은 우리 한국 정서가 담긴 애니메이션을 만들고자 했다. 수많은 몽당연필을 쓰고나서, 그는 마침내 [소중한 날의 꿈](2011)이라는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다.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듯 만화 산업 또한 디지털화, 첨단화를 쫓으며 할리우드 진출을 시도하는 상황에서, 오로지 연필만으로 표현한 한국적인 작품을 꿋꿋하게 만들어낸 것이다.
안재훈 감독의 아날로그적 방식으로 탄생한 따뜻한 감성은 그의 작품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관객들을 감동시켰다. ‘진심을 다한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삶의 진리는 그의 작품 속에, 그리고 그가 쓴 수백만 자루의 몽당연필 속에 담겨 있다.
연필이 닳고 닳아 몽당연필이 될수록 ‘소중한 날의 꿈’에 한 걸음, 한 걸음 가까워져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짧은 몽당연필에 얽힌 기나긴 추억과 꿈 이야기를 통해 평범하지만 소중한 삶의 진리를 깨닫고자 한다. (끝).
방송일정 : 1월 25일(일) 밤 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