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마취 상태의 환자 동의 없이 수술실 내 의료진 대화를 녹음해 유튜브에 공개한 변호사와 환자에게 대법원이 실형과 집행유예를 확정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10일 이번 판결이 의료현장의 신뢰 보호와 적법한 분쟁 해결 절차의 중요성을 확인시켰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법원, 원심 확정…징역 1년·집행유예 각각 선고
대법원 제3부는 지난 6월 24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변호사 손 모 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1년 및 자격정지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함께 기소된 환자 김 모 씨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이 확정됐다.
이 사건은 성형수술을 받은 환자가 수술 중 의료진 사이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고, 해당 환자를 대리한 변호사가 녹음파일 일부를 발췌·편집해 유튜브 및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1심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단은 만장일치로 유죄 의견을 냈으며, 항소심과 대법원 모두 원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재판부 “수면마취 상태서 대화 참여 어려워…보호 대상 해당”
재판부는 수면마취 상태의 환자가 수술 중 의료진 간 대화에 정상적으로 참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해당 대화는 통신비밀보호법이 보호하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하며, 동의 없는 녹음 및 공개는 정당행위나 자구책으로 인정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특히 의료분쟁이나 진료 결과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더라도 불법적으로 취득한 자료를 온라인에 공개하거나 여론전으로 해결하려는 방식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급심은 해당 변호사가 녹음파일을 자극적인 영상으로 편집·제작해 추가 사건 수임 등 경제적 이익과 연결한 정황도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사회 “환자 권리도 절차 안에서”…고소대리인 “명확한 한계” 평가
대한성형외과의사회 반준섭 회장은 “환자가 진료 결과에 문제를 제기하고 설명을 요구할 권리는 당연히 존중돼야 한다”며, “그 권리 행사는 의무기록 검토, 전문가 감정, 의료분쟁조정, 수사와 재판 등 법이 정한 절차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불만과 갈등이 무단 녹음, 편집 공개, 온라인 폭로, 환불 또는 합의금 압박으로 이어진다면 의료진과 환자 사이의 기본적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사건의 고소 대리인을 맡은 박진식 변호사도 “수술 결과나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만과 갈등을 적법한 절차 없이 자극적 폭로나 여론 분쟁으로 해결하려는 최근 분위기에 우려가 크다”며 “이번 확정판결은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무분별한 공개와 사익 추구 행위에 명확한 한계를 제시한 판단”이라고 말했다.
반 회장은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표현이나 공익을 위한다는 명분이 환자와 의사 사이의 신뢰를 훼손하는 수단으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며 “환자 보호와 의료진 보호는 충돌하는 가치가 아니라 함께 지켜야 할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의료분쟁이 불법적 자료 수집이나 온라인 폭로가 아닌 객관적 검증과 적법한 절차를 통해 해결되는 문화가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회원들의 윤리적 진료와 자율정화 활동을 강화해 환자와 의료진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의료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