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모체태아의학회(회장 박중신)가 지난 6월 19~20일 경북 경주 라한셀렉트호텔에서 제32차 학술대회를 열고, 대한보조생식학회와 공동으로 다태 임신 팩트시트를 발표했다.
또한 뇌성마비 원인, 자궁 수술 후 임신, 임신 중 해열·진통제 복용에 대한 학회 공식 입장도 잇달아 제시했다.
◆다태아 출산율 17년 새 2배…“건강한 단태아 출산이 최우선”
대한모체태아의학회와 대한보조생식학회가 공동 발표한 팩트시트에 따르면, 국내 출생아 중 다태아 구성비는 2007년 2.7%에서 2023년 5.5%로 지난 17년간 2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본은 2007년 2.21%에서 2020년 2.04%로, 미국은 2007년 3.37%에서 2023년 3.14%로 각각 감소 추세를 보여, 국내 다태아 출산율 증가가 난임 시술 확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시사했다.
자연임신에서 쌍둥이 출산 확률은 약 1%지만 시험관 시술 시 25~30%까지 높아진다.
다태아를 가진 산모의 조산 확률은 60% 이상이며, 쌍둥이 중 절반 이상이 37주 이전 출생, 절반 이상이 2.5kg 미만 저체중으로 태어난다.
쌍둥이 출산의 4분의 1, 세쌍둥이 출산의 4분의 3은 신생아 집중치료실(NICU) 입원이 필요하고, 뇌성마비 발생 위험은 쌍둥이가 단태아의 4배, 세쌍둥이는 18배였다.
산모 역시 조기진통(6배), 임신중독증(2배 이상, 세쌍둥이 9배), 산후출혈(3배 증가) 등 위험이 커진다.
이에 대한모체태아의학회는 임신 성공률을 유지하면서 다태아 위험을 낮추는 ‘단일 배아 이식(Single Embryo Transfer, SET)’을 표준 치료로 권장하며, 배아 이식 개수는 산모 연령·배아 질·과거 임신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뇌성마비, 제대혈 산도만으로 원인 판단 안 돼”
고현선 가톨릭의대 교수가 발표한 학회 공식 입장은 전자태아심박동감시 보급과 제왕절개율 급증에도 뇌성마비 유병률이 수십 년간 큰 변화가 없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고현선 교수는 “이것이 뇌성마비의 상당수가 진통 시작 이전 요인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근거”라고 설명했다.
▲낮은 제대혈 산도, 뇌성마비 직접 증명 못해
2025년 미국산부인과 학회지에 보고된 대규모 연구에서는 제대동맥혈 산도 6.95 미만 출생아 중 뇌성마비 진단은 4.1%에 그쳤고, 2023년 홍콩 연구에서도 산도 7.0 미만 출생아의 뇌성마비 빈도는 2% 미만으로 보고됐다.
국내 한 대학병원의 19년간 자료에서도 만삭 단태아 중 산도 7.0 미만인 경우 저산소성 허혈성 뇌병증(HIE) 11.8%, 뇌성마비는 2.0%에 불과했다.
▲유전자 검사로 ‘원인 미상’ 사례 재해석 가능성
2023년 JAMA Pediatrics에 발표된 메타분석에서는 뇌성마비 환자의 엑솜시퀀싱(exome sequencing) 진단 수율이 31.1%로 보고돼, 과거 원인 미상 또는 분만 중 저산소증으로 분류됐던 사례 상당수가 실제로는 유전적 배경을 가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고현선 교수는 “전자태아심박동감시의 경우 뇌성마비 예측에 대한 위양성률이 99% 이상에 달해 단독 지표로서 한계가 크다”며, “산전 경과·분만 중 임상 상황·제대혈가스·영상소견·태반병리·유전적 원인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후적으로 뇌성마비를 분만 중 저산소증 결과로 단정하는 접근이 방어적 제왕절개 증가로 이어져 전치태반·유착태반·자궁파열 등 중증 모성 합병증을 늘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궁근종절제술·자궁선근증감축술 후 임신, 파열 위험 최대 12%
설현주 고려대의대 교수가 발표한 공식 입장에 따르면, 자궁근종은 가임기 여성의 20~25%에서 진단되는 흔한 양성 종양이다.
근종절제술 후 임신에서 자궁파열 발생률은 0.5~1%, 유착태반은 0.96~1.8%로 나타났다.
특히 자궁선근증감축술 후에는 자궁파열 위험이 3~12%, 유착태반 위험은 20~50%까지 보고돼 훨씬 높은 수준을 보였다. 국내에서는 자궁선근증수술 후 자궁파열로 산모가 사망한 사례도 확인됐다.
설현주 교수는 “수술 후 최소 6~12개월 이상의 회복 기간이 필요하며, 회복 기간이 길어도 파열 위험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자궁수술 이력이 있는 산모는 쌍둥이 임신 시 자궁벽 부담이 늘어 파열 위험이 더 커지는 만큼 시험관 시술 시 단일 배아 이식이 권장되며, 유착태반이 의심되는 경우 늦어도 임신 28주 이전 상급기관 전원을 통해 분만 시기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스웨덴 248만 명 코호트 “타이레놀-자폐증 인과관계 없다”
임신 중 해열·진통제 복용 논란과 관련해 최세경 가톨릭의대 교수는 2025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임신 중 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 복용과 자폐증 위험을 연관지어 언급하면서 불거진 논란과 이에 대한 과학적 검증 결과를 정리해 발표했다.
2024년 JAMA에 발표된 스웨덴 국가 코호트 연구는 1995~2019년 출생아 248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형제 통제(sibling-control) 분석을 적용한 역대 최대 규모 연구다.
단순 통계 모델에서는 파라세타몰 노출군의 자폐증 발생률이 1.42%로 비노출군 1.33%보다 다소 높게 나타났지만, 형제 통제 분석을 적용하자 자폐증 위험도(HR 0.98, 95% CI 0.94~1.02), ADHD(HR 0.98, 95% CI 0.95~1.01), 지적장애(HR 1.01, 95% CI 0.96~1.07) 모두에서 유의미한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
2024년 발표된 일본의 20만 명 이상 대상 형제 비교 코호트 연구에서도 동일한 결론이 나왔다.
◆ACOG “정치·사회적 불안이 진료 근거 될 수 없다”
미국산부인과학회(ACOG)는 2025년 실무 권고(Practice Advisory)를 통해 아세트아미노펜이 수십 년의 임상 경험과 최고 수준의 근거에 기반한 임신 중 가장 안전한 1차 해열·진통제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영국왕립산부인과학회(RCOG), 국제산부인과연맹(FIGO),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대한의사협회도 유사한 입장을 발표하며, 하루 최대 복용량 4,000mg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전문가 상담 후 복용할 것을 권고했다.
대한모체태아의학회는 오히려 발열과 통증을 방치할 경우 조산, 신경관 결손 등 위험이 커진다고 강조했다.
박중신(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대한모체태아의학회 회장은 “이번 학술대회는 진료실 안팎에서 산모와 의료진이 겪는 고민을 함께 나누고, 가장 과학적이고 안전한 길을 찾기 위해 마련됐다”며 “앞으로도 본 학회는 따뜻한 시선과 확고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건강한 임신과 출산을 돕는 든든한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Family Friendly’ 콘셉트로 기획
한편 이번 학술대회는 진료 현장을 지키느라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 어려웠던 의료진을 위해 ‘가족과 함께하는(Family Friendly)’ 콘셉트로 기획됐다.
3세 이상 자녀가 부모와 함께 머물 수 있는 ‘앙상블’ 공간이 개방되고 맞춤형 도시락이 지원되는 등, 학술 교류 속에서도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재충전의 시간으로 마련됐다.
학회는 앞으로도 최신 연구 결과를 반영한 공식 입장을 지속적으로 발표해 임신·출산 현장의 불안을 줄여나간다는 방침이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