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고혈압학회가 발표한 ‘2026 고혈압 진료지침(제6판)’은 치료 영역에서도 전면적인 변화를 담았다.
혈압 강하 효과가 입증된 신규 약물 4종이 치료 전략에 편입됐고, 고위험군의 목표혈압이 일제히 강화됐으며, 기존 ‘저항성 고혈압’ 대신 ‘난치성 고혈압’이라는 새로운 포괄 개념이 도입됐다.

◆신규 약물 4종, 고혈압 치료 무기고에 추가
기존 5대 1차 항고혈압제(ACE억제제, ARB, 베타차단제, 칼슘통로차단제, 이뇨제)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혈압 강하와 함께 심혈관·신장 보호 효과까지 입증된 4가지 약물군이 새로 자리를 잡았다.
▲ARNI(안지오텐신수용체-네프릴리신억제제)
사쿠비트릴/발사르탄은 레닌-안지오텐신계 차단과 네프릴리신 억제를 결합해 나트륨이뇨·이뇨·혈관확장을 동시에 촉진한다.
심부전 동반 고혈압 환자에서 ACE억제제·ARB보다 우선 권고됐다(Class I, LOE A).
염분 민감성이 높은 고혈압 환자에서는 발사르탄 단독 대비 진료실 수축기/이완기혈압을 2배 이상 더 낮추는 효과(−13.3/−6.2mmHg vs. −5.8/−4.2mmHg)가 확인돼 사용을 고려하도록 했다(Class IIa, LOE B).
▲SGLT2억제제
당뇨 여부와 관계없이 심혈관·신장 보호 효과를 보이면서 중등도의 혈압 강하(당뇨 환자 4.53/2.12mmHg)도 제공한다.
심부전, 알부민뇨, 추정사구체여과율(eGFR) 감소 환자에서 권고됐다(Class I, LOE A).
죽상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이 동반된 당뇨 환자에서는 GLP-1수용체작용제와 함께 우선 치료에 포함됐다.
▲비스테로이드성 MRA
피네레논은 기존 스피로노락톤에 비해 여성형 유방·월경 이상 등 내분비 부작용과 고칼륨혈증 위험이 낮다.
혈압 강하 폭 자체는 수축기혈압 약 2.7mmHg로 크지 않지만, 당뇨와 만성콩팥병(eGFR 25mL/min/1.73m² 이상)이 동반되고 알부민뇨가 있는 환자에서 심혈관·신장 보호 효과가 뚜렷해 권고됐다(Class I, LOE A).
▲알도스테론합성효소억제제(ASI)
박스드로스타트와 로룬드로스타트는 CYP11B2를 선택적으로 억제해 알도스테론 생성을 줄인다.
2제 이상 복용에도 혈압이 안 잡히는 환자에서 위약 대비 수축기혈압을 7~8mmHg 추가로 낮췄다.
다만 장기 안전성과 예후 데이터가 축적 중인 단계여서 난치성 고혈압에서 제한적으로 고려하도록 했다(Class IIb, LOE B).
◆단일제형복합제, 용량 기반 4단계 분류 첫 도입
두 가지 이상 항고혈압제를 한 알에 담은 단일제형복합제(SPC)는 복약 순응도를 높이고, 개별 약제 병용보다 혈압을 더 효과적으로 낮추며, 비용 면에서도 유리하다.
이번 지침은 다양한 용량의 SPC가 쓰이고 있는 현실을 반영해, 통상 시작 용량 기준으로 초저용량·저용량·표준용량·고용량의 4단계 분류 체계를 처음 제시했다.
학회는 “최근 연구에서 초저용량·저용량 복합제(3제·4제 포함)가 부작용 증가 없이 우수한 혈압 조절 효과를 보여, 향후 고혈압 치료의 새로운 전략으로 주목된다”고 설명했다.
2제 병용 시 SPC를 우선 고려하도록 권고했다(Class IIa, LOE B).
◆목표혈압, 고위험군 전반에서 130/80mmHg로 통합 강화
이번 지침에서 임상적으로 가장 큰 파급력을 가진 변화는 목표혈압의 전면 하향이다.
합병증 없는 일반·노인 고혈압은 기존대로 140/90mmHg 미만을 유지했지만, 고위험군과 주요 동반질환자에서는 일제히 130/80mmHg 미만으로 강화됐다(모두 Class I, LOE A).
▲당뇨 환자
이전 지침에서는 위험인자 유무에 따라 140/90mmHg과 130/80mmHg으로 이원화돼 있었다.
이번에는 STEP·ESPRIT·BPROAD 등 최근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를 근거로, 모든 당뇨 환자에서 130/80mmHg 미만으로 통합했다.
학회는 “동반 위험인자가 하나도 없는 저위험 당뇨 환자는 전체의 2% 미만이어서, 별도 분류의 임상적 의의가 크지 않다”고 통합 배경을 설명했다.
▲만성콩팥병 환자
이전에는 알부민뇨가 동반된 경우에 한해 130/80mmHg 미만을 고려했으나, 7개 임상시험 통합 분석에서 진행된 만성콩팥병(4~5기) 환자의 주요 신장 결과가 기저 알부민뇨와 무관하게 약 20% 감소한 것을 근거로, 알부민뇨 유무와 관계없이 130/80mmHg 미만으로 강화했다.
표준화된 혈압 측정법 사용 시에는 수축기혈압 120mmHg 미만도 고려할 수 있다(Class IIa, LOE B).
▲뇌졸중 환자
이전에는 수축기혈압 140mmHg 미만이 기본이었고, 열공뇌경색에 한해 130mmHg 미만을 고려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RESPECT 시험과 메타분석 근거를 바탕으로 대부분의 뇌졸중 환자에서 130/80mmHg 미만을 권고했다.
다만 두개내 뇌혈관 협착이 동반된 허혈뇌졸중에서는 혈역학적 손상 우려로 140/90mmHg 미만을 유지하도록 별도 단서를 뒀다.
아울러 혈압의 하한치에 대해서도 처음으로 명확한 가이드를 제시했다.
수축기혈압이 110mmHg 미만이거나 이완기혈압이 70mmHg 미만으로 떨어지면 사망률과 관상동맥질환 위험이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하고, 특히 노인·당뇨·다발성 관상동맥질환·심비대 환자에서 이완기혈압을 70mmHg 미만으로 낮추지 않도록 권고했다(Class IIb, LOE B).

◆고혈압 전단계에서도 고위험군은 약물치료 고려
고혈압 전단계(130~139/80~89mmHg)에서 약물치료의 직접적 심혈관 예방 효과를 입증한 근거는 아직 제한적이다.
그러나 관상동맥질환·말초혈관질환·복부 대동맥류·심부전 등 심혈관질환이 동반된 경우에는 약물치료를 고려하도록 했다(Class IIa, LOE B).
또한 당뇨·만성콩팥병·장기 손상 등 고위험 인자가 있는 고혈압 전단계 환자에서는 3개월간 생활요법 시행 후에도 혈압이 130/80mmHg 이상이면 약물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Class IIb, LOE B).
◆‘난치성 고혈압’ 새 개념 도입…치료 알고리즘 제시
기존 ‘저항성 고혈압’(이뇨제 포함 3제 이상 최적 용량에도 140/90mmHg 이상)이라는 용어는 “일반인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고, 가성저항성·불응성 등 다양한 임상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학회는 2제 이상 항고혈압제를 사용해도 목표혈압에 도달하지 못하는 상태를 포괄하는 ‘난치성 고혈압(difficult-to-control hypertension)’이라는 상위 개념을 새로 도입했다.
기존의 저항성 고혈압(3제 미달)과 불응성 고혈압(5제 미달)을 모두 포괄한다.
치료 알고리즘은 단계적으로 구성됐다.
먼저 가성난치성(순응도 불량·부정확한 측정·백의 효과)을 배제하고, 혈압 상승 유발 약물과 이차성 고혈압·수면무호흡증을 확인한다.
이후 생활습관 교정과 이뇨제 중심 약물 최적화를 거쳐, 4차 약제로 스피로노락톤을 추가한다.
스피로노락톤이 여성형 유방 등 부작용으로 어려운 경우(약 10%) 아밀로라이드를 대안으로 고려한다(Class IIa, LOE B).
최근 국내 임상시험에서 아밀로라이드가 스피로노락톤과 동등한 혈압 강하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한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그래도 혈압이 잡히지 않으면 ACE억제제·ARB에서 ARNI로의 전환(Class IIb, LOE B), 알도스테론합성효소억제제 추가(Class IIb, LOE B), 콩팥교감신경차단술(Class IIb, LOE B) 등을 단계적으로 고려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콩팥교감신경차단술에 대해서는 “혈압 강하 효과의 크기가 제한적이고 장기 예후 근거가 충분하지 않아, 최적의 약물치료에도 불구하고 혈압 조절이 안 되는 환자에서 제한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생활습관 권고도 세밀하게 손질
비약물치료 영역에서도 주요한 변화가 있다.
▲전자담배 금연과 마음요법 추가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전자담배 금연과 마음요법의 추가다.
학회는 “전자담배와 간접흡연도 심혈관 위험 증가와 관련된다는 근거를 반영해 금연 권고 범위를 확대했다”며, 전자담배 사용자에게도 금연을 권고했다(Class I, LOE B).
호흡 운동·마음챙김·명상 등 스트레스 완화 요법은 수축기/이완기혈압을 약 4/2mmHg 낮추는 메타분석 결과를 근거로 비약물 치료 전략에 포함됐다(Class IIa, LOE B).
▲세부 수치 조정
세부 수치도 조정됐다.
하루 소금 섭취 권고량은 기존 6g에서 5g(나트륨 2,000mg)으로 낮아졌다.
운동 권고는 “주 5~7회, 1회 30분 이상 유산소운동”에서 “주 중강도 150분 또는 고강도 75분 이상”으로 국제 기준에 맞춰 재정리됐다.
체중 감량 기준도 ‘체질량지수 25kg/m²까지’라는 구체 수치 대신 ‘과체중·비만 환자에서 체중 감량을 통해 혈압을 낮출 것’으로 실용적으로 바뀌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