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고혈압학회가 2022년 부분 개정 이후 4년 만에 고혈압 진료지침을 전면 개정한 ‘2026 고혈압 진료지침(제6판)’을 발표했다.
학회는 이번 지침의 핵심 변경 사항을 정리한 하이라이트 논문을 5월 22일 Clinical Hypertension 저널(Clin Hypertens. 2026;32:e31)에 동시 게재했다.
◆“조절률 5%에서 62%로”…성과 위에 쌓은 새 과제
대한고혈압학회는 2000년 첫 진료지침 발표 이후 2007년, 2013년, 2018년, 2022년에 걸쳐 지침을 개정해왔다. 이번이 여섯 번째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국내 고혈압 조절률(유병자 중)은 1998년 6.8%에서 2023년 62.2%로 향상됐고, 세계보건기구(WHO)가 2025년 발표한 국제 보고서에서도 한국은 고혈압 관리 모범 국가로 소개됐다.
그러나 여전히 약 40%의 환자에서 혈압이 적절히 조절되지 않고, 20~30대 젊은 층의 인지율·치료율·조절율이 고령층에 비해 뚜렷이 낮은 것이 과제로 남아 있다.
학회는 “치료자 조절률은 연령에 따른 차이가 없어, 젊은 환자도 치료를 시작하면 충분한 혈압 조절이 가능하다”며 조기 발견과 치료 개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지침은 임상현 부천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를 위원장으로 20명의 다학제 위원회를 중심으로 추진됐다.
대한심장학회, 대한가정의학회, 대한당뇨병학회, 대한신장학회, 대한뇌졸중학회 대표 위원이 참여해 진료 현장의 다양한 관점을 반영했다.
◆이완기단독고혈압, 혈압 분류 체계에 첫 편입
이번 지침에서 가장 눈에 띄는 진단 체계 변화는 이완기단독고혈압(isolated diastolic hypertension, IDH)의 신설이다.
수축기혈압은 140mmHg 미만으로 정상 범위이지만 이완기혈압만 90mmHg 이상으로 상승한 상태를 별도 범주로 분류한 것이다.
학회는 “특히 젊은 연령층에서 흔한 형태로, 장기적으로 표적장기 손상과 심혈관 합병증 위험 증가와 관련된 국내 연구 결과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가건강검진과 건강보험청구 데이터를 활용한 국내 역학 연구에서 수축기혈압이 정상 범위에 있더라도 이완기혈압이 상승하면 심혈관질환 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고혈압 기준 자체는 기존과 동일하게 140/90mmHg 이상을 유지했다.
전체 혈압 분류는 정상혈압(120/80mmHg 미만), 주의혈압(120~129/80mmHg 미만), 고혈압 전단계(130~139/80~89mmHg), 1기 고혈압(140~159/90~99mmHg), 2기 고혈압(160/100mmHg 이상), 수축기단독고혈압, 이완기단독고혈압의 7개 범주로 구성됐다.

◆커프리스 혈압계, 국내외 진료지침 최초로 임상 권고
이번 지침은 국내외 진료지침 가운데 처음으로 커프리스(cuffless) 혈압계를 임상 혈압 감시 장치로 포함했다.
유럽고혈압학회(ESH), 유럽심장학회(ESC), 미국심장협회/미국심장학회(AHA/ACC), 일본고혈압학회(JSH) 등 주요 국제 지침에서도 아직 정식 권고하지 않은 내용이다.
커프리스 혈압계는 커프 압박 없이 맥파전달시간, 광용적맥파 기반 맥파전달속도와 파형 분석, 말초혈류 변화 등의 알고리즘으로 혈압을 추정한다. 일상생활과 수면 중 연속 측정이 가능해 혈압 변동성 평가와 자가관리에 유용하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반지형(ring-type) 혈압계는 청진법 측정과 비교한 결과 수축기/이완기혈압 평균 차이가 0.16±5.90mmHg/−0.07±4.68mmHg로 양호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24시간 활동혈압 모니터링(ABPM)과 비교해서도 24시간·주간·야간 측정 모두 국제표준화기구(ISO) 81060-2:2018 기준(평균 차이 5mmHg 이하, 표준편차 8mmHg 이하)을 충족했다.
이 기기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으며, 24시간 활동혈압감시에 대해 건강보험 수가가 적용돼 실제 임상에서 활용되고 있다.
다만 학회는 기기별 정확도 편차가 존재하고, 검증 프로토콜·적용 기술·보정 방법·데이터 해석의 표준화가 아직 필요하다는 점을 함께 명시했다.
권고 등급은 ‘진료실 밖 혈압 모니터링에 활용을 고려할 수 있다(Class IIb, LOE B)’로, 보조적 도구로서의 위상을 부여한 셈이다.

◆수은혈압계 퇴장, 무수은 시대 본격화
혈압 측정 기기 분류도 정비됐다.
수은혈압계가 공식적으로 퇴출되면서, 현재 사용되는 커프형 혈압계를 작동 원리에 따라 수동(아네로이드·하이브리드)과 자동(진동법·청진형 자동)으로 체계화했다.
청진형 자동혈압계가 진료실 혈압 측정 방법으로 새로 추가된 점도 눈에 띈다.
심방세동 환자는 청진법으로 3회 이상 측정 후 평균값을 사용하도록 했고, 기립성 저혈압은 기립 후 1분과 3분에 측정해 수축기 20mmHg 이상 또는 이완기 10mmHg 이상 감소 시 진단하도록 기준을 명확히 했다.
학회는 “이번 지침이 최신 연구 근거와 실제 임상 진료 사이의 간극을 줄여, 궁극적으로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전체 진료지침 본문은 대한고혈압학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