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난청 관리를 복지 차원이 아닌 초고령사회 대응을 위한 선제적 투자로 접근해야 한다”
국회에서 열린 시니어 사회활동 지원 정책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이같이 밝히며, 현행 장애 등록 중심 제도의 한계를 지적하고 경·중등도 난청 단계에서의 조기 개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초고령사회, 사회활동 지속 기간 확장이 핵심
박경하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발제를 통해 “초고령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수명 연장이 아니라, 사회 안에서 활동하며 역할을 이어갈 수 있는 기간을 확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년 연장이나 일자리 확대만으로는 고령자의 지속적인 사회참여를 담보하기 어렵고, 실제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환경 조성이 병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 연구위원은 시니어의 사회활동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난청 문제를 지목했다.
노인성 난청은 서서히 진행돼 본인이 인식하지 못한 채 방치되기 쉽고, 이로 인해 일상적 소통과 대인관계 형성에 어려움이 발생한다.
이러한 소통의 제약은 직무 수행과 사회참여 전반에 영향을 미쳐, 고령층이 경제활동과 지역사회 활동에서 이탈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그는 “고령층이 사회활동을 중단하는 이유는 의지 부족이 아니라, 소통과 참여를 가로막는 구조적 장벽 때문인 경우가 많다”며, 난청은 가장 흔하지만 정책적으로 충분히 다뤄지지 않은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시니어의 사회활동 중단은 개인의 삶의 질 저하에 그치지 않고, 의료·돌봄 비용 증가와 사회적 고립 심화로 이어져 사회 전체의 부담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박 연구위원은 초고령사회 시니어 정책의 방향을 ‘보호’에서 ‘참여와 지속’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난청은 ‘숨겨진 장애’, 보청기로 기능 회복 가능
박무균 대한이과학회 보청기연구회 회장은 “난청은 외형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사회활동과 직업 수행 능력을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숨겨진 장애”라고 설명했다.
특히 노인성 난청은 시각이나 보행 능력 장애와 달리 적절한 보조기기만 제공되면 신체 기능과 사회적 수행 능력을 상당 부분 회복할 수 있는 특징을 지닌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난청만 해결되면 많은 고령자는 신체적으로 정상인과 다름없는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며, “보청기가 단순한 보조기기가 아니라 사회참여와 경제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난청 관리가 의료적 문제를 넘어 노동력 유지와 직결된 정책 과제임을 의미한다.
특히 박 회장은 경·중등도 난청 단계에서의 조기 개입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제도는 장애 등록 여부를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실제로 사회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다수의 경·중등도 난청 노인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 결과 난청이 악화될 때까지 방치되거나, 사회활동 중단 이후에 개입이 이루어지는 비효율적인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보청기 지원, 의료·돌봄 비용 줄이는 선제적 투자
박무균 교수는 “보청기 지원을 복지 지출로만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이는 고령층의 사회활동과 노동 참여를 유지해 장기적으로 의료·돌봄 비용을 줄이는 선제적 투자”라고 밝혔다.
실제로 난청은 고령층에서 장애생활연수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요인 중 하나로, 초고령사회와 정년 연장 시대에 난청 관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정책 과제라고 강조했다.

◆청각재활, 건강인과 동일한 사회활동 가능케 해
이동희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이비인후과학교실 교수는 “청각인은 보청기를 통한 적절한 청각재활만 이루어지면, 건강인과 동일하게 일상생활과 사회활동을 수행할 수 있다”며, “난청은 관리 여부에 따라 장애가 될 수도, 극복 가능한 기능 저하에 머물 수도 있는 특성을 지닌다”고 설명했다.
특히 “청각 기능 회복은 단순한 의사소통 개선을 넘어, 직업 수행과 사회적 관계 유지의 출발점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정부가 추진 중인 정년 연장 정책과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종합계획을 언급하며, 향후 고령자의 인적자본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시니어가 실제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으려면, 청각과 같은 기초적인 감각 기능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동희 교수는 “노인일자리와 사회활동의 의미를 경제적 효과에만 한정해서는 안 된다”며, “고령층의 사회활동은 노동력 공급과 국가경쟁력 확보라는 측면뿐 아니라, 삶의 가치 회복, 인간관계 유지, 자기발전, 육체적·정신적 건강 유지라는 사회관계적 효과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난청으로 인해 이러한 활동이 차단될 경우, 고령자는 사회적 고립과 기능 저하의 악순환에 빠질 위험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박시내 대한이과학회 회장(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이비인후과학 교실 교수)도 난청이 우울, 인지기능 저하,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동희 교수는 보청기 지원 정책에 대해 이는 단기적인 복지 비용이 아니라, 시니어가 사회와 함께 살아가며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평가했다.
난청 해결을 통해 시니어가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기능할 수 있을 때, 개인의 삶의 질 향상과 함께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성도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