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이하 직선제산의회)가 지난 12일 서울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제21차 춘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 의료사고특례법 개정안, 산부인과 수가 구조 등 필수의료 현안에 대한 종합적인 입장을 제시했다.
◆“의사 수 부족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가 핵심”
정부는 지역의료 붕괴와 필수의료 공백 해소를 이유로 의과대학 정원을 현행 3058명에서 2027년 3548명, 이후 3671명까지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직선제산의회는 “이 정책이 ‘의사 수 부족’이라는 단순한 가정에 기반하고 있어 실효성과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심각한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며, “필수의료 붕괴의 실제 원인이 저수가·고위험 구조에 있다”고 강조했다.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등 필수과는 높은 업무 강도와 의료분쟁 위험에도 불구하고 낮은 보상체계가 지속돼 왔고, 이로 인해 의료인력 보상이 높고 분쟁 부담이 적은 분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직선제산의회는 “단순한 인력 증가로는 이러한 구조적 쏠림을 해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진 : 송동화 공보이사, 박혜성 수석부회장, 박태선 부회장, 오상윤 부회장, 손문성 부회장, 김재유 회장, 김동석 명예회장, 김재선 부회장, 강병희 부회장)
◆지역의사제·교육 인프라·건보 재정 등 다방면 우려
직선제산의회는 “지역의사제에 대해서도 의무복무 종료 후 수도권 이동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강제가 아닌 유인 구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주거, 교육, 소득을 포함한 지역의료 종합 지원 패키지 구축과 장기 근속 인센티브 제공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교육 인프라 측면에서는 추가 증원 시 강의실·실습시설·교수 인력 부족 문제가 심화돼 의료 인력의 질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의대 정원 확대로 의사 수가 증가하면 의료 이용이 늘어나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또한 대형병원 선호가 수십 년간 고착된 상황에서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린다고 환자의 의료 이용 행태가 변하지 않는다며 1차~2차~3차 의료기관 역할 재정립과 의료전달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료사고특례법 “현장 사법 리스크 실질 해소돼야”
직선제산의회는 현재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입장을 제시했다.
해당 개정안은 의료배상 책임보험 가입, 의료사고 설명의무 이행, 중대한 과실 없음 등의 요건을 충족하면 형사 기소를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직선제산의회는 “분만·응급·중증 진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많아, 의료진이 최선의 주의 의무를 다했음에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형사 책임만 면제되더라도 민사 소송, 행정처분, 보험 청구 등 복합적 리스크를 여전히 안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분만 관련 민사소송에서 구체적 의료과실 판단 기준이 불명확해 의료진이 소송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 전공의 지원 감소와 산부인과 기피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직선제산의회는 분만 및 필수의료 관련 민·형사상 의료과실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 마련도 촉구했다.
◆심의위원회 개선·설명의무 자율성·공제조합 역할 유지
직선제산의회는 의료사고심의위원회에 대해 “행정적 판단에 지나치게 의존하며 사법 절차를 대체할 위험이 있다”며, 의사 출신 위원을 충분히 포함하고 전문성을 강화할 것을 요구했다.
설명의무와 사과 의무의 법적 강제에 대해서는 “잘못된 자백이나 섣부른 설명으로 현장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며 자율성 보장을 촉구했다.
법안 도입으로 의료배상공제조합의 역할이 축소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도 표명하며, 법안 입법 과정에서 의료계와 법조계가 모두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을 요구했다.
◆국제 비교에서도 현저히 낮은 분만비…원가보존율 52.9%
직선제산의회는 저수가 정책과 과도한 규제로 산부인과 개원의들이 필수 진료를 포기하거나 미용·성형 진료로 전환하고, 폐업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직선제산의회의 2022년 자료에 따르면 의원급 산과 원가보존율은 2017년 64.5%에서 2018~2019년 54.9%, 2020년 53.7%, 2021년 52.9%로 지속 하락하며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다.
제왕절개 분만비를 국제적으로 비교하면 미국 약 1500만 원, 영국 약 1200만 원, 남아프리카공화국 약 256만 원인데 반해 우리나라 분만비는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직선제산의회는 “이는 단순한 저출산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안전한 출산권과 필수의료 접근성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수가 현실화·신규 보험코드 도입 등 전방위 개선 요구
직선제산의회는 분만·제왕절개 수가를 국제 수준으로 현실화하고 분만실을 특수병상으로 지정해 정당한 수가를 신설할 것을 요구했다.
Risk fee, 분만대기료 등 신규 보험코드 도입, 산과 초음파 7회 보험 제한 폐지, 신생아실 입원료 인상도 요구 사항에 포함됐다.
▲기본진찰료와 관련해서는 내과 대비 진료시간·소독·기구 사용 부담을 반영한 인상을 촉구했다.
▲질강처치료 제도에 대해서는 현행 80% 급여제도를 폐지하고 전회 급여를 인정하며 수술·처치 병행 시에도 독립 산정을 허용할 것을 요구했다.
▲PAP검사 등 세포병리검사 관련 검체 채취료와 임신·분만·불임·모유수유 등 장시간 상담료 신설도 제안했다.
◆비급여 초음파·특수 시술·요실금 수술 수가 문제도 지적
직선제산의회는 산모 진찰이 초음파만이 아니라 혈압, 체중, 임신 경과 평가 등 종합적 진료를 포함하는데 비급여 초음파 시행을 이유로 진찰료를 삭감·환수하는 현행 제도는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자궁경부 주위 신경 차단술(Paracervical block)에 대해서도 "외래 산부인과 시술 시 통증 경감을 위한 필수 마취 술기임에도 현재 수가 공백 상태"라며 독립 수가 신설을 촉구했다.
수가 미인정으로 불필요한 전신마취가 유도돼 환자 안전 저하 및 의료비 증가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요실금 수술 시 방광류·직장류 동시 수술에 대한 적정 수가 인정과 과도한 추가 검사 및 입증자료 요구 기준 완화도 요구했다.

◆“필수의료 살리기가 최우선 과제”
직선제산의회 김재유 회장은 “정부 주도의 일방적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은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필수의료 수가 정상화, 사법 리스크 실질 해소, 산부인과 수가 현실화와 규제 완화”라고 강조했다.
이어 “안정적인 산부인과 운영 없이는 국민 안전과 분만 인프라가 붕괴될 수 있다”며 의료 현실을 반영한 구조적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