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산부인과의사회(회장 김재연, 이하 산의회)가 5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55차 춘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분만 인프라의 근본적 구조 개혁을 촉구하며, 최근 논의되고 있는 조산사 인력 활용 확대 방안에 대해 “분만 인프라 붕괴의 해법이 될 수 없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산부인과 간판 내리는 전문의들…분만 현장은 ‘공동화’
산의회가 이날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산부인과 전문의가 개설한 의원 2,291개소 중 ‘산부인과의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기관은 1,320개소(57.6%)에 그쳤다.
나머지 971개소(42.4%)는 전문의가 운영하면서도 산부인과 간판을 내리고 진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분만을 시행하는 의원은 전체의 10%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별 분만 인프라 공백도 심각하다.
전국 252개 시군구 중 84곳(33.3%)에는 분만이 가능한 의료기관이 단 한 곳도 없다.
산의회는 “분만 환경이 더 이상 민간의 선의만으로는 유지될 수 없는 한계점에 도달했다”며, “앞으로 산부인과 간판을 내리는 회원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정부에 ‘4대 과제’ 제시
산의회는 분만 인프라 재건을 위해 정부에 4대 과제를 제안했다.
▲분만 수가의 현실화와 ‘필수 의료 유지 보상제’ 도입
분만은 24시간 대기 인력과 시설을 유지해야 하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한 만큼, 일본·대만 등의 사례를 참고해 인프라 유지 비용을 국가가 보전하는 별도 수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불가항력 의료사고 국가 책임제의 실효성 강화
분만 과정의 예측 불가능한 사고에 대해 의료진의 민·형사상 부담을 획기적으로 완화하고, 국가가 보상을 전적으로 책임지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역 분만 취약지에 대한 직접 지원 확대
산의회는 “민간에 맡겨둘 것이 아니라 국가가 직접 시설과 인력 운영비를 지원하는 지역 거점 분만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의 복귀를 위한 제도적 유인책 마련 요구
산의회는 “신규 인력 배출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을 떠난 전문의들이 다시 분만대로 돌아올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조산사 확대, 고위험 시대에 역행”
산의회는 최근 국회의원은 물론 정부 일각에서 논의되는 조산사 인력 활용 확대 방안에 대해 강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산의회는 “고령 산모와 고위험 임신이 급증하는 현재의 인구 구조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응급 상황에 즉각 대응 가능한 ‘전문의 중심의 안전 분만 체계’”라며 “조산사 활용 확대 논의에 앞서 전문의가 현장을 떠나는 원인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해 정부와 언제든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며 “사태의 본질을 직시해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제도 개선에 나서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