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공의협의회와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가 전진숙 의원이 대표발의한 보건의료인력지원법 개정안 및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217179)에 대해 즉각 폐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대전협 “현대판 강제노역…ILO 협약에도 정면 배치”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한성존)는 10일 성명을 통해 전진숙 의원이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 일명 ‘진료공백 방지법’을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인력을 국가 통제 아래 강제 동원하겠다는 초헌법적 발상”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즉각 폐기를 요구했다.
대전협은 현재의 의료 혼란이 정부의 일방적 정책 추진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도 근거와 절차가 모두 부실했던 정책 결정 과정이 확인됐음에도, 국가가 위기 상황을 자의적으로 정의하고 의료 인력을 강제 동원하겠다는 것은 “현장 의사들을 법적으로 겁박하면 된다는 부적절한 발상”이라고 규정했다.
대전협은 정부가 지난 의정 갈등 과정에서 공중보건의와 군의관을 수도권으로 차출해 지역의료를 스스로 붕괴시킨 전례를 들며, 법으로 묶어두고 강제로 일하게 만드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현대판 강제노역”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는 대한민국 정부가 비준한 ILO 제29호 강제노동 금지 협약에도 정면 배치된다. 전공의는 단순한 노동 인력이 아니라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책임질 수련생이다. 법적 강제보다 무너진 신뢰 회복이 먼저”라며, “젊은 의사들의 목소리를 힘으로 억누르려 할수록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더욱 어두워질 뿐”이라고 경고했다.
◆의대교수협 “처벌 입법은 필수의료 붕괴 가속화할 것”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회장 조윤정 고려대 의대 교수)는 성명과 폐기 의견서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하며,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필수의료를 살리는 법이 아니라 이미 취약해진 의료체계를 더 위태롭게 만들 수 있는 처벌 중심 입법”이라고 규정했다.
해당 법안은 응급의료, 중환자 치료, 분만, 수술, 투석, 마취, 진단검사 등을 '필수유지 의료행위'로 규정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정지·폐지하거나 방해할 경우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의대교수협은 필수의료 붕괴의 원인이 처벌조항의 부재가 아니라 저수가, 고위험 저보상 구조, 전공의 의존형 운영, 수련환경 악화, 지역·과목 간 인력 불균형, 법적 책임 부담 등 구조적 문제의 누적에 있다고 지적했다.
▲헌법적 정당성·법체계 정합성 모두 결함
의대교수협은 폐기 의견서에서 해당 법안이 헌법상 직업의 자유(제15조), 강제노역 금지(제12조 제1항), 죄형법정주의, 평등권, 과잉금지원칙 등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상세히 분석했다.
특히 형사처벌로 계속 근무를 강제하는 구조는 헌법상 강제노역 금지 원칙과 중대한 긴장을 초래하며, 처벌 대상 행위 범위를 보건복지부령에 포괄적으로 위임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법체계 측면에서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필수유지업무 제도, 현행 의료법상 업무개시명령, 응급의료법, 전공의 특별법 등과의 정합성이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현행 의료법에 이미 업무개시명령 제도가 존재함에도 별도의 상시적 금지 및 형사처벌 구조를 도입하는 것은 기존 제도와 중복·충돌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환자안전법 아닌 환자위험법”
의대교수협은 정책 효과 측면에서도 이 법안이 필수과 지원 기피, 당직·온콜 회피, 고위험 진료 축소, 지역의료 이탈을 심화시켜 필수의료 기반을 오히려 붕괴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안전한 진료가 곤란한 상황에서도 업무 중단이 어려워져 과로·인력 부족·감독 미비 속에서 형식적으로만 유지되는 진료체계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의대교수협은 “적정 인력도, 안전한 진료환경도 없이 형식적 연속성만 강제하는 법은 환자안전법이 아니라 환자위험법”이라고 규정하며, 국회가 처벌 입법을 멈추고 필수의료 붕괴를 초래한 구조적 실패에 대한 검증과 시정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대전협과 의대교수협은 이번 법안이 수정·보완의 대상이 아니라 즉각 철회 또는 폐기돼야 한다는 데 입장을 같이했다.
양 단체는 처벌과 강제가 아닌 구조적 문제 해결과 신뢰 회복만이 한국 의료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