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수급추계위원회가 12월 30일 2040년 의사인력 부족 규모를 최소 5,704명에서 최대 1만 1,136명으로 전망한 추계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의협 “다양한 검증방법 적용, 심층 논의 필요”
대한의사협회는 12월 31일 입장문을 통해 “추계 결과를 즉각 최종 결론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되며 심도 있는 논의와 검증이 필요하다”며, “한 가지 방법으로만 검증하지 않고 다양한 방법을 적용한 점은 합리적이다. 국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검증 방법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변수를 조금만 달리해도 예상값이 2배 차이날 만큼 의사수급 예측은 어렵다”며 “의료현장의 방대함과 복잡성, 급변하는 기술과 사회상을 고려하면 당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자료·분석방법·코드 확인해 교차검증 예정
의협은 추계 결과에 대한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제시했다.
의협은 “추계 결과를 도출한 근거와 자료 등 구체적 내용은 발표 자료에서 확인할 수 없었다”며 “추계위측에 자료검증을 위한 원자료 및 분석방법, 분석코드를 요청했으며 이를 확인하고 검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의협은 곧 자체 분석한 자료와 연구 공모과제 발표가 예정돼 있어 이를 통한 교차검증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의사 노동량·생산성 조사 없이 서두른 추계 유감”
의협은 추계위가 중요 요소들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서둘러 결과를 발표한 점에 유감을 표명했다.
▲검토 부족한 추계, 미래 의료체계 결정에 부적합
의협은 “의사 노동량, 생산성 등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논의 없이 시간에 쫓겨 검토가 충분치 않은 추계 결과를 발표한 것은 유감”이라며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중요 요소들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서두름은 미래 우리나라 의료체계를 결정하게 될 중요한 정책결정 과정에 적합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특히 “의료이용량이 현재와 같은 비율로 증가한다는 가정은 인구경제학적으로 불가능하고 현행 건강보험체계에서도 불가능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대 교육여건 전혀 고려 안 돼
의협은 이번 추계가 의과대학 교육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이번 추계 결과는 ‘의사가 부족하다’는 정치적 논쟁점을 검증함에 급급하여 의과대학 교육 여건과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도출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사수급정책은 ‘몇 명의 의사를 만들겠다’는 목적으로만 결정되어서는 절대 안 되고 ‘몇 명의 좋은 의사를 만들겠다’라는 목적으로 결정되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의사 교육 및 양성을 전담하고 있는 의과대학 교수들과의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정심, 실질적 논의 통해 합리적 결론 도달해야
의협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가 단순히 추인 여부만 논의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보정심은 대한의사협회가 지적한 여러 문제점들을 인식하면서 검증 과정을 거친 다양한 결과들을 놓고 실질적 논의를 통해 합리적인 결론에 도달해야 한다”며 “이것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사수급정책은 우리나라의 미래 의료를 결정하는 중요 정책”이라며 “추계 발표의 문제점을 팩트에 근거해 합리적 의견과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덧붙였다.
◆병원의사협 “현실 미반영한 오류투성이 결론, 절대 수용 불가”
대한병원의사협의회(병원의사협)는 “추계위의 어이없는 발표내용을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병원의사협은 “추계위에 다수의 위원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황당한 결과를 회원과 국민들로 하여금 확인하게 한 대한의사협회의 무능과 안일함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의협을 강하게 비판했다.
▲“PA 합법화·비대면 진료 확대 등 현실 변화 미반영”
병원의사협은 추계위가 현재 대한민국 의료 상황의 변화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병원의사협은 “정부는 간호법 제정을 통해 PA 제도를 합법화시켰으므로 입원 의료 공급 영역에서 필요한 의사 인력은 과거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추계에 반영하지 않았다”며 “외래 의료 공급 영역의 경우에도 비대면 진료 확대로 인해 필요한 의사 인력은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부의 요양병원 구조조정 및 돌봄 사업 확대로 인해 요양 관련 의료 공급에서도 필요한 의사 수는 빠르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나 이러한 부분들 역시 추계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고령 의사 활동 확대 현실도 미반영
병원의사협은 의사 공급 추계에서도 문제를 지적했다.
병원의사협은 “현재 의사들은 사실상 사망하지 않는 한 은퇴를 하지 않을 정도로 고령 의사들의 활동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활동 의사 수를 추계했어야 함에도 추계위는 과거 자료와 통계를 통해서만 판단하여 이러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어 “결국 추계위의 이번 발표는 대한민국 의료 현실과 미래에 다가올 것이 거의 확실시되는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채 과거의 자료와 의료 행태를 바탕으로만 계산된 오류투성이 결론이라고 볼 수밖에 없으므로 그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의협, 임상의사 아닌 예방·보건 교수 중심 추천…위기 상황서도 무대응”
병원의사협은 의협의 대응이 무능하고 안일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의협 대응, 무능하고 안일”
병원의사협은 “추계위는 직접 연구를 수행하는 조직이 아니라 추계된 내용을 보고 현실을 반영하여 결론을 내놓는 사실상 정치적인 조직이기에, 임상 의료 현장을 잘 아는 의료 전문가들이 다수 포함되어야 한다”며 “그러나 의협은 위원 추천 시 대부분 임상 의료 현실을 잘 알지 못하는 예방 및 보건 전공 교수들을 추천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주 추계위 11차 회의 이후 언론을 통해 2040년 부족한 의사 수가 1만8000여 명 수준이라는 내용이 알려졌을 때, 의협은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추계를 요구하면서 기존 의협 추천 추계위원을 사퇴시키고 임상 의사 중심으로 새로운 위원들을 추천했어야 했다”며 “하지만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도 의협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의대생·전공의 2년 희생 무의미하게 만들어”
병원의사협은 “의대정원 증원 문제는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전 정권의 폭압에 맞서 자신들의 인생을 2년 가까이 희생하면서까지 막아낸 핵심 이슈”라며 “의협은 적절한 대처를 하지 않음으로써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고귀한 희생을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렸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협 집행부는 회원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고, 1월 중 있을 보정심에서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직을 걸어서라도 모든 역량과 노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라며 “만약 추계위에서 발표한 내용대로 보정심에서도 최종적으로 의대정원 증원이 결정된다면, 의협 집행부는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는 모습을 보여야 마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대교수협 “의료 소비구조 개혁·교육여건 고려한 점진적 증감원 필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의대교수협)도 입장문을 통해 “추계위원회의 논의가 현재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의료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지 못했고, 정부가 미리 정해놓은 의대 증원을 정당화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의료 서비스 과도한 소비 부추기는 구조 개선 필요
의대교수협은 “의료 서비스의 과도한 소비를 부추기는 제도와 구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특히 낮은 본인 부담, 무차별적인 실손보험, 검사와 치료에 대한 과도한 사회적 관용에 의한 소비자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구조를 바로 잡지 못하면 의대 증원이 의료 접근성 개선이 아니라 불필요한 진료와 의료비 폭증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대 교육·전공의 수련 현실 고려 필수
의대교수협은 “이미 심각하게 왜곡된 의대 교육과 전공의 수련의 현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2024학번과 2025학번 학생들이 동시에 예과 1학년을 수학하고 있으며, 대부분 의과대학에서는 의정 사태 이전 정원의 2배에서 4배에 달하는 학생이 한 학년에 몰려 있다는 것이다.
의대교수협은 “6년 후에 벌어질 전공의 수련 과정 대란도 걱정해야 한다”며 “2개 학년이 동시에 교육을 받는 상황이 종료되기 전에는 의대 입학정원의 추가 증원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과거 의료이용 증가 그대로 연장해 설득력 떨어져
의대교수협은 “이번에 발표된 의사 수급 추계는 의료정책적인 판단을 위한 수치라기 보다는 의대 입학정원의 증원을 정당화하기 위한 시도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의료 소비 구조의 문제, 기술 발전, 의료 전달체계 개편 가능성, 전공의 수련 과정 정상화 가능성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고, 과거의 의료 이용 증가를 그대로 미래로 연장하는 방식을 적용하였기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의대교수협은 “합리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의대 증원 및 감원 계획을 기대한다”며 “의과대학 및 수련병원에서 학생과 전공의가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즉 상식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범위에서의 점진적 증원 또는 감원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단순한 입학정원 확대가 아니라 의료 소비 구조의 개혁, 필수의료에 대한 합리적 보상, 의료 전달체계의 정상화, 현실적으로 교육 가능한 범위에서의 인력 정책, 의료 관련 민형사 소송을 남발하는 사회문화를 개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추계위의 수급추계 결과를 존중해 2027년 이후 의대정원 규모를 1월 중 보정심에서 논의하여 정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