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응급의학의사회가 국회입법조사처의 ‘응급실 뺑뺑이’ 해결 방안을 담은 보고서에 대해 “현장의 상황에 대한 부족한 이해와 잘못된 방향 제시로 응급의료체계를 붕괴시킬 것”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 입법조사처 보고서 주요 내용…응급의학의사회 반박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응급실 뺑뺑이는 어떻게 막을 것인가: 수용곤란고지지침의 쟁점과 실효성 확보 방안’ 보고서에서 119구급상황관리센터의 병원 선정 권한 강화와 통합정보체계 구축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을 핵심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보고서는 응급실 재이송이 2023년 4,227건에서 2024년 5,657건으로 1년 만에 1,430건 증가했고, 전공의들이 복귀해도 근본적 문제 해결 없이는 ‘응급실 뺑뺑이’ 문제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8일 성명서를 통해 “구급상황관리센터나 119의 병원선정권한이 없어서 병원 전 환자 이송이 지연된다는 발상은 매우 위험한 잘못된 생각”이라고 강력 반박했다.
◆ “수용 강제시 ‘이송 전 지연’ 없어지겠지만 환자는 사망, 응급의료는 붕괴”
응급의학의사회는 “응급환자의 수용은 진료의 일부로 현장의 책임전문의가 판단해야 할 일”이라며 “수용을 강제할 경우 ‘이송 전 지연’은 없어지고 119는 편해지겠지만, 환자는 사망할 것이며 응급의료는 붕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아무리 통합정보체계를 수천억을 들여 추가로 구축한다고 해도 현장의 모든 상황을 담아내기 어렵기에 근본적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입법조사처가 제시한 해결방안에 대해 “응급실의 강제수용을 위한 법률개정안들은 응급실 환자수용의 어려움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 응급실이나 그냥 밀어 넣어서 이송지연이 없는 것처럼 보이고자 하는 부적절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 응급의료법 개정 과정과 현장의 우려
2021년 12월 개정된 응급의료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의료를 거부 또는 기피할 수 없다’는 조항을 신설했지만, 3년이 넘도록 정부가 시행규칙을 제정하지 않아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응급의학의사회는 “수용불가의 사유를 구체적으로 정하게 된다면 역설적으로 그 외의 상황에서는 모두 받아야 한다고 해석된다”며 “처벌이 없다고 하지만 실제 문제가 발생한 경우에는 행정처분을 포함한 법적 위험성에 그대로 노출되기에 현장이 느끼는 부담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 재이송과 '뺑뺑이'는 다른 개념
응급의학의사회는 보고서가 제시한 통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최종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하는 재이송은 응급실 뺑뺑이가 아닌 정상적인 응급의료체계의 운영이다. 보다 정확한 응급실뺑뺑이 정의는 119가 현장에서 병원에 데려가는 것이 쉽지 않아 여러 곳을 배회하는 상황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 응급의료체계 개선 3대 전제조건 제시
응급의학의사회는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상급병원의 과밀화 해결 ▲최종치료 및 취약지 인프라 개선 ▲법적 위험성 감소 등의 3대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이러한 기본적인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어떤 법을 만들어도 이 문제들은 해결되지 못할 것이다. 응급실뺑뺑이를 없애기 위해서는 응급실의 수용성을 높여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현장의 응급의학전문의가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환자의 수용결정 또한 진료의 일부분이며 전문적인 판단으로 존중되어야 한다”며 “이를 법으로 강제하려는 순간이 우리나라 응급의료의 종말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입법조사처는 “일본, 영국, 독일 등의 사례를 분석해 중앙집권적 병원 선정 시스템의 효과를 입증했다”며 “국내에도 이와 같은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경상남도와 대구, 전북 등에서 119구급상황센터의 병원 선정 권한 강화로 응급환자 이송이 신속해진 사례를 제시하며 전국 확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