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용 지혈보조제와 국소마취제 등 치료재료 성격의 의약품이 급여 제품 대신 비급여로 사용되면서 환자에게 수십 배의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경실련은 22일 경실련 강당에서 등재미신청 비급여 의약품 가격 실태 발표 및 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 급여 대상임에도 비급여로 사용되는 의약품들
경실련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소출혈방지용 흡수성지혈보조제는 산화재생셀룰로오스 및 젤라틴 등이 주성분인 제품으로 규격·제재에 따라 급여 제품 9개, 비급여 24개 품목이 있다.
▲ 제조업체, 급여등재 미신청…비급여로 판매
리도카인이 함유된 국소마취제는 의약품으로 분류되지만 의료행위에 포함된 치료재료로 급여(산정불가) 제품 3개와 등재하지 않은 비급여 제품 8개가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이들 비급여 의약품이 급여 제품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성분을 지니고 있음에도 제조업체가 급여등재 신청을 하지 않고 비급여로 판매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실련은 “의약품의 경우 행위·치료재료와 달리 공급 업체에 비급여 결정 신청 의무가 없어 이러한 제도적 허점을 악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 천차만별 비급여 가격, 급여 대비 최대 228배
조사 결과 비급여 외용 지혈보조제의 평균가는 급여추정가보다 2~228배, 중앙가는 2배~237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양홀딩스가 공급하는 비급여 써지가드거즈셀피브릴라 2.5*5.1㎠의 평균가는 30만 1,946원으로 급여 추정가 대비 평균가는 최고 228배, 중앙가는 98배였다.
한국존슨앤존슨메디컬이 공급한 써지셀피브릴라 2.5*5.1㎠의 평균가는 22만 2,214원으로 급여 추정가 대비 비급여 평균가는 약 114배, 중앙가는 69배 비쌌다.
큐어시스사의 젤폼스폰지인 큐탄플라스트스폰지 80×D30mm는 급여 등재 후 취하한 제품으로, 취하 전 가격은 8,324원이었으나 비급여 평균가는 취하 전 급여가격 대비 약 15배, 중앙가는 12배 높았다.
(표. 외용 지혈보조제 종류별 성분과 효능 급여 결정 현황)
◆ 국소마취제도 급여가의 13배~31배
외용 국소마취제의 경우 급여품목을 사용하면 비용을 환자에게 청구할 수 없고 건강보험 수가에 포함되어 건강보험공단이 지급하는데, 비용은 약 489원이다.
▲ 국소마취제, 비급여 비용 조사 결과
그러나 국소마취제를 많이 사용하는 상급종합병원이 고지한 비급여 비용을 조사한 결과 급여추정가보다 적게는 13.4배에서 많게는 31.1배의 가격 차이가 났다.
인카인겔 6ml 최고가는 1만 9,600원이며, 최저가는 2,079원으로 최고/최저 비율은 9.4배였고, 급여추정가보다 24.2배 높았다.
카티젤겔 12.5ml의 경우 급여 대비 상종 평균가가 31.1배, 유리카인겔도 평균가는 급여가의 30배 높았다.
▲ 정부의 미온적 비급여 관리 정책
경실련은 현행 비급여 가격 관리를 위한 고지제도는 미고지 시 처벌조항도 없고, 가격공개제도는 가격 비교가 어려워 이용률이 저조하며, 보고제도도 일부 항목 자료만 파악할 수 있어 유명무실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조사대상인 비급여 외용 지혈보조제 24개 품목 모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가격 공개 항목이 아니며, 국소마취제는 모두 대상이 아니어서 체계적인 관리가 어려운 상황이다.
◆ 경실련 “급여 청구시 비급여 보고 의무화” 주장
경실련은 의료기관이 급여 청구 시 모든 비급여를 함께 보고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강보험제도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건강보험 진료와 함께 이루어지는 비급여 진료가 적정한지 종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치료재료 성격의 의약품은 치료재료 급여등재원칙에 준하여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외용 지혈보조제는 대부분의 국가가 의료기기(치료재료)로 분류하고 있으므로 식약처 허가 단계 및 급여등재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실련은 정부에 △등재미신청 비급여 의약품 실태 전수 조사 및 부당이득 환수 △의료기관 급여 청구 시 비급여 진료 전체 보고 의무화 △비급여 명칭 표준화 및 표준코드 사용 의무화 △비급여 폭리 근절을 위한 가격 상한 설정 △치료재료 성격의 비급여 의약품 등재 의무화 등도 요구했다.
경실련은 “등재미신청 비급여 의약품은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악화시켜 국민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기업의 비윤리적 행태를 조장한다”며 “이재명정부는 핵심 국정과제로 실효성 있는 비급여 관리대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메디컬월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