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최근 발생한 데이트폭력 피해자의 응급 뇌수술 과정에서 사망에 이르게 된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과 관련하여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이다.”라며, “의료진이 두려움 없이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데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밝히고 나섰다.
◆법원, 1년차 전공의 과실 인정
법원은 마취 과정에서 중심정맥관 삽입 시 동맥 손상과 출혈이 사망의 원인이 되었다고 판단했다.
또한, 정맥천자 중 주위 동맥 손상이 1.9~15% 발생할 수 있으나 대량출혈로 이어지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는 점을 근거로, 시술을 담당한 1년차 전공의의 과실을 인정했다.
◆의협,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의협은 이번 사건이 생명이 위급한 환자를 구하기 위한 응급수술 중에 발생한 불가항력적 의료사고라는 입장이다.
진료 과정 중 적절한 의료인력의 감시와 쇼크 상황에 대한 인지와 적극적인 조치 등 일련의 내용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으며, 시술 중 동맥 손상의 가능성이 반드시 존재함을 법원에서 인정하였음에도 사망에 이를 정도의 심각한 악결과가 흔하지 않다는 이유로 이를 과실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희소한 합병증에 관한 판단, 동맥 손상과 같은 합병증은 완전히 예방할 수 없고, 그로 인한 심각한 결과 역시 매우 드물지만 피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의협은 “악결과의 희소성을 과실의 근거로 삼는 현재의 의료소송 관행은 의료진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더구나 본 사건의 경우 당시 시술을 담당했던 1년차 전공의에게 그 책임이 지워졌다. 의료소송의 판례들을 살펴볼 때 실질적으로 중증, 응급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최전선에 있었던 전공의들의 경우 높은 의료사고의 위험을 온전히 감당해야 하며, 이번 판결처럼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민사적 책임을 지게 되는 상황이 반복됐다.”라며, “정부와 사회가 우려하고 있는 필수의료의 위기 원인에 대하여 의료계는 높은 수준의 의료사고에 대한 위험으로부터 의료진이 보호받기 어려운 환경을 지적해 왔다. 젊은 의학도들이 이러한 위험으로부터 적절히 보호받을 수 없는 환경에서, 중증·응급 의료 분야에 자발적으로 수련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전공의 수련에 대한 국가적 책임 강조…현실은?
최근 정부는 전공의 수련에 대한 국가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의협은 “하지만 정부가 전공의에게 의료사고에 대한 무거운 배상이 온전히 전가되는 상황에 대해 과연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안전한 의료 환경의 개선을 위해 중증·응급 의료에 종사하는 전문의들과 전공의들을 보호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며, 전공의 수련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의료사고의 배상 책임에 대한 지원과 보호 방안의 마련은 가장 먼저 필요한 과제 중 하나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중증, 응급 상황에서의 적극적 치료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수반될 수 있는 의료사고의 위험에 대해 사법부와 사회 전반의 각별한 이해를 바라고자 한다. 국가와 사회가 의료 현실, 의료사고의 성격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공정하게 다뤄질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적극 논의해야 한다.”라며,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통해 의료진이 두려움 없이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데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기를 바라며, 궁극적으로 국민 건강과 의료 서비스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변화를 위해 정부와 사회, 의료계가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라고 강조했다.
◆“의사는 신이 아니다”
16개 광역시도의사회장 협의회도 “의사는 신이 아니다.”라며, “환자를 살리고자 하는 선의의 의료 행위 중 발생하는 의사의 과실에 대해 형사 처벌을 면하게 하자는 내용의 의료사고특례법은 의사를 위해서만 만들고자 하는 법이 아니다. 의사가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법률이 제정되어야만 필수중증의료 인력 부족 문제가 해결되고 응급실 뺑뺑이도 해결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죽어가는 대한민국 필수 중증응급의료를 살리기 위해 더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정치권과 법조계는 의사의 충언을 가벼이 듣지 말고 진정 국민을 위한 제대로 된 입법과 판결을 하도록 다시 한번 요구한다.”라고 덧붙였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