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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폭스 백신 진즉 요청했는데…WHO 뒷북 승인에 아프리카 고생 - “WHO 승인 늦어져 백신 공급 불필요하게 지연”
  • 기사등록 2024-08-25 14: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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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엠폭스(MPOX·옛 명칭 원숭이두창)가 재확산하는 가운데 엠폭스 백신이 세계보건기구(WHO)의 규제 절차 때문에 제때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엠폭스가 발병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아직 백신을 공식적으로 승인하거나 긴급 승인 절차를 도입하지 않은 WHO에 대한 비판이 점차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엠폭스가 아프리카에서 계속 확산하고 있었는데 왜 WHO가 백신을 더 일찍 승인하지 않았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승인이 늦어져 아프리카에의 백신 공급이 불필요하게 지연됐다고 지적한다.

아프리카의 풍토병이었던 엠폭스는 2022년 5월부터 세계 각국으로 확산했다. 이 병에 걸리면 수포성 발진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고 급성 발열이나 두통, 근육통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당시 엠폭스 2형(clade 2)이 국제적으로 확산하자 WHO는 최고 수준의 보건 경계 태세인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언했다.

이후 확산세가 잦아들면서 PHEIC는 지난해 5월 해제됐지만, 같은 해 9월부터 민주콩고를 중심으로 새로운 변종인 1b형(clade 1b)의 엠폭스가 다시 번졌다.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 총 1만8천737건의 엠폭스 1b형 확진·의심 사례가 보고됐다.

이에 따라 아프리카 CDC는 지난 13일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WHO는 14일 엠폭스에 대한 PHEIC를 해제 1년 3개월 만에 다시 선언했다.


그러나 아직 WHO가 엠폭스 백신을 승인하지 않은 까닭에 확산세가 거센 아프리카에 백신이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선진국에서는 미국 식품의약청(FDA)과 같은 기관이 백신 승인을 결정하지만, 의약품 승인 기관이 없거나 규제 역량이 부족한 저소득 국가에서는 WHO의 긴급 승인 절차에 따라 백신을 도입한다.

엠폭스 백신인 '진네오스'를 생산하는 덴마크 제약회사 바바리안노르딕의 폴 채플린 최고경영자(CEO)는 자사가 당장 판매할 수 있는 백신 35만개를 보유하고 있고 내년 말까지 1천만개를 더 생산할 수 있지만 주문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WHO는 관련 규정을 지켜야 하며 진네오스의 승인을 위한 전반적인 검토 자료가 없었다고 답했다.

또 백신 긴급 승인 절차는 PHEIC이 선포된 이후에만 가능한데, 이제 막 비상사태가 선포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채플린 CEO는 자사가 2022년 8월 WHO와 처음 진네오스 관련 논의를 했고 작년 5월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고 반박했다.

바바리안노르딕이 WHO에 제출한 서류에는 미국에서 백신을 최소 1회 접종한 120만명 이상이 엠폭스에 대해 높은 예방률을 보였다는 연구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WHO는 불과 지난주에야 이 내용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NYT는 전했다.

현재 WHO는 백신 긴급 승인 절차인 긴급사용목록(EUL)을 도입하기로 하고 각국의 제약사에게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EUL은 시급한 상황에서 아직 사용 허가를 받지 못한 의약품을 신속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WHO 의약품 접근성 담당 책임자인 데우스 무방기지 이사는 WHO의 전문가그룹이 9월 셋째 주에 모여 제출된 자료를 검토할 것이며, 이들이 이를 납득할 경우 이르면 그 주에 바로 승인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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