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한방병원협회(이하 한방병원협)가 보험회사들이 교통사고 환자를 나이롱 환자로 취급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정부, 경상환자 치료비 지급 기준 강화…보험사들 합의 종용 주장
정부는 일명 ‘나이롱환자’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23년 1월부터 경상환자 치료비 지급 기준을 강화했다.
경상환자의 치료비 중 본인 과실에 해당하는 부분은 본인 보험이나 자비로 처리하게끔 하고, 경상환자가 4주를 초과해 치료를 받을 시 2주 간격으로 진단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문제는 보험사들이 환자들의 치료 시기가 길어질 기미가 보이면 합의를 종용하곤 한다는 주장이다.
일부 환자들 사이에선 보험사들이 본인들을 나이롱환자 취급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토로한다는 것이다.
◆한방 치료시 ‘나이롱환자 프레임’
한방병원협에 따르면 어쩌다 난 사고로 한방치료를 받길 원하면 통상 ‘나이롱환자 프레임’으로 엮이곤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해 기준 자동차보험 가입 대수는 2500만대 이상이고, 이 중 교통사고 때문에 한방치료를 받은 인원은 약 6%(163만명)이다.
한방병원협은 “보험사들이 당장이라도 망할 것처럼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을 한방치료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처럼 느껴진다. 대략 2500만대 가입자 중 사고가 나지 않은 대다수의 보험료가 보험사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가고 있는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3년 연속 흑자 기조 유지 중
실제 보험사들은 지난해에도 13조 357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이는 전년 대비 4조1783억원(45.5%) 급증한 수치다.
지난해 단순 자동차보험 매출액은 21조484억원으로 전년(20조7674억원)보다 2810억원 증가(1.4%↑)했다.
여기에 지난해 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손익은 5539억원으로 전년(4780억원)대비 759억원 증가(15.9%↑)하는 등 지난 2021년 이후 3년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한방병원협은 “이는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기조에 따른 자동차 보험료 인하 등 손해율 악화 요인에도 흑자를 이어간 것이어서 보험사들이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라며, “일부 보험사들의 경우 지난해 경기침체 속에서도 역대급 실적을 내면서 연봉의 47%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는 기사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자동차보험 손해율도 감소세를 보이는 추세다. 지난 2019년 92.9%를 보이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2020년 85.7% △2021년 81.5% △2022년 81.2% △2023년 80.7%를 기록했다.
한방병원협은 “지난해 기준으로 보면 보험료 100원을 받아 보험금으로 80.7원을 지급했다는 얘기다.”라고 설명했다.
[사진설명]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 및 사업비율 추이(출처: 금융감독원)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 원인이 단순 한방진료비 과잉?
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의 원인을 단순 한방진료비 과잉으로 몰고 가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일례로 수입차 증가에 따른 비싼 부품가 등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 증가에 물적담보 손해율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인적담보 손해율은 2017년 81.8%에서 2018년 78.5%로 감소했지만, 물적담보 손해율은 69.2%에서 79.8%로 급등하기도 했다.
또한 ‘지출목적별 사고당 보험금 및 증가율 추이’를 보면 인적담보 사고당 보험금 증감률이 지난해 1.2%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물적담보는 0.9% 증가하기도 했다.
◆한방진료비 늘어난 근본적인 이유
한방병원협에 따르면 최근 한방진료비가 늘어난 근본적인 이유는 ‘건강보험 대비 보장범위가 넓은 자동차보험 제도의 특성’과 ‘근골격계 치료에 특성화된 한의 치료행위에 대한 효과성’ 등이 반영된 영향 때문이라는 것이다.
건강보험 한의과 진료는 의과보다 보장률이 낮고 의과와 달리 비급여 행위에 대해 실손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자동차보험은 의과와 한의과 모두 동일하게 비급여 진료도 보장해 환자는 동등한 조건에서 의료기관을 선택할 수 있다.
한방병원협은 “결국 한의과 진료가 더 효과적이기 때문에 환자들이 더 많이 선택한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환자들의 한방치료 니즈는 지난 2021년 8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에서 실시한 ‘교통사고 후 한의치료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해당 조사에서 응답자의 91.5%가 “한의의료서비스에 만족한다.”라고 답했다.
◆‘세트치료’…복합 투약 및 시술 폄훼
일각에서 ‘세트치료’라는 표현으로 복합 투약 및 시술을 폄훼하고 있지만, 실제 임상에선 각기 다른 효능의 약물과 시술을 복합적으로 처방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SCI(E)급 저널 ‘Frontiers in Pharmacology’에 게재된 ‘교통사고 후 요통 환자의 복합한의치료 효과에 대한 Real world data를 활용한 후향적 차트 리뷰’란 제목의 논문에 따르면, 교통사고 후유증에 추나·약침·한약 등을 병행하는 ‘복합한의치료’는 치료 속도도 빠르고 환자들의 호응도도 높다고 밝히고 있다.
대한한방병원협회 관계자는 “건강보험에서 한방진료의 경우 낮은 보장성이나 비급여 행위의 실손보험 미적용 등으로 환자의 금전적 부담이 커 접근성이 낮다. 하지만 자동차보험에서는 한의과 진료와 의과 진료간의 보장성 환경이 동일해 한방진료 효과를 경험한 다수의 환자가 한의의료기관을 선택해 관련 진료비가 증가하는 것이다.”라며, “그럼에도 이를 세트치료 등과 엮어 마치 한방병원들이 과잉진료를 이어가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자동차사고를 당한 피해자는 사고 이전 상태로의 원상회복을 위해 최선의 진료를 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어, 이를 어떤 이유로든 침해해선 안된다.”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최근 5년간 비급여 항목에 한방진료비의 연평균 증가세가 10%에 육박하고 약침과 첩약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는 지적에 대해 환자가 느끼는 한방치료의 효과성이 크기 때문이라는 점, ▲한방진료비만 유독 세부 심사지침이 없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지만, 첩약·약침 등 비급여 한방치료는 오래전부터 그 수가가 통제되고 있으며 그 심사기준도 점차 세밀해지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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