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교수팀이 희귀 신경퇴행성 질환의 유전자변이를 식별하는 최신 분석 기법을 구축했다.
이를 토대로 대규모 한국인 희귀질환 데이터를 분석해 약 10년간 미진단 상태로 살아온 청소년 환자의 병명을 성공적으로 찾아냈다. 이는 세계 최연소 발병사례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울대병원 임상유전체의학과 채종희·문장섭·이승복 교수와 고려대 의과학과 최정민 교수팀은 2019~2023년 서울대병원에 내원한 환자들과 한국 바이오뱅크 코호트에 등재된 대규모 유전체 정보를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확인했다.
교수팀은 단연쇄반복 변이를 식별하기 위해 유전체를 긴 단위로 분석하는 롱리드 방법을 도입한 최신 시퀀싱 기법을 구축했다.
이를 활용해 서울대병원에 내원한 원인불명 백질뇌병증 환자 90명 중 신경세포핵내봉입체병 영상 소견이 있는 환자의 전장유전체 데이터 분석이 이뤄졌다.
그 결과, 16명(17.8%)에서 단연쇄반복 변이가 확인됐다. 즉 국내 원인불명 백질뇌병증 환자 10명 중 1~2명은 희귀질환 신경세포핵내봉입체병을 앓고 있다.
교수팀에 따르면 이는 동아시아인에서 이 질환이 빈번하다는 기존 연구 결과를 뒷받침한다.
나아가 국내 희귀질환자와 가족 3,887명의 유전체 정보(한국 바이오뱅크 코호트)를 분석해 NOTCH2NLC 유전자의 GGC 염기서열 반복 횟수 분포를 확인하고, 이 염기서열이 ‘65회 이상’ 반복될 때부터 신경세포핵내봉입체병으로 추정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그림] 신경세포핵내봉입체병 환자(위)와 정상인(아래)의 뇌MRI 비교. 신경세포핵내봉입체병 환자는 백질 영역이 하얗게 보이는 백질뇌병증 소견(왼쪽)과 소뇌 위축 소견(오른쪽)이 나타남 (정상인 뇌MRI 영상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이 기준을 적용한 결과, 한국 바이오뱅크에 등재된 미진단 신경퇴행 환자 6명을 신경세포핵내봉입체병으로 새롭게 추정할 수 있었다.
채종희 교수(임상유전체의학과)는 “이번 연구 결과는 희귀질환 진단 연구에 있어 대규모 데이터에 입각한 유전체 분석의 중요성을 보여준다.”라며, “국가 차원에서 구축한 바이오 빅데이터를 초석 삼아 향후 희귀질환의 새로운 진단법 및 치료제 개발로 이어지는 확장 연구를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시범사업’으로 구축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진행됐으며, 국제학술지 ‘신경유전학(Neurology Genetics)’ 최신호에 게재됐다.
한편 신경세포핵내봉입체병은 신경세포 핵 안에 비정상적인 단백질(봉입체)이 축적되는 신경퇴행성장애다.
발병 원인은 NOTCH2NLC 유전자에서 GGC 염기서열이 비정상적으로 반복되는 ‘단연쇄반복 변이’ 때문이다. 주로 성인기 발병하며 백질뇌병증, 진행성 인지기능 장애, 실조증과 같은 다양한 신경학적 증상을 동반한다.
그러나 유전체를 짧은 단위로 나눠 분석하는 쇼트리드를 이용한 기존의 차세대염기서열분석은 단연쇄반복 패턴을 식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신경세포핵내봉입체병 의심 소견이 나타나더라도 정확한 유전자 진단이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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