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취약계층은 술 한두 잔에 얼굴이 붉어지는 동아시아인의 대표적인 음주 억제 유전 형질을 가지고 있어도 음주 억제 효과가 약해서 1급 발암물질인 알데히드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서 보건당국의 주목이 필요하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한양대구리병원(병원장 이승환)응급의학과 강보승, 김창선 교수와 의학통계실의 신선희 교수팀은 지난 11월 23일 송도 컨벤시아에서 개최된 대한예방의학회 가을 학술대회에서 최근 2년간의 국민 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소개했다.
교수팀은 질병관리청 국민 건강영양조사팀이 2019년, 2020년 2년간 전국에서 수집한 한국인 대표 표본 집단인 만 19세 이상 성인 1만 600명의 데이터에서 음주 빈도와 일회 음주 시 음주량을 11개의 인구사회학적 변수와 16개의 건강 관련 변수로 연관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술 한두 잔에 얼굴 붉어지는 체질’은 여성 성별, 고령의 나이만큼 가장 영향력이 큰 한국인의 3대 음주 억제 요인으로 나타났다.
교수팀이 보정한 ‘술 한두 잔에 얼굴 붉어지는 체질’의 음주 억제 (오즈비)는 일주일에 2~3회 음주하는 빈도의 경우 0.33배, 일회 음주 시 5~6잔 마시는 경우는 0.41배이다..
이는 연령, 성별, 직업, 학력, 비만도 등 인구학적 조건과 건강수준이 유사할 경우 음주 빈도와 일회 음주량이 각각 3분의 1(절반 이하)로 줄어든다는 의미다.
이러한 결과는 지금까지 발표된 한중일의 음주 행태에 대한 유전자 연구와 유사하다.
선행 연구들이 대학생, 중년 남성, 이삼 십 대 등 특정 하위 그룹에 대해 분석한 반면, 이번 연구는 전체 인구를 대표하는 표본 집단에서 충분한 수의 기타 연관 변수로 이 음주 억제 체질의 효과를 보정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교수팀은 술 한두 잔에 얼굴 붉어지는 음주 억제 유전 형질을 갖고 있어도 환경 요인으로 음주 억제 효과가 약해진다는 일부 보고를 한국인 취약 계층에서 최초로 확인했다.
학력이 낮거나 사보험이 없는 경우, 단순노무직과 농업/어업 종사자, 배우자가 없는 경우 등이었다.
한국, 중국, 일본은 체내 알코올 대사의 중간 단계 효소인 알데히드 분해 효소가 유전적으로 약한 인구 비율이 30~40%로 북미와 유럽, 아프리카 인종에 비해 훨씬 높다.
이들은 소량의 음주만으로도 알코올로부터 발생하는 일급 발암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 혈중 농도가 상승하고 이는 안면 홍조와 여러 불쾌한 증상을 초래해서 음주를 억제하고 신체를 보호한다.
강보승 교수는 “건설 현장의 근로자들이 회식하는데 일부는 안면 홍조가 심한 상태임에도 계속 술을 권하고 마시는 걸 보고 이 연구를 착안했다.”라며, “원래 안면 홍조 체질은 단체 술자리에서 음주 관련 동료 압박 (peer pressure)이 있어도 몸이 힘들어서 음주를 자제하는 편인데 취약 계층은 이게 잘 안 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술 한두 잔에 얼굴 붉어지는 체질은 음주 억제를 통해 알코올로 인한 발암물질을 원천적으로 통제하지만, 동료 압박 같은 환경 요인에 영향을 받아 음주를 하게 되면 오히려 더 많은 양의 알데히드에 노출되어 암 발병 위험이 상승한다.”라며, “이들에 대한 보건 당국의 관심과 추가 역학 조사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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