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영상의학회 대표 국제학술저널인 Korean Journal of Radiology(편집장 박성호,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이하 ‘KJR’)가 ChatGPT와 같은 대형언어모델의 학술논문 작성 사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다양한 대형언어모델 공개
ChatGPT와 같은 대형언어모델은 글을 생성하는 것이 주된 기능인 생성형 인공지능이다.
지난 8월 25일 네이버가 세계 최대 한국어 언어모델인 ‘하이퍼클로바’를 공개하기도 하였지만, 아직 많이 이용되는 대형언어모델은 ChatGPT나 Google 바드와 같은 영어기반의 대형언어모델이다.
이들은 한글과 같이 영어 이외의 다른 언어들도 잘 다루기는 하지만 인공지능 학습자료가 대부분 영어로 되어 있기 때문에(ChatGPT의 경우 학습자료의 93%가 영어로 작성된 글이다) 영어 문장 작성에 탁월한 성능을 보인다.
◆대형언어모델 사용…잠재적 윤리 및 법적 문제 우려
대형언어모델은 학술논문 작성에도 사용될 수 있으며, 이와 관련하여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윤리 및 법적 문제점들에 대한 우려도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환각(hallucination)으로 인한 오류, 표절, 저작권 침해, 더 나아가 표절 및 저작권 침해가 아니더라도 연구자 본인이 아니라 남이 논문을 작성하는 연구의 진실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사이언스, 네이처 같은 대표적 과학학술저널 및 국제의학학술지 편집인위원회(International Committee of Medical Journal Editors, ICMJE)와 같은 과학학술 출간 단체들에서 대형언어모델을 논문 작성에 사용할 때 주의사항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다.
(사진 : 왼쪽부터 진공용 정보이사, 용환석 기획이사, 박창민 임상연구네트워크장, 박범진 홍보이사, 도경현 정책네트워크위원장, 정승은 총무이사, 이정민 회장, 최진영 학술이사, 김현철 교육이사, 최준일 보험이사, 황성일 의무이사)
◆KJR 가이드라인이 관심을 모으는 이유
이런 상황에서 KJR 가이드라인이 특별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렇게 관심을 모으는 대표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비영어권에서 발표된 점
지금까지 나온 가이드라인들은 영어권 저널 및 단체들에서 나왔다.
하지만 KJR 가이드라인은 비영어권으로부터 나왔고,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연구자의 입장을 반영한다는 점이 새롭다.
▲비영어권 연구자들…연구 성과, 양질의 논문 작성 지침 제공
KJR 가이드라인은 기존 가이드라인들이 이야기하는 환각(hallucination)으로 인한 오류, 표절, 저작권 침해, 연구의 진실성 문제 방지를 위한 지침을 제공한다.
이외에도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은 연구자들이 어떻게 하면 대형언어모델을 올바로 활용하여 윤리적·법적 문제를 유발하지 않고, 연구 성과를 보다 정확한 영어로 작성된 양질의 논문을 통해 더욱 많은 사람과 공유할 수 있을지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
▲비영어권…영어 문제로 인한 논문 탈락을 2.6배 경험
영어가 과학·학술 분야에서 사용되는 주된 언어이기 때문에,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연구자들은 어느 정도의 핸디캡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퍼블릭 라이브러리 오브 사이언스(Public Library of Science, PLoS) 생물학에 발표된 호주 퀸즐랜드 대학교(University of Queensland) 연구진이 주축이 되어 908명의 환경과학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연구에 따르면,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연구자들은 영어가 모국어인 연구자들에 비해 영어로 논문작성을 하는 것과 학회에서 영어로 구연발표를 하는 것에 각각 51%와 94%의 시간을 더 쓰지만 영어 문제로 인한 논문 탈락을 2.6배나 많이 경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그림 ; 출처. doi.org/10.1371/journal.pbio.3002184).
▲비영어권 연구자와 영어권 연구자 사이 불평등 해소에 도움
ChatGPT와 같은 대형언어모델을 적절히 사용할 경우 영어에 대한 언어장벽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영어권 연구자와 영어권 연구자 사이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대형언어모델이 과학/학술 분야에 있어 특정 언어와 관련된 불평등 해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입장을 직접적으로 다룬 것은 KJR이 거의 처음이다.
◆2023 Radiology Editors Forum, KJR 가이드라인 ‘주목’
이러한 이유로 지난 8월 11일~12일 시카고에서 열린 영상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편집위원장들의 포럼인 2023 Radiology Editors Forum에서도 KJR 가이드라인이 주목을 받았다.
KJR 박성호 편집장은 “KJR의 대형언어모델 사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그간의 영어권 저널 및 단체들에서 간과해 온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연구자의 입장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독특하고 가치가 있다. ChatGPT와 같은 대형언어모델이라는 것은 양날의 검과 같아서 장점을 잘 활용하면 특히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자칫 경계를 늦출 경우 여러 윤리적 문제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라며, “KJR 가이드라인도 이 두 가지 측면을 모두 균형 있게 강조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KJR 비뇨영상의학 분야 황성일(분당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편집인은 “ChatGPT는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연구자들에게는 인문학적 비유를 하자면 마치 프로메테우스의 불에 비유할 수 있다. 이 ‘불’을 잘 이용하면 연구자들이 영어 글쓰기 자체에 관해서는 부담을 덜고 대신 연구 수행과 내용 및 결과에 대한 해석 및 생각에 좀 더 집중해서 더 좋은 연구를 만들어 낼 수 있지만, 이 불을 잘못 사용하면 불에 데 화상을 입거나 타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하여야 한다.”라고 설명하였다.
박성호 편집장은 “인공지능 시대에 대형언어모델과 같은 인공지능 도구들이 연구 분야 구석구석에 사용되는 것은 피할 수 없고, 사실 당연한 일일 수밖에 없다. 심지어는 인공지능 도구들이 사용되는지도 알지 못할 정도로 일상에 녹아 들어갈 수도 있다. 따라서, 사람들이 인공지능을 잘 이해하고 오남용하지 않고 올바르고 윤리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할 필요가 있다.”라며, “KJR과 대한영상의학회는 이러한 교육에도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실제 다양한 형태의 교육을 추진하고 있다.”라고 강조하였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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