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까지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녹내장 환자들을 딥러닝을 기반으로 조기에 선별할 수 있는 인공지능 모델이 개발됐다.
서울아산병원 안과 성경림(사진 왼쪽) ‧ 신중원(사진 가운데), 강릉아산병원 안과 손길환 교수팀은 인공신경망 기술을 이용해 약 9만 6,000개의 시야 검사(녹내장으로 손상된 시야 정도를 평가하기 위한 검사) 결과를 학습시킨 인공지능(AI) 모델을 개발한 결과, 실명까지 이어질 수 있는 고위험 녹내장 환자를 약 86% 정확도로 선별해냈다고 밝혔다.
교수팀은 실명 고위험 녹내장 환자를 선별하는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1998년부터 2020년까지 녹내장으로 진단된 6,047명의 평균 약 9.5년 기간 동안 9만 6,542개 시야 검사 결과를 인공지능 모델에 학습시켰다.
교수팀은 인간의 뇌신경 구조를 본 뜬 인공신경망 기술을 적용했다. 정확도를 더욱 높이기 위해 합성곱 신경망(convolutional neural network)을 이용해 환자의 연속된 세 개의 시야 검사 결과를 적층해 학습시켰다.그 결과 약 42%의 민감도를 보였지만 약 95%의 높은 특이도를 보이며 전체 정확도 약 86%로 실명 고위험 녹내장 환자를 선별해냈다.
민감도는 실제로 질병이 있을 때 질병이 있다고 진단할 확률을 의미하며, 특이도는 실제로는 질병이 없을 때 질병이 없다고 진단할 확률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 책임 연구자인 성경림 교수는 “시야 검사는 녹내장 여부를 진단하기 위해 실시하는 검사인데 검사 특성상 녹내장 진행 여부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환자분들이 오랫동안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번에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된 인공지능 모델은 약 6개월 정도 간격으로 단 세 번의 시야 검사만으로 실명을 일으킬 수 있는 고위험 녹내장을 조기에 진단하고 추가적인 약물 치료 혹은 수술 등 최적화된 치료 방향을 더욱 효과적으로 수립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신중원 교수는 “앞으로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인공지능을 활용한 고위험 녹내장 진단 모델의 정확도를 더욱 높여 녹내장으로 인한 시력 손실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최근 안과 분야에서 저명한 국제 학술지인 ‘미국안과학회지(American Journal of Ophthalmology, IF=5.258)’에 게재됐다.
한편 녹내장은 시야가 주변부부터 중심부로 서서히 흐릿해지기 때문에 말기가 되어서야 자각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은데, 드물지만 방치하면 실명까지 발생할 수도 있다.
나이가 들면서 안압이 높아져 결국 시신경이 손상돼 생기는 녹내장은 완전히 치료할 수는 없고 진행을 최대한 늦추는 치료법 밖에 없다. 따라서 조기에 발견해 녹내장이 최대한 심해지지 않도록 예방적으로 치료하고 꾸준히 추적 관찰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조기에 발견해 치료해도 조금씩 녹내장이 진행될 수 있어 특히 안압이 높거나 시신경 출혈 등으로 실명 위험이 더 높은 녹내장 환자들은 더욱 세밀하게 관찰해야 하지만, 그 동안 고위험 환자들을 정확하게 선별해내기는 어려웠다.
지금까지는 안과 전문의가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에게 약 6개월 간격으로 주기적으로 계속 시야 검사를 실시하며 녹내장 진행을 예측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번에 연구팀이 개발한 인공지능 모델을 통해 높은 확률로 고위험 환자를 조기에 판별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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