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1일 국립암센터 서홍관 교수가 경향신문에 ‘식품회사는 담배회사만큼 해롭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하면서 식품업계의 반발이 이어졌다.
◆“식품회사도 엄청난 이익을 내면서 국민의 건강을 해친다”
서홍관 교수는 해당 글을 통해 “식품회사도 담배회사와 마찬가지로 나쁜 회사이며 그 정체를 폭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며 “담배회사는 매년 전 세계에서 600만명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대가로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이는데, 식품회사도 결국 엄청난 이익을 내면서 국민의 건강을 해친다는 점에서 똑같다”고 주장했다.
즉 식품회사는 매출을 올리기 위해 달고, 기름지고, 짜게 만든다. 그런데 그 결과로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동맥경화가 일어나 국민건강을 해친다는 것.
담배회사는 과학자들에게 연구비를 대주면서 담배의 해로움을 감추기 위한 거짓된 연구를 지시했다. 식품회사도 이에 못지않게 연구를 왜곡해 왔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미국의 영양학자인 루드비히가 음료의 건강에 대한 수백 개의 논문들을 검토한 결과 식품회사가 후원한 경우 그들이 만든 식품이 건강에 좋다고 말하는 비율이 몇 배나 높았다. 루드비히는 식품회사가 후원한 논문은 과학이 아니라 광고에 불과하다고 말한다”고 밝혔다.
또 “우리나라에서 사망원인 1위인 암, 2위인 뇌혈관질환, 3위인 심혈관질환은 모두 잘못된 식사와 관련이 있다. 식품회사와 음료회사를 감시, 규제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일은 더 이상 남의 집 불구경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미국 뉴욕대 교수로 재직한 매리언 네슬도 ‘식품정치’를 통해 서홍관 교수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매리언 네슬은 책에서 “그들은(식품회사) 전문영양학자들의 활동을 후원하면서 자신들의 회사가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며 “그들의 주장이 의회에서 수용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의회 의원들 역시 자신의 선거운동에 자금을 대줄 수 있는 회사의 관심사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1968년 미국 상원에 설치된 맥거번 위원회는 식품관련 이익집단이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주는 실례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 1977년 미국 상원의 맥거번 위원회는 ‘더 적게먹자’는 취지의 ‘미국인을 위한 식생활 목표’를 발표했지만 맥거번은 1980년 선거에서 낙선했다.
또 매리언 네슬은 “필립모리스 같은 담배회사는 크래프트&밀러 등 식품회사를 갖고 있다”며 “식품회사나 담배회사나 전혀 다를 것 없다”고 밝혔다.
◆한국식품산업협회, 유관단체 및 학계 강력 반발
이에 한국식품산업협회(회장 박인구)와 유관단체 및 학계(한국유가공협회, 한국육가공협회, 한국식품과학회, 한국식품영양과학회, 한국식품위생안전성학회)는 공동연명으로 서홍관 교수에게 강력히 항의하는 서한을 보냈다.
공동연명 서한의 주요 내용은 “식품산업은 국민의 건강 및 생명과 직결됨에 따라 식품산업 관계자들은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진다는 막중한 사명감과 자긍심을 가지고 보다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 제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식품산업의 단편만을 담배회사와 비교하여 마치 식품산업계 전체가 부도덕적 행위를 하는 집단인 것처럼 오도함에 따라 식품산업에 대한 잘못된 인식 전파가 우려되며, 이는 식품산업 관계자와 그 가족들의 자긍심을 무너트리는 행위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 “식품산업계와 관련 학계는 국민건강 증진 및 안전한 먹거리 공급을 위하여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있으며, 특히 건강한 식생활 개선을 위해 장류, 면류, 소스류 등 식품 전반에 저감제품 연구개발 및 출시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인구 한국식품산업협회장은 “이런 식품산업계의 끊임없는 혁신과 노력이 왜곡된 정보로 인하여 국민의 불안감을 초래할 수 있다는 현실에 안타깝게 생각하고 크게 우려하고 있다” 며 “가공식품이 국민의 건강을 해치는 원인으로 규정하는 의견은 향후 자중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문정훈 교수도 SNS를 통해 “식품회사가 의도적으로 유도했다는 말인가. 방조해서 유죄라는 것인가? 자동차회사는 자동차를 만들었다. 그 결과로 사람들은 비만해졌다. 그래서 자동차 회사는 국민건강을 해치는 부도덕한 회사와 비슷한 논리처럼 들린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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