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극심한 고통, 화상
39년 전, 생후 100일을 갓 넘긴 송혜정(40)씨는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치킨집의 가스 폭발로 기적처럼 목숨만은 부지했지만, 그 대신 얼굴에 짙게 화상을 입게 되었다.
피부가 타들어가던 고통의 순간은 기억에 없지만, 일그러진 피부, 비뚤어진 코, 짓눌린 입술은 그 처참했던 날들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그 날 이후, 얼굴 화상이 짙게 드리워진 혜정 씨는 어딜 가나 꼬리표처럼 괴물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녔고 학창시절에는 항상 친구들의 따돌림을 받아야했다.
한번은 자신의 얼굴이 싫어서 표백제로 씻어낸 적도 있었다. 그런 절망 속에서도 그녀가 결코 놓을 수 없었던 것은 바로 스케이트였다.
초등학교 1학년이던 혜정씨는 일찍부터 남다른 재능을 알아본 아버지의 권유로 변변한 장비도 없이 논두렁에서 스케이트를 시작했다.
항상 딸의 차가운 스케이트화를 품안에 품고서 따뜻하게 데워주던 아버지의 헌신과 그녀의 탁월한 재능으로 혜정씨는 고등학교 2학년때는 쇼트트랙 국가대표까지 오를 수 있었다.
지금은 자신과 비슷한 아픔을 지닌 장애아들의 스케이트 스승으로서 아이들을 치유하고 있다.
대학시절에 인터넷 채팅을 통해서 만난 지금의 남편 이동협(43)씨는 언제나 혜정씨 곁을 온종일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처음에 연애 초반, 스카프로 얼굴을 동여맨 채 눈만 내보였다는 혜정씨.
큰 용기를 내어 민낯을 내보였을 때도 동협씨는 전과 다름 없이 예쁘다며 그녀에 대한 사랑은 변함이 없었다.
스케이트 강사일을 하며 이른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링크장에서 지내는 아내 혜정씨. 그 옆에서 아내를 살뜰하게 보살피는 남편 동협씨.
혜정씨는 그런 남편에게 예쁜 말 한마디 살갑게 못해줘서 늘 남편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뿐이다.
그래도 남편도 있고, 아들도 있고 적당히 이룰 것은 이룬 나름 부자라며 지금의 삶에 감사해하는 혜정씨다.
스케이트 강사 송혜정씨의 삶과 이야기는 오는 3월 2일 아침 7시 50분 KBS 1TV [인간극장]에서 방송될 예정이다.
사진 제공: KBS 1TV <인간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