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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3일]덕유산
  • 기사등록 2015-01-25 00:58:53
  • 수정 2015-01-25 01: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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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잎이 지는 계절
꽃이 피는 곳이 있습니다.
마른 가지마다 눈꽃이 내려앉은 덕유산입니다
 
마음을 비우고 바람으로 채우는 길
일상에 쉼표를 찍으러 온 사람들의 3일입니다
 
■ 설국(雪國)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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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대표적인 눈꽃 산행지로 손꼽히는 덕유산! 우리나라에서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에 이어 4번째로 높은 산이다. 하지만 덕유산에 오르기란 어렵지 않다. 곤돌라를 타면 해발 1,520m의 설천봉까지 15분 만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정상인 향적봉까지는 걸어서 20분이면 충분하다. 새벽잠을 포기하면 누구나 당일치기로 눈꽃을 감상할 수 있다. 계곡을 끼고 올라가는 길도 있다.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을 즐겼다는 은구암과 물 흐르는 소리가 탄금(彈琴)과 닮았다는 청금대를 비롯해 33가지의 비경이 펼쳐진다.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길을 따라 1박 2일로 종주를 떠날 수 있다. 향적봉 아랫목에는 산장이 있다. 이곳은 365일, 산에서 하룻밤 묵어가려는 객들을 맞아준다. 산행으로 일상에 쉼표를 찍으러 온 사람들. 이들을 품에 안은 덕유산의 3일이다.
 
■ 아버지의 마지막 산행
 
젊은이와 중년 등산객 사이, 눈에 띄는 한 사람이 있다. 강정섭 할아버지(82)다. 강 할아버지는 덕유산에 오기 전날 밤 잠을 설쳤다. 한 달 전부터 준비한 산행인데 눈이 내리지 않는 건 아닌지, 눈꽃이 녹은 건 아닌지 걱정 때문이었다. 다행히 눈발이 흩날리자 그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폈다.
 
곤돌라에서 내리면, 하차장에서 향적봉을 거쳐 중봉까지는 1.6km의 완만한 길이다. 이 길지 않은 능선을 걷는 동안 강 할아버지는 사진을 100장 넘게 찍었다. 길을 나서지 못한 친구들에게 선물로 주기 위해서다. 그런 아버지의 뒤를 든든히 지켜주는 아들 강남규 씨(52). 이날을 위해 그는 날씨 확인과 답사도 꼼꼼히 마쳤다. 해가 갈수록 쇠약해져 내년을 기약할 수 없는 아버지에게 이번 산행이 어떤 의미인지 누구보다 잘 이해하기 때문이다.
 
2-1.jpg

계획을 한 달 전에 세웠거든요.
기대를 많이 하셔서.
작년에는 지금보다 몸이 더 건강하셨는데
벌써 매 년마다 건강 상태가 달라지시더라고요.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좋은 곳에 자꾸 모셔오는 거죠.
- 강남규(52) -
 
■ 눈꽃, 상처를 위로하다
 
때로 눈꽃은 삶에 위안이 되기도 한다. 친구들과 함께 덕유산을 찾은 이영애 씨(58). 그녀는 작년 말 남편을 잃었다. 남편이 떠난 뒤, 그녀는 빈자리를 눈물로 채웠다. 그런 영애 씨의 손을 붙잡고 두 친구와 딸이 산행에 나섰다. 덕유산에 오는 동안 영애 씨의 표정은 어두웠다.
 
하지만 4시간이 넘는 산행 끝에 정상에 오르자 그녀의 얼굴에는 오랜만에 미소가 번졌다. 어머니의 품처럼 넉넉한 덕유산에 눈꽃이 만발해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을 녹이는 눈꽃. 영애 씨의 마음에도 한 송이 피었을까.
 
방송 : 2015년 1월 25일 (일) 밤 11시 5분 KBS 2TV
 
방송 : 2015년 1월 25일 (일) 밤 11시 5분 KBS 2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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