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유리껍질로 동물세포를 살아있는 채로 피포화(被包化)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세포를 하나씩 유리껍질로 포획하면 외부의 이온농도 변화나 물리적 충격 등으로부터 세포를 보호할 수 있어 단일세포를 이용한 고감도의 바이오센서 개발 등을 위한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포피포화는 세포를 살아있는 채로 단단한 껍질로 포획하고 세포의 생존력을 높이고 세포를 제어하는 기술이다.
KAIST 화학과 최인성 교수와 한국교원대 화학교육과 양성호 교수 연구팀이 공동으로 수행한 이번 연구결과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리더연구자지원사업(창의)과 신진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되었다.
이번 연구결과는 KAIST 화학과 이준오 연구원을 제1저자로 하여 화학분야 국제학술지 앙게반테 케미지 6월 4일자에 발표되었다. (논문제목 : Cytoprotective Silica Coating of Individual Mammalian Cells Through Bioinspired Silicification)
개별 세포를 살아있는 채로 단단한 껍질로 포획하면 세포의 생존력을 높일 수 있는 한편 세포의 생물학적 행동을 제어할 수 있다.
세포벽을 가진 미생물을 피포화한 연구는 있지만 세포벽이 없어 외부환경에 특히 민감한 동물세포의 피포화는 어려운 과제였다.
연구팀은 자궁경부암 세포를 하나씩 단단한 유리로 감싸는 데 성공했다. 유리껍질에 포획된 세포는 건조나 압력 같은 외부의 물리적 자극에도 불구하고 원래의 둥근 모양을 유지했다.
동물세포를 무기물로 포획한 것은 처음으로 껍질에 여러 물질과 결합할 수 있는 고리(티올기)를 달아 비오틴 같은 유용한 기능기를 세포에 부착, 세포 기반의 다양한 바이오센서 개발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비오틴(biotin)은 황을 포함하는 비타민으로 동물의 성장 꼭 필요한 수용성 산류(酸類)다.
실제 세포에 손상을 줄 수 있는 화합물이나 단백질 분해효소를 장시간 처리한 경우 유리껍질에 포획된 세포의 경우 보통의 자궁경부암 세포보다 생존률이 높았다.
또 통상 배양접시에 붙어 자라는 세포임에도 불구하고 유리껍질로 감싼 자궁경부암 세포는 접시표면에서 분리, 배양액에 떠서 자라는 등 세포의 생장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규조류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유리성분인 실리카를 만드는 것에 착안하여 세포 위에 바로 유리껍질을 합성하는 방법을 개발한 데 따른 것이다.
규조류는 물에 떠서 사는 식물성 플랑크톤으로 유리로 된 세포벽을 형성한다.
양성호 교수는 “환경 변화에 민감한 동물세포를 인공적 방식으로 보호하여 생존력을 높임으로써, 동물세포를 다양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