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세계보건기구(WHO)가 8일(현지시간)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발병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ublic Health Emergency of International Concern;PHEIC)를 선포했다.
세계 각국에서 에볼라 바이러스 의심 환자들이 발생하고 있고, 확산우려도 확대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는 감염대응체계에 대한 문제들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고, 이로 인한 우려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현 상황을 조망해 본다.
(사진=WHO)
◆WHO 긴급위원회, 만장일치 PHEIC 권고
WHO 마거릿 챈 사무총장은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긴급위원회에서 논의한 결과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발병은 매우 광범위하며 복잡한 양상을 띠는 이례적인 사건이며, 다른 국가에도 전파될 위험이 크다고 결론내렸다. 긴급 위원회가 만장일치로 PHEIC를 선언하도록 권고해 이에 따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미 에볼라가 창궐한 아프리카 국가들에게는 권고를 통해 ▲국가원수의 비상사태 선포 ▲에볼라 확산 방지를 위한 긴급 센터 설립 ▲에볼라 감염이 심한 기니,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3개국 접경지역에 대한 최우선적 의료 및 물자 지원 ▲해당 국가의 전통 장례식을 반드시 각국의 보건규정에 따라 교육된 사람에 의해 치러지도록 할 것 등을 촉구했다.
또 에볼라 환자와 접촉했거나 감염된 경우 국제사회로의 전파를 막기 위해 외국으로의 여행을 못하도록 하고, 공항이나 항구, 국경 검문소 등에서 해외로 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철저한 방역 검사를 강력 요청했다.
아직 에볼라가 전파되지 않은 인근 국가들에 대해서는 에볼라 신속대응팀을 신설하는 등 에볼라 관련 의료 대응체계 수립과 함께 이유를 알 수 없는 고열이나 이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했는지에 대한 감시를 철저히 하고 에볼라 감염이 확인된 경우 이를 방역 비상사태로 보고 국가 또는 지방정부 차원에서 위기관리를 할 것을 주문했다.
그외 다른 국가들에 대해서는 충분한 정보 제공과 함께 각별한 주의를 촉구하면서 에볼라에 감염된 자국 의료인은 본국으로 호송될 수 있도록 필요한 의료시설 등을 갖춰달라고 덧붙였다.
WHO는 오는 11일 의료 윤리위원회를 통해 실험단계에 있는 에볼라 치료제의 사용 여부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12일에는 마거릿 챈 사무총장 주재로 스위스 제네바 유럽 유엔본부와 다른 국제기구를 대상으로 주요 감염국 대표들의 국가별 대응 방안 보고 및 서아프리카 국가들의 에볼라 발병상황과 대응 등에 대해 추가 설명을 할 예정이다.
한편 에볼라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는 기니가 495명 감염에 367명이 사망해 가장 많은 사망자를 기록했고, 그 뒤를 이어 시에라리온 717명 감염에 298명 사망, 라이베리아 554명 감염에 294명 사망, 나이지리아 13명 감염에 2명이 사망했다.
현재 서아프리카 지역에는 1,779건의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사례가 보고됐으며 이 중 961명이 사망한 것으로 발표돼 있다.
◆나이지리아 2명 감염확인, 확산 우려…우간다, 캐나다서도 의심환자 발생
에볼라바이러스가 서아프리카 3개국(기니,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에서 점차 동쪽으로 확산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AP, AFP통신 등 주요 외신은 8일(현지시간) 아프리카 최대 인구국가인 나이지리아에서 에볼라 감염자 2명이 추가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나이지리아 오니예부치 추쿠 보건장관은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환자 2명이 추가로 확인돼 나이지리아 에볼라 감염 환자는 모두 9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또 “현재까지 확인된 나이지리아 에볼라 환자들은 모두 지난 7월 나이지리아 라고스에서 에볼라로 사망한 라이베리아 재무부 관리 패트릭 소여(40)와 1차 접촉이 있었던 사람들이다”며 “현재 나이지리아에서 사망자는 패트릭 소여를 포함한 2명이며, 감염 의심 환자는 6명이다. 또 총 139명이 에볼라와 관련해 특별 감시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이지리아 굿럭 조너선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오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에볼라 확산 방지를 위한 19억 나이라(121억원)의 긴급 자금 집행도 승인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나이지리아의 에볼라 대응을 돕기 위해 인력을 추가 지원키로 했으며, 유럽연합(EU)도 서아프리카 에볼라 확산을 막기 위해 800만 유로(111억원)를 추가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은 물론 에볼라 진단 등을 위한 이동식 연구실 등도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에볼라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우려 및 실제 다른 지역으로 확산도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캐나다에서도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환자가 발생해 격리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8일(현지시간) 현지 미디어들은 최근 나이지리아에 다녀온 한 남성이 고열 등 에볼라와 비슷한 증상을 보여 토론토 인근 브램튼의 온타리오병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동 아프리카 우간다에서도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환자가 발생해 긴급 역학조사를 한 결과 ‘음성’으로 나타났다.
◆에볼라 발생국 입국자 파악도 못해…정부 ‘단순착오?’
이런 가운데 국내 검역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 A씨는 지난 6월 27일 사업차 라이베리아로 출국해 머물다 지난 7월 1일 케냐를 경유해 귀국, 2일 후 설사 증세를 보여 대형병원을 찾아 진찰을 받았다.
A씨는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을 우려해 혈액 검사를 한 결과, 염증과 백혈구 수치 등에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현재는 지사제를 먹고 증상이 사라진 상태로 알려졌다.
문제는 A씨를 포함한 일행 3명은 검역신고서에 라이베리아 체류 사실을 밝혔지만 일행 3명 중 누구도 정부의 연락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파악했던 에볼라 발생국 입국자 22명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같은 사실은 A씨가 지난 7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전화 인터뷰를 통해 밝힌 후에야 확인됐다.
A씨는 이 인터뷰에서 “귀국 후 2~3일 동안은 아무 증상이 없었지만 4일째부터 설사 증상이 있어 근처 대형병원에 가 진찰을 받았지만 의사가 에볼라 바이러스는 확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며 “찝찝해서 피검사를 요청했고, 염증 수치나 백혈구 수치가 다 정상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진단을 받고 나왔다”고 밝혔다.
또 “케냐의 경우 약 2시간동안 항공기에 붙잡혀 검역 검사가 마무리 된 후 문을 열어줬는데 한국은 검역신고서에 기침, 설사, 열 등이 없다고 체크하니 바로 게이트를 통해 나올 수 있었고, 신고서에 라이베리아 체류사실과 연락처를 기재했지만 보건소 등에서 확인전화를 전혀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가 발표한 위험국가 입국자에 대한 검역강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이 단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본부는 검역 창구에서의 단순 착오라고 밝히면서 검역을 더욱 추가, 강화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다.
◆누리꾼들 불안 가중 vs 정부 및 전문의 “심각하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가능성이 높아지고, 국내 감염체계에 대한 문제들이 드러나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불안이 확산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Love_MyMago님은 “보호복 입고 철저하게 예방조치 해가며 환자 돌보던 의료진들은 왜 감염되서 죽어나간겁니까?” fenix69님은 “저렇게 하면 국민이 안심합니까?” 돈까스님은 “그럼 미국의사는 보호복 마스크 눈 보호대 온몸을 칭칭 감고 환자 돌봤는데 왜 걸린거임? 곧 에볼라 괴담이라 하겠군” holic님은 “에볼라라고 인터넷 치면 몇몇 변종은 밀폐된 실내에서 전염되었다고 합니다. 단지 자이르형이 아닐 뿐인거지. 실제로 전염되는 에볼라 바이러스 변종있습니다” iron님은 “공기로 전염된 사례가 동물들 간에 있었다네요. 인간도 동물인지라 백퍼 확신은 어려울 듯” 등 다양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정부는 물론 대한의사협회 및 대한감염학회는 최근 보도자료 및 긴급기자회견 등을 통해 “국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 발병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며 “심각하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고 밝혔다.
예방차원에서 손씻기 등의 기본적인 청결 등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대학병원 교수는 “현재 국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는 이유는 정부가 말로는 한다고 하고, 금방 그렇지 않다는 것이 확인되기 때문이다”며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실질적인 노력과 대응이 필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미국인 에볼라 환자들 상태 호전 중
한편 8일(현지시간) AP통신, CNN 등 주요 미디어는 서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서 의료활동을 하다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두 명의 미국인 환자[켄트 브랜틀리(33) 박사, 낸시 라이트볼(59) 간호사]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2일 특별기편으로 귀국해 에모리대병원 격리병실로 옮겨진 후 치료를 받고 있는 켄트 브랜틀리 박사는 그가 속한 선교단체인 ‘사마리아인의 지갑’ 측을 통해 “매일 강해지고 있다”며 “이런 끔찍한 질병과 싸우면서 신의 은총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또 “자신과 낸시 라이트볼 간호사, 서아프리카, 라이베리아 국민을 위해 기도하는 모든 이에게 심심하고 진정한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지난 5일 송환된 라이트볼 간호사의 남편인 데이비드 라이트볼도 “아내가 에모리대 병원에 입원한 이후 약간의 차도를 보이고 있다. 스타벅스 커피를 주문해 의료진이 사서 건네기도 했다”고 전했다.
에볼라에 감염된 켄트 브랜틀리와 간호사 낸시 라이트볼은 실험용 치료제는 물론 수액과 에볼라 바이러스를 이겨낸 14세 환자로부터 수혈 등을 받은 후 증세가 계속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