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생명 위협하는 저체온, 심정지 환자에‘효자’ - 소양호에 빠졌던 25세 남성 저체온요법과 에크모로 회복 후 일상생활 중
  • 기사등록 2013-04-09 16:24:35
  • 수정 2013-04-09 16:27:47
기사수정

강원도 춘천에 사는 조모(25, 남)씨. 지난 3월 2일 오후 5시경 무심코 소양호에 들어갔다가 물에 빠지는 사고를 당했다. 따뜻한 봄 햇살에 얼었던 호수가 녹았지만 며칠 동안 이어진 꽃샘추위에 방심했던 것.

다행히 봄나들이를 온 관광객들의 신고로 119구조대가 출동했고 조 씨는 사고가 난지 30분 만에 헬기로 구조됐다. 조 씨는 곧바로 한림대학교춘천성심병원 응급의료센터로 후송됐지만 심장은 정지된 상태였다.

다행히 90분가량 이어진 심폐소생술과 원활한 혈액공급을 위해 인공 폐, 인공심장으로 불리는 체외막산소화장치 ECMO(extracorporeal membrane oxygenation)를 가동했다. 그로부터 한 달 여가 지난 현재, 그는 일상생활에 불편이 없을 만큼 회복된 상태다.

영하에 가까울 만큼 찬물에 30여분 동안이나 빠져있었던 데다 심장까지 멈췄던 그가 무사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운이 좋아서’만은 아니었다.

119구조대의 신속한 구조활동과 응급실에서의 심폐소생술 외에도 저체온요법과 멈췄던 심장을 대신해 그 역할을 해준 ECMO 덕분에 가능했다.

◆체온을 32~34℃로 떨어뜨려 뇌손상을 막는 ‘저체온요법’
그를 살린 저체온요법은 심장박동이 멈췄다가 되돌아온 환자의 체온을 일정 수준으로 떨어뜨려 뇌손상을 유발하는 신경전달물질의 생성과 분비를 차단으로써 뇌사와 같은 더 큰 피해를 막는 요법이다.

심정지가 발생하면 뇌뿐 아니라 전신으로의 혈액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뇌손상이 불가피하다.

환자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심장이 정지한 뒤 5분이 지나면 뇌손상이 시작된다. 심장이 다시 뛰더라도 의식이 돌아오지 않거나 뇌사에 빠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심정지 환자의 소생률이 5~6% 정도인데 반해 퇴원 시 생존률이 이보다 현저하게 낮은 것도 심정지 후의 증후군이 더 치명적으로 작용해서다.

저체온요법은 환자의 체온을 32~34℃까지 낮춰 24시간 동안 유지시키면서 멈췄던 심장 기능은 살리고 2차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증후군은 예방하는 치료법이다.

환자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하면 1시간에 0.25℃씩 정상체온까지 올리기 때문에 별다른 후유증이 없는 게 특징이다.

춘천성심병원 응급의료센터 서정열 교수는 “조 씨가 구조되기까지 30분 정도 차가운 물에 빠져 있었던 덕분에 체온이 떨어져 자연스럽게 저체온요법이 이루어졌다”며 “저체온 요법이 뇌손상을 줄이는 기전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지만 혈액-뇌장벽을 보호하고 ATP를 보전하며 미세혈류 개선, 뇌압 감소와 같은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저체온요법은 저체온 유도기와 유지기, 회복기로 나누어 시행한다.

유도기는 목표 체온인 32~34℃로 떨어뜨리는 단계다. 유지기는 체온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시기로 심정지 후 회복한 환자는 체온이 정상보다 낮은 특성이 있어 일반인에 비해 체온을 하강시키는 것이 용이하다.

그러나 유도 과정에서 오한이 생길 수 있어 근시경차단제를 투여한다.

유도기와 유지기 다음은 회복기를 거친다. 체온을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한 코스다. 이때 유의할 것은 시간당 0.25~0.5℃의 속도로 올려야 한다는 점이다.

과도하게 체온이 오르면 그에 따른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 체온을 30℃ 이하가 되지 않게 하는 것도 관건이다. 정상 체온과 10℃ 이상 차이가 날 경우 저체온증으로 사망할 수 있다.

간혹 체온을 32~34℃로 유지하는 동안 오한과 말초혈관 저항의 증가로 후부하가 높아질 수 있다. 이뇨현상으로 인한 체액량 감소와 저인산혈증, 저칼륨혈증, 저칼슘혈증, 저마그네슘혈증과 같은 전해질 이상도 생길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춘천성심병원 응급의료센터 서정열 교수는 “심정지를 경험한 환자 100명 중 심장이 소생하는 이는 5명 정도고 그중에서도 뇌손상을 입지 않는 경우는 1명에 불과하다”며 “심정지가 발생한 환자에게서 뇌사를 막는 유일한 치료법이 바로 저체온요법이다”고 말했다.

◆심장 기능을 대신하는 에크모도 생존의 필수조건
조씨가 기적과도 같이 회생해 건강을 찾을 수 있었던 데는 체외막산소화장치, 즉 ECMO의 영향도 컸다.

에크모는 급성심부전이나 급성호흡부전으로 심폐기능이 어려워져 생명을 위협받는 환자에게 심장과 폐 기능을 지원해주는 의료장치다.

혈액을 외부로 빼내 순환시키면서 이산화탄소는 배출시키고 산소는 공급해 장기와 조직이 원활하게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인공 심장’ 또는 ‘인공 폐’로 불린다.

또 이 상태를 유지하면서 관상동맥혈관을 넓히거나 항생제를 사용해 심장마비, 급성호흡기능부전을 일으킨 원인을 찾음으로써 환자의 빠른 회복이 가능하다.
춘천성심병원 의료진도 심장이 멈춘 조 씨에게 에크모 장치를 부착해 심장 기능을 유지한 채 저체온요법으로 뇌 손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

춘천성심병원 흉부외과 김형수 교수는 “에크모는 심정지와 급성호흡부전과 같은 증상이 있는 환자 10명 중 3명을 생존시킬 만큼 유용한 의료장비다”며 “춘천성심병원은 응급의학과와 호흡기내과, 순환기내과 등 관련 진료과 의료진이 응급상황에 대비하고 환자 도착 시 곧바로 에크모를 가동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medicalworldnews.co.kr/news/view.php?idx=1365492248
기자프로필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보건의료노조, 127개 의료기관 쟁의조정 신청 완료…7월 24일 총파업 예고
  •  기사 이미지 [6~7월 제약사 이모저모]베이진, 신신제약, 한국머크, 티디에스팜, GC녹십자 등 소식
  •  기사 이미지 [5~6월 제약사 이모저모]목암생명연, 바이엘, 엔지켐생명과학, 한국로슈, 한국머크 등 소식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대한간학회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