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의사회(회장 황규석)가 환자의 치료선택권과 의료인의 소신진료권 침해를 이유로 제기한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제18조의4 제1항 제4호 위헌확인’ 헌법소원이 헌법재판소 지정재판부 사전심사를 거쳐 전원재판부에 회부됐다.
이와 관련해 도수치료의 가격과 이용 횟수를 제한한 ‘관리급여’ 제도의 위헌 여부가 본격적인 심판대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도수치료 관리급여 전환에 반발… 환자·의사 공동 청구
정부는 2026년 7월 1일부터 도수치료를 관리급여로 전환해 1회 가격을 4만3850원, 환자 본인부담률을 95%로 정했다. 이용 횟수는 원칙적으로 주 2회, 연간 15회로 제한하고 의학적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연간 24회까지 허용했다.
서울시의사회는 지난달 3일 오전 11시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소원심판 청구서를 제출했다.
헌법소원에는 실제 도수치료를 받는 환자와 도수치료를 시행하는 의료기관 원장이 청구인으로 참여했다.
서울시의사회는 정부가 법률의 구체적인 근거 없이 시행령만으로 국민의 치료선택권과 의료인의 전문적인 임상 판단을 제한할 수 있는지를 헌법재판소의 판단을로 확인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의사회는 모법인 국민건강보험법이 선별급여 대상을 경제성 또는 치료효과성이 불확실해 추가적인 근거가 필요한 경우 등으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시행령에 ‘사회적 편익 제고를 목적으로 적정한 의료 이용을 위한 관리가 필요한 경우’를 추가한 것은 법률에 없는 새로운 통제 근거를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같은 질환이라도 증상의 정도와 치료 경과, 연령과 기저질환 등이 모두 다른 만큼 치료 방법과 횟수는 환자를 직접 진찰한 의사가 의학적 필요성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하되지 않고 본안 판단 단계 진입”… 이전 유사 사건과 차별화
법정대리인인 법무법인 측은 이번 전원재판부 회부에 대해 “다행히 지정재판부에서 각하하지 않고 내용에 대한 판단에 들어가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헌법사건은 사건마다 심리 기간의 차이가 크고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헌법소원은 헌법재판관 3명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의 사전심사를 먼저 거치며, 이 과정에서 재판관 전원이 각하에 동의하지 않으면 사건은 전원재판부 심리 단계로 넘어간다.
법무법인 측은 앞서 지난 2월 같은 시행령 조항을 대상으로 제기된 다른 헌법소원 사건이 각하된 사례를 언급하며 “당시 헌법소원은 당사자 적격 등 어떤 형식적인 부분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서울시의사회가 제기한 헌법소원에는 실제 도수치료를 시행하는 의료기관 원장과 치료를 받는 환자가 청구인으로 참여했다”며 “적어도 당사자 적격 등을 포함한 형식적 요건에서 각하되지 않고 내용에 대한 판단을 받을 수 있는 상태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측은 “심리 과정에서 헌법재판소가 청구인 측에 추가 의견이나 자료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고, 앞으로 관련 정부 부처의 의견을 받아 양측의 입장을 검토한 뒤 판단하는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선 각하되지 않고 전원재판부의 판단을 받을 수 있는 단계가 됐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환자 치료권 지키기 위한 소송”
서울시의사회는 이번 헌법소원이 의료계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황규석 회장은 “환자마다 질환의 정도와 치료 경과가 다른데도 횟수와 가격을 일률적으로 정해버리면 결국 가장 먼저 치료 기회를 잃는 사람은 중증환자와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라며 “서울시의사회는 그 환자들의 치료권을 지키기 위해 이번 헌법소원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어 “도수치료는 단순한 선택적 치료가 아니다.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필요한 환자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런 환자들에게 연간 15회, 예외적으로 24회라는 횟수만 제시하고 그 이상은 사실상 막아버리는 방식이 과연 환자 중심의 제도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직접 보고 필요하다고 판단한 치료까지 행정적인 기준으로 제한한다면 의료인의 전문적인 판단도 함께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번 헌법소원은 의료계의 권한을 넓혀달라는 요구가 아니라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를 환자와 의사가 함께 결정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영역을 지켜달라는 문제”라며, “헌법재판소가 이번 사건의 본질을 환자의 치료선택권과 건강권, 그리고 의료인의 소신진료권이라는 관점에서 충분히 살펴주기를 바란다. 서울시의사회는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제도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끝까지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