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잠을 잤는데도 낮 동안 참기 어려운 졸음이 반복되거나, 웃고 놀라는 순간 갑자기 몸에 힘이 빠진다면 단순한 피로보다 기면증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기면증은 수면과 각성 상태를 조절하는 뇌 기능에 이상이 생겨 나타나는 만성 신경계 질환이다.
부산 삼성브레인신경과 이원구(대한신경과의사회 회원) 대표원장은 “일상에서는 게으르거나 집중력이 부족한 것으로 오해받기 쉽지만, 실제로는 개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졸음이 반복되는 수면장애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각성 유지하는 ‘오렉신’ 감소와 연관
기면증은 뇌의 시상하부에서 수면과 각성 상태를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오렉신, 즉 하이포크레틴의 감소와 관련이 있다.
특히 탈력발작이 동반되는 제1형 기면증에서는 오렉신을 생성하는 신경세포가 줄어든 상태가 확인되기도 한다.
정확한 발생 과정이 모두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자가면역 반응으로 인해 해당 신경세포가 손상되는 기전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된다.
특정 면역 관련 유전자와의 연관성도 보고되고 있다.
이원구 원장은 “이 때문에 기면증은 단순한 수면 부족이나 생활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수면·각성 조절 체계에 변화가 생겨 나타나는 신경계 질환으로 분류된다.”고 밝혔다.
◆낮 졸림 외에도 다양한 증상 나타나
기면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주간 과다졸림이다.
밤에 충분한 시간 동안 잠을 잤더라도 낮에 졸음을 참기 어렵고, 회의나 식사, 대화처럼 깨어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순간적으로 잠에 빠질 수 있다.
탈력발작도 기면증에서 살펴볼 수 있는 증상이다.
이원구 원장은 “크게 웃거나 화를 내고 놀라는 등 감정 변화가 생겼을 때 턱이나 목, 무릎 등의 근육에 갑자기 힘이 빠질 수 있다.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주저앉거나 넘어지는 모습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잠들거나 잠에서 깨어날 무렵 의식은 있지만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수면마비가 나타날 수 있으며, 실제처럼 생생한 장면이나 소리를 경험하는 입면 환각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 밖에도 밤잠이 자주 끊기거나 반복적으로 깨는 야간 수면 분절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모든 증상이 한꺼번에 발생하는 것은 아니므로 주간 졸림의 양상과 동반 증상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면다원검사와 다중수면잠복기검사로 확인
기면증은 우울감이나 만성피로, 수면 부족, 수면무호흡증 등과 증상이 비슷해 구분이 쉽지 않다.
따라서 낮에 졸리다는 증상만으로 판단하기보다는 수면 시간과 생활 습관, 복용 약물, 동반 질환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검사 과정에서는 먼저 야간 수면다원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수면다원검사는 밤사이 뇌파와 호흡, 산소포화도, 심박수, 근육 움직임 등을 기록해 다른 수면장애가 있는지 살펴보는 검사다.
이후 낮 동안 다중수면잠복기검사를 진행해 잠드는 데 걸리는 시간과 렘수면이 시작되는 시점을 확인한다.
이원구 원장은 “여러 차례 낮잠 검사를 반복하면서 평균적으로 얼마나 빨리 잠에 드는지, 렘수면이 이른 시점에 나타나는지를 평가한다. 검사 결과는 환자의 증상과 수면 기록, 야간 수면 상태 등을 함께 고려해 해석한다.”고 설명했다.
◆치료는 졸림 줄이고 일상 유지하는 데 초점
기면증 치료는 증상을 줄이고 학업이나 업무,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낮 동안의 졸림이 심한 경우에는 각성 상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약물을 사용할 수 있다.
탈력발작이나 수면마비, 입면 환각이 동반될 때는 증상에 따라 다른 약물이 함께 검토될 수 있다.
약물치료와 더불어 일정한 시간에 잠들고 일어나는 습관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낮 시간에는 정해진 시간에 짧게 잠을 자는 계획 낮잠을 활용하면 갑작스럽게 졸음이 쏟아지는 상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음주와 수면 부족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생활 패턴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운전이나 높은 곳에서의 작업처럼 졸음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활동은 증상이 조절될 때까지 주의가 필요하다.
낮 동안 조절하기 어려운 졸음이 반복되거나 감정 변화와 함께 몸에 힘이 빠지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단순 피로로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이원구 원장은 “기면증은 장기간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지만, 진단 후 증상에 맞는 치료와 생활 관리를 이어가면 학업과 직장생활을 지속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기면증은 단순히 잠이 많거나 의지가 부족해서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라, 뇌의 수면과 각성 조절 기능에 변화가 생겨 발생하는 신경계 질환이다.”며, “주간 졸림이 반복될 때는 수면 부족이나 피로로만 판단하지 말고 동반 증상과 수면 상태를 함께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낮 동안 참기 어려운 졸음이 3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웃음, 놀람, 분노와 같은 감정 변화에 따라 몸에 힘이 빠지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수면다원검사와 다중수면잠복기검사 등을 통해 원인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며, “기면증은 진단 이후 약물치료와 규칙적인 수면 습관, 계획된 낮잠을 병행하면 일상생활의 불편을 줄이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으므로 증상을 방치하지 말고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메디컬월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