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안면신경학회(회장 이종대, 순천향대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지난 7일 ‘안면신경의 날’을 맞아 순천향대서울병원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2026 한국형 안면신경마비 임상진료지침’을 발표했다.
지난 2010년 이후 16년 만에 안면신경마비 진료 표준을 근거 중심으로 전면 개정한 이 지침에서는 발병 72시간 이내 조기 치료와 위험신호 감별, 눈 보호를 핵심 원칙으로 제시했다.

◆흔하지만 오해 많은 ‘안면마비’
안면신경마비는 얼굴 표정을 담당하는 제7뇌신경에 갑작스러운 기능 장애가 생기는 질환으로, 인구 10만 명당 매년 20~30명에게 발생하는 비교적 흔한 질환이다.
얼굴 비대칭과 눈 감김 장애는 물론 귀 통증, 청각과민, 미각 변화까지 다양한 증상이 동반된다.
가장 흔한 원인은 특별한 이유 없이 생기는 ‘벨마비’로 전체의 약 57%를 차지한다.
벨마비 환자의 약 70%는 치료 없이도 자연 회복되지만, 약 30%는 불완전 회복이나 연합운동 같은 영구적 후유증을 남긴다.
초기 마비가 심할수록, 고령일수록, 당뇨가 있을수록 예후가 나쁜 경향이 있어 제때, 제대로 된 치료가 중요하다.
◆16년 만의 전면 개정…“근거 중심 재작업”
이번 지침은 2010년 대한이과학회가 발표한 급성 안면신경마비 진료지침의 후속 개정판이다.
기존 권고를 손질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임상 현장에서 실제로 맞닥뜨리는 9개 핵심질문을 새로 도출하고 국제 표준 방법론(GRADE)에 따라 근거를 처음부터 다시 평가하는 ‘De novo’ 방식으로 개발됐다.
이비인후과·신경과·재활의학과·안과·성형외과·신경외과 등 6개 진료과와 예방의학 전문가가 참여해 MEDLINE 등 4개 국제 데이터베이스를 체계적으로 검토했다.
환자 대상 설문으로 환자의 가치와 선호도를 반영했고, 개발에 참여하지 않은 외부 전문가 6인의 검토를 거쳤다.
개발은 정부 ‘의료기술 비교평가 가이드라인 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핵심 메시지 ①72시간 골든타임…스테로이드가 회복 좌우
새 지침에서 가장 강한 권고(Grade A)는 스테로이드 조기 치료다.
메타분석 결과 스테로이드 치료군의 완전 회복률은 약 78%로 위약군(67%)보다 유의하게 높았다.
증상 발생 후 72시간 이내, 가능하면 48시간 이내에 시작할 때 예후가 가장 좋으며, 지침은 의료기관이 ‘72시간 이내 스테로이드 시작률 85% 이상’을 질 지표로 관리하도록 권고했다.
이비인후과 전문의들은 안면신경마비를 단순한 근육 마비가 아닌 뇌신경의 급성 염증질환으로 규정하며, 검증되지 않은 치료에 의존하다 마비가 고착화된 상태로 병원을 찾는 사례가 가장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초기 3일간의 약물치료가 평생의 얼굴을 좌우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② “모든 얼굴마비가 벨마비는 아니다”
급성 안면마비의 40% 이상은 벨마비가 아닌 다른 원인(감염·외상·종양·람세이헌트증후군 등)에서 비롯된다.
팔다리 힘 빠짐, 발음 어눌함, 의식 변화, 복시, 심한 두통이 동반되면 뇌졸중 같은 중추성 원인을 의심해 즉시 응급 평가와 신경과·신경외과 협진을 해야 한다.
귀의 수포와 심한 통증을 동반하는 람세이헌트증후군은 벨마비보다 예후가 나빠 적극적 치료가 필요하다.
◆③ 눈을 지켜라…각막 합병증 예방
눈이 완전히 감기지 않으면 각막이 노출돼 건조해지고, 심하면 노출성 각막염이나 각막 손상으로 시력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지침은 눈 감김이 불완전한 환자에게 인공눈물(주간), 윤활 안연고(야간), 야간 테이핑 등 눈 보호 조치와 환자 교육을 즉시 시행하고, 각막 위험이 높으면 안과 협진을 하도록 권고했다.

◆④ 회복기·만성기…재활부터 수술까지 단계적으로
급성기 이후에는 단계적 관리가 이어진다.
거울치료·표정운동·신경근 재교육·근전도 바이오피드백 같은 재활치료는 심각한 부작용 없이 안면 대칭과 기능을 개선한다.
연합운동에는 보툴리눔독소 주사를, 6개월 이상 회복되지 않은 만성 마비에는 수술적 재건을 고려하며, 예후 예측을 위해 발병 2주 이내 신경전도검사를 활용한다.
◆9개 핵심 권고 요약
△중증도는 House–Brackmann 등급으로 표준화 기록(B) △벨마비 외 원인 의심 시 선별적 진단검사(B) △예후 예측 위한 신경전도검사, 발병 2주 이내(B) △스테로이드 급성기 1차 치료, 72시간 이내 조기 시작(A) △항바이러스 병합은 환자 상태에 따라 선택(B) △중증·완전마비 시 초기 감압술 고려(B) △재활치료 고려(B) △6개월 이상 미회복 시 수술적 재건(B) △시기·중증도별 선별적 다학제 협진(B) 등이다.
◆환자 중심·향후 계획
대한안면신경학회 이호윤(이대목동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총무이사는 “이번 지침이 1·2·3차 의료기관 모두에서 진료의 일관성과 질을 높이고 환자 중심의 근거기반 의료를 실현하는 토대가 될 것”이라며, “지침은 학술대회·연수강좌와 학회 홈페이지, 임상진료지침 정보센터(KoMGI)를 통해 보급되며 환자·보호자용 요약본과 1차 의료기관용 체크리스트도 함께 배포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5년 주기로 갱신하고, 안면신경마비 레지스트리(K-FNP Registry)와 연계해 실제 진료 적용과 결과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안면신경마비는 초기 대응이 적절하면 대부분 완치에 가까운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질환이다.
이종대 회장은 “얼굴이 굳으면 다른 방법을 찾기 전에 곧바로 이비인후과·신경과를 찾아 표준 약물치료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1차 의료기관에서는 특징적인 상황들이 확인된다면 빠른 상급기관 전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