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스피레논(DRSP) 4mg 단일제제[현대약품 슬린다(Slinda)]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제시됐다.
해운대백병원 산부인과 전성욱 교수는 지난 3월 15일 삼성서울병원에서 개최된 2026 대한피임·생식보건학회 춘계연수강좌 런천심포지엄에서 ‘프로게스틴 단일제제(POP)의 임상적 활용’을 주제로 구체적인 내용들을 소개했다.
◆COC의 에스트로겐, 혈전 위험의 주요 원인
전성욱 교수는 복합경구피임제(COC)에 함유된 에티닐에스트라디올(EE2)이 혈전 생성을 촉진하는 기전을 설명했다.
EE2는 프로트롬빈 단편과 제8인자 등 응고인자를 증가시키고, 단백질 S와 조직 플라스미노겐 활성인자(tPA) 등 항응고인자를 감소시키며, 활성화 단백질 C에 대한 후천적 저항성을 유도한다.
덴마크 국가 코호트 연구(1995~2005년)에 따르면 COC 현재 사용자의 정맥혈전증 상대위험도(RR)는 2.83(95% CI 2.65~3.01)으로 비사용자 대비 약 2.8배 높았다.
과거 사용자의 RR은 1.08(95% CI 0.98~1.18)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에스트로겐 용량이 낮을수록 정맥혈전증 위험이 감소하는 용량-반응 관계도 확인됐다.
메타분석 결과 심근경색 위험 역시 에스트로겐 용량과 비례했다.
EE2 20μg 제제의 교차비(OR)는 0.92로 유의하지 않았지만, 30~49μg에서는 1.97, 50μg 이상에서는 3.62로 나타났다.
코크란 리뷰에서도 에스트로겐 고용량일수록 정맥혈전증, 심근경색, 허혈성 뇌졸중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프로게스틴 단일제제, 혈전 위험 증가 없어
전성욱 교수는 “프로게스틴 단독 사용이 지혈 체계에 미치는 영향이 COC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설명했다.
COC가 단백질 S를 감소시키고 프로트롬빈 단편 1.2와 제8인자를 증가시키는 반면, 프로게스틴 단독 사용 시에는 이러한 변화가 반대 방향으로 나타나거나 영향이 없었다.
덴마크 코호트 연구(2001~2009년) 결과에서도 프로게스틴 단일제제 사용자의 정맥혈전증 위험은 증가하지 않았다.
노르에티스테론 사용군의 보정 RR은 0.56(95% CI 0.29~1.07), 데소게스트렐 사용군은 1.10(95% CI 0.29~1.42), 레보노르게스트렐 자궁내장치(LNG-IUD) 사용군은 0.83(95% CI 0.63~1.08)이었다.
WHO 협력 연구에서도 프로게스틴 단독 피임법 사용자에서 뇌졸중, 정맥혈전색전증(VTE), 급성심근경색(AMI) 교차비에 유의한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
2014년 영국 성·생식건강학회(FSRH) 성명과 2006년 유럽생식의학회(ESHRE) 카프리 워크숍에서도 프로게스틴 단독 피임법이 VTE 위험 증가와 관련이 없다고 확인했다.
◆DRSP 4mg 단일제제의 약리학적 특성
전 교수는 “드로스피레논이 4세대 프로게스틴으로서 다른 프로게스틴과 차별화되는 약리학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DRSP는 프로게스테론 활성과 함께 항안드로겐 활성 및 항미네랄코르티코이드 활성을 보유한 유일한 합성 프로게스틴이다.
반감기는 31~33시간으로 1세대 노르에틴드론(5~13시간), 2세대 레보노르게스트렐(10시간), 3세대 데소게스트렐(12~24시간)보다 현저히 길다.
DRSP 4mg 단일제제는 24일간 활성정을 복용하고 4일간 위약을 복용하는 24+4 요법으로 구성된다.
이 요법은 4일의 휴약기에도 불구하고 연속 복용하는 데소게스트렐과 동등한 배란 억제 효과를 보였다.
◆지혈·대사 지표에 의미 있는 변화 없어
DRSP 4mg 단일제제의 9주기 사용 후 지혈 관련 지표를 평가한 결과, 활성화 단백질 C 저항성(APC resistance)은 기저치 2.711에서 2.998로, 제8인자는 0.939에서 1.012로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가 없었다.
D-다이머는 264.9ng/ml에서 215ng/ml로 오히려 유의하게 감소했다.
전 교수는 “이 결과가 DRSP 4mg 단일제제가 지혈 체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대사 지표에서는 총콜레스테롤, HDL, LDL, 중성지방(TG)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혈당, 인슐린, C-펩타이드 수치 및 골 재형성 지표에는 유의한 영향이 없었다.
◆피임 효과 COC와 동등, 월경통·유방통도 개선
DRSP 4mg 단일제제의 전체 펄 인덱스(Pearl index)는 0.73(95% CI 0.31~1.43)으로 에티닐에스트라디올+드로스피레논 복합 COC와 유사한 피임 효과를 보였다.
부가적 임상 효과도 확인됐다.
9주기 사용 후 중증 월경통 비율은 20.2%에서 0.6%로 감소했고, 무통증 또는 경증 유방통 비율은 91.6%였다.
자궁내막 두께는 기저치 8.3mm에서 13주기 후 6.0mm로 2.3mm 감소해 자궁내막 안전성도 확인됐다.
출혈 양상에서는 에티닐에스트라디올 또는 에스트라디올 함유 COC 대비 무월경률이 더 높았다.
데소게스트렐 POP와 비교 시 7주기까지 비예정 출혈/점상출혈 비율이 DRSP군에서 유의하게 낮았다(p=0.0001). 사용 기간이 길어질수록 무월경과 희발 출혈이 더 흔해졌다.
◆비만·흡연·수유·청소년·PCOS 환자에서도 안전
전 교수는 DRSP 4mg 단일제제가 다양한 특수 환자군에서 안전하게 사용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비만 여성(BMI 30 이상)과 비비만 여성에서 피임 효과, 안전성 프로파일, 출혈/점상출혈 일수가 유사했으며, 혈압, 심박수, 체중 변화에도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흡연 여성에 대해서는 “WHO 기준상 POP가 연령이나 흡연량에 관계없이 모든 흡연 여성에서 사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35세 이상, 흡연, 비만 등 VTE 위험인자를 가진 여성에서도 정맥 또는 동맥 혈전색전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
수유 중인 여성에서는 24시간 동안 모유로 이행되는 DRSP 총량이 평균 4,478ng으로 모체 1일 투여량의 0.11%에 불과했으며, 권장 용량에서 모유 수유 중인 신생아·영아에 대한 영향은 예상되지 않았다.
12~17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제3상 임상시험에서는 임신, VTE, 고칼륨혈증 사례가 단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다.
월경통을 호소하는 대상자 수는 연구 기간 동안 점진적으로 감소했으며, 대다수가 질출혈의 양, 기간, 예측 가능성이 개선됐다고 보고했다.
다낭성난소증후군(PCOS) 환자에서는 DRSP 단독 요법이 COC를 사용할 수 없는 고안드로겐혈증 환자에서 적합한 대안이 될 수 있으며, 에스트로겐의 대사적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보고됐다. CRP와 LH 수치의 유의한 감소가 확인됐다.
전 교수는 “유럽과 미국의 3개 다기관 임상시험에서 2,500명 이상의 환자, 25,000주기 이상에서 VTE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DRSP 4mg 24+4 요법은 심혈관계 안전성을 고려할 때 다양한 환자군에서 우선적으로 처방될 수 있는 치료 옵션”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순천향대병원의 증례 분석(2006~2018년)에서 COC 관련 VTE 환자 13명이 보고된 바 있으며, 이 중 9명이 폐색전증을 동반했다.
전 교수는 “한국 여성에서 COC 관련 VTE는 매우 드문 상태이지만, 그로 인해 많은 의사와 의료 전문가들에게 간과돼 왔다”며 경각심을 촉구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