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감염학회가 지난 3월 6일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백신 접종을 권고하는 성인예방접종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발표하고, 50~74세 중증 RSV 감염 고위험군과 75세 이상 모든 성인을 대상으로 1회 접종을 권고했다.
◆RSV 감염증, 고위험군에서 중증 진행 위험 높아
RSV 감염증은 뉴모비리데과에 속하는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호흡기감염증으로, 대한민국 법정 4급 감염병이다.
건강한 젊은 성인에서는 콧물, 인후통, 기침, 가래 등 경증의 상기도감염으로 나타나지만, 고령자·만성질환자·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에서는 폐렴 등 중증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상세 권고 대상은 ▲50~74세의 중증 RSV 감염 고위험군(만성 심혈관 질환자, 만성 폐 또는 호흡기 질환자, 당뇨병 환자, 중등도 또는 중증 면역저하자, 요양시설 거주자 등)과 ▲75세 이상 모든 성인이다.
◆국내 연구 결과…RSV 사망률, 인플루엔자의 2.7배
국내 연구 데이터는 RSV 감염증의 심각성을 뒷받침한다.
2012~2015년 국내 19세 이상 RSV 입원 환자 204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65세 이상이 64.7%, 50~64세가 25.5%를 차지했으며, 57.8%에서 폐렴이 확인됐다.
RSV 감염증의 위험성은 인플루엔자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2013~2015년 국내 대학병원 18세 이상 입원 환자 대상 연구에서 RSV 감염 환자의 20일 사망률은 18.4%로, 인플루엔자 환자(6.7%)보다 약 2.7배 높았다.
폐렴, 만성 폐쇄성폐질환(COPD), 저산소혈증, 세균 동시 감염도 RSV 감염 환자에서 더 흔하게 나타났다.
◆기저질환 동반 시 입원 위험 최대 9배 증가
미국에서 수행된 연구에 따르면, 50세 이상 1,692명 성인에서 RSV 감염증으로 인한 입원율은 기저질환이 없는 경우보다 기저질환이 1개 있는 경우 약 2.7배, 2개 이상 있는 경우 약 9배 높았다.
RSV 감염 시 기저질환의 악화 위험도 증가해, 50세 이상 RSV 감염증 입원 환자에서 COPD 악화 위험은 일반 환자 대비 약 2.8배, 천식 악화 위험은 약 6.5배,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은 약 3.1배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예방 공백 해소의 전환점…접종 시기 고려해야”
대한감염학회 성인예방접종위원회 위원 고려의대 노지윤 교수는 “RSV 감염증은 고령자, 만성질환자 등 고위험군에서 중증 감염을 일으킬 수 있으며, 국내 고령층의 주요 사망 원인인 폐렴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중 하나”라며 “성인에서 RSV 감염증은 대증요법 외에 특별한 항바이러스제가 없어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성모병원 감염내과 조성연 교수는 “이번 접종 연령 확대는 그간 예방 공백이 있던 중장년층에서 질환 부담을 줄이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60세 이상 성인과의 비교 연구에서 비열등한 수준의 면역반응과 안전성 프로파일이 확인된 만큼, 50~59세 고위험군 성인의 RSV 예방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접종 시기 및 방법
RSV 감염증은 연중 발생하기 때문에 언제든 백신 접종이 가능하지만, 국내 유행 시기(10~3월)를 고려해 늦여름~초가을 동안 접종이 권고된다.
RSV 백신은 1회 접종이 권고되며, 불활화 계절성 인플루엔자 백신과 동시 접종도 가능하다.
◆RSV 백신 아렉스비, 50세 이상 고위험군까지 적응증 확대
한편 현재 국내에서 시판 중인 RSV 백신은 GSK의 아렉스비로, 2024년 12월 60세 이상 성인 대상으로 최초 승인된 후 2025년 11월 50세 이상 59세 이하 고위험군 성인까지 적응증이 확대됐다.
고위험군에는 만성 호흡기 질환자, 만성 심혈관 질환자, 말기 신장 질환자, 당뇨병 환자, 요양원·요양시설 거주자 등이 포함된다.
이번 적응증 확대는 50~59세 만성질환자에서 아렉스비 접종 후 면역원성과 안전성을 60세 이상 성인과 비교한 글로벌 3상 임상시험 결과를 근거로 이뤄졌다.
60세 이상 성인 대상 기존 임상연구에서 아렉스비는 82.6%의 RSV 하기도 질환(RSV-LRTD) 예방효과를 나타냈으며, 동반질환을 1개 이상 보유한 60세 이상 성인에서는 94.6%의 예방효과를 확인한 바 있다.
50~59세 만성질환자에서도 60세 이상 성인 대비 면역원성의 비열등성(non-inferiority)이 확인됐고, 안전성 프로파일 역시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