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재택의료 시범사업이 의료비 절감과 환자 만족도 향상 등 긍정적 효과를 입증했지만, 본사업 전환을 위한 제도적 기반은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미영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부연구위원은 대한재택의료학회 2025년 추계 심포지엄에서 ‘건강보험 재택의료 시범사업에서 일차의료기관의 현황과 역할’을 주제로 발표하며 시범사업의 성과와 과제를 제시했다.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 3차까지 진행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은 의료기관 내원이 곤란한 장기요양수급자를 대상으로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이 팀을 이루어 가정을 방문해 진료·간호 및 지역사회 돌봄 서비스 연계 등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국민건강보험법 제41조의5(방문요양급여)를 법적 근거로 하고 있다.
시범사업은 2022년 12월 1차 사업을 시작으로 현재 3차까지 진행 중이다.
1차 사업은 2022년 12월부터 2023년 6월까지 7개 시·군·구 9개 기관이 참여했으며, 2차 사업은 2023년 7월부터 2024년 6월까지 39개 시·군·구 60개 기관으로 확대됐다.
3차 사업은 2024년 7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진행되며 113개 시·군·구 195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참여 기관 유형은 의원 111개소, 한의원 57개소, 지방의료원 17개소, 보건소 등 10개소다. 2025년 6월 기준 이용자 수는 10,098명이며, 기관당 평균 약 50명을 등록 및 관리하고 있다.
서비스 제공 기관은 의사 또는 한의사 1인 이상, 간호사 1인 이상, 사회복지사 1인 이상으로 구성된 다학제 팀을 필수로 갖춰야 한다.
필요시 사회복지사 자격이 없는 인력도 자원 연계를 담당할 수 있다.
제공 서비스는 방문진료·간호, 전화 상담 및 모니터링, 건강 및 돌봄 교육, 생활 지원 연계, 의료 연계, 심리 정서 지원, 퇴원 연계 등 7가지 영역으로 구성된다.
◆의료비 절감 등 효과 뚜렷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의 효과는 명확히 입증됐다.
이용 전후 6개월을 분석한 결과 응급실 방문이 34% 감소했으며, 입원 일수는 45% 감소했다. 건강보험 진료비는 약 20% 감소하는 효과를 보였다.
환자와 가족의 만족도도 높았다.
집에서 편안하게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불필요한 입원을 피할 수 있으며, 의료진과의 지속적인 관계 형성이 가능하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의료진 입장에서도 환자의 생활 환경을 직접 확인하고 맞춤형 진료를 제공할 수 있으며, 다학제 팀 접근을 통해 포괄적 돌봄을 실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홍 부연구위원은 “재택의료센터는 장기요양등급자 전체를 대상으로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의 다학제 팀 접근을 통해 Aging in Place(살던 곳에서 나이 들기)를 이루고자 하는 재택 일차의료 사업”이라며 “종단적 돌봄(longitudinal care), 선제적 돌봄(proactive care), 통합 돌봄(integrated care)을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통합 돌봄 미흡, 경증 환자 쏠림 등 과제도
그러나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통합 돌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문제가 지적됐다. 약 처방이 안 되는 의료기관, 다제약물 관리가 되지 않는 의료기관, 비위관·도뇨관 등 의료적 카테터 관리가 안 되는 의료기관 등이 존재했다.
경증 환자만 골라서 등록시키는 의료기관도 있었다. 중증 환자는 관리 부담이 크고 응급 대응이 필요해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사업 구조의 경직성도 문제로 제기됐다.
환자에 따라 다학제 팀의 구성을 가볍게 또는 무겁게 조절할 수 없이 일관된 다학제 팀 접근만 가능해 환자 중심의 다학제 팀이 아닌 사업의 수가에 맞는 다학제 팀이 구성되는 한계가 있었다.
홍 부연구위원은 “재택의료 대상에 대한 적절한 triage가 필요하다”며 “경증 재택의료 환자 및 외래에서 보던 환자가 재택의료 대상자가 된 경우는 단독 개원의가, 중증 재택의료 환자나 상급병원에서 연계된 중증 환자는 고기능의 재택의료센터 의료기관이 담당하는 이원화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향후 5년 뒤에도 미충족 의료 여전
재택의료센터의 확대 속도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2025년 6월 기준 이용자 수는 1만 98명으로 전체 장기요양등급자 116.8만명(2025년 3월 기준) 대비 0.86%에 불과하다.
향후 5년 뒤 800개 재택의료센터가 지정되고 기관당 70명을 등록 및 관리한다고 해도 등록 인원은 5.6만명에 불과하다.
5년 뒤 장기요양등급자는 약 150만명으로 추계되며, 시설 입소 25~30만명을 제외한 재가 거주 장기요양등급자는 약 120만명으로 예상된다.
홍 부연구위원은 “장기요양등급자 중 재택의료 미충족 의료는 여전히 클 것”이라며 “재택의료센터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단독 개원의의 참여 활성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일차의료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도 저조
일차의료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은 질병·부상 등으로 거동이 불편해 내원이 어려운 환자를 대상으로 지역 내 일차의료기관 소속 의사 또는 한의사가 직접 방문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의원은 2019년 12월, 한의원은 2021년 8월 시작됐다.
현행 의료법 제33조 제1항 제2호(환자나 보호자의 요청에 따른 진료)가 법적 근거다. 의료기관에 내원하기 어려운 환자를 대상으로 의사가 직접 거주지(가정, 시설 등)를 방문해 진료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그러나 참여율은 매우 저조하다.
신청 기관은 987개소로 전국 의원 36,502개소 대비 약 2.8%에 불과하며, 실제 청구 기관 수는 303개소로 더욱 미미한 수준이다.
국회입법조사처 실태조사에 따르면 거동불편 환자의 8.4%만이 방문진료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서울·경기 지역의 방문진료 청구 의원 수는 157개로 전국 303개의 52%를 차지하며, 방문 횟수는 48,433회로 전국 78,931회의 61%를 차지해 수도권 집중 현상이 뚜렷하다.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 대상 확대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은 2018년 5월 시작돼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다.
의원급 의료기관은 ‘일반건강관리’, ‘주장애관리’, ‘통합관리’ 등 모든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병원·종합병원·일부 상급종합병원은 ‘주장애관리’ 서비스만 제공할 수 있다.
2023년 12월 장애인 건강주치의 대상이 확대됐으며, 참여 기관과 이용자 수가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6년 돌봄통합지원법 시행 예정
2024년 3월 26일 제정된 ‘의료·요양 등 지역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약칭: 돌봄통합지원법)’은 2026년 3월 27일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이 법은 초고령사회에 대비해 노쇠, 장애, 질병, 사고 등으로 일상생활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시설(병원)에 입소(입원)하지 않고 살던 곳에서 계속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의료, 요양, 돌봄 지원을 통합·연계해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주요 내용으로는 국가(5년마다), 지자체(매년) 통합지원 계획 수립 및 전달 체계 구축, 대상자의 발굴·신청·종합판정·개인별 지원계획 수립 및 서비스 제공 과정 마련, 서비스 분야로서 보건의료(재가진료·재활 등), 장기요양, 일상생활 지원(가사·이동·주거환경개선 등) 및 가족 지원 포함, 지방자치단체 중심, 민관협력, 정보시스템 구축 등 지역 단위 전달 체계 강화 등이 있다.
홍 부연구위원은 “돌봄통합지원법은 통합돌봄 서비스(ICOPE)의 핵심 요소로서 방문진료를 포함하고 있다”며 “공급자 중심 체계를 개선하고, 지원사업에 재가생활에 필요한 방문진료·간호·약물관리 등 보건의료 분야 지원사업을 시행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으며, 현재 보건의료 분야 통합돌봄 서비스는 일차의료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 및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 등을 연계해 서비스를 확충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고 설명했다.
◆일본 사례에서 배울 점
연구팀은 일본의 재택의료 진료보수 변천 과정을 상세히 분석했다.
일본은 1981년 ‘재택’ 코드를 최초로 기입한 이후 40년 넘게 지속적으로 수가 체계를 발전시켜왔다.
1986년 와상노인 방문진료료(340점)·방문간호료(330점)로 방문진료를 공식화했고, 1992년 와상노인 재택종합진료료에 24시간 연계 가산 1,500점을 더해 포괄(정액) 수가 시대를 열었다.
1994년 재택 말기 종합진료료와 터미널케어 가산을 신설했으며, 2000년 재택종합진료료에 24시간 연계 가산을 추가하고 구급 이송료를 신설했다.
2006년에는 재택요양지원진료소 제도를 도입해 ‘연계형’ 24시간 대응 요건 충족 시 추가 가산을 제공했다.
2010년대에는 중증 환자 가산, 소아 경관영양, 인공호흡 등 세부 항목을 지속적으로 인상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는 다직종 컨퍼런스, ICT 모니터링, 소아·정신·치매 가산을 강화했다.
제도 및 인력 연계 측면에서는 1983년 퇴원 시 지도료·퇴원 환자 지속 간호료(각 100점)로 의료사회복지사(MSW) 역할을 처음 반영했다.
1989년 ‘의료사회복지사 업무지침’을 제정해 상담·조정·사회복귀 지원을 표준화했으며, 1991년 방문간호스테이션을 법제화해 '의사+간호사' 팀 수가 기반을 공생시켰다.
2000년 개호보험 도입으로 의료·개호 급여를 조정했으며, 방문간호·재활은 개호보험을 우선 적용했다.
2006년부터 재택요양지원진료소·병원 신고제를 도입해 ①상근의 3명 이상, ②24시간 대응, ③연 600회 이상 방문 등 ‘질 관리’ 충족 시 고율 가산을 제공했다.
2015년부터는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을 법제화하고 퇴원지원·재택연계 컨설턴트 수가를 신설했다.
일본형 재택 수가 구조의 특징은 고난도 관리 가산 집중(중증·말기·소아·복합기기 환자일수록 높은 점수), 24시간 책임 체계(상근의·응급입원 수용·on-call 간호 등 구조적 요건을 ‘질 지표’로 수가화), 다직종 회의·컨퍼런스까지 점수화(팀 회진·케어컨퍼런스 1회당 200~300점), 환자군 맞춤 포괄-정액+행위 가산 병용(관리 효율과 서비스 다양성 동시 확보) 등이다.
그러나 수가가 복잡하고 세분화돼 40년간 대상·항목·지표가 누적되면서 행정·청구 부담이 증대됐다.
지속적 가산은 재택 참여 유인 강화에 기여했지만, 복잡성·청구비용 확대로 최근 ‘단순화·통합’ 개정이 논의되고 있다.
◆한국 적용 시 핵심 시사점
연구팀은 일본 사례에서 한국 적용 시 핵심 시사점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첫째, 24시간 대응+팀 기반 요건을 수가에 연계해 서비스 품질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중증도·환자군별 가산(말기·소아·인공호흡기 등)으로 참여 유인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사회복지사·케어매니저를 필수화하고 퇴원·재가 이행 전담 인력에 대한 급여를 보장해야 한다.
넷째, 데이터 기반 비용-효과 분석(동일 환자 입원·재택 점수 비교)으로 정책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다섯째, 신뢰성 확보 장치로 단골의사 개념, 방문진료센터 인증·의료인 정보 공개 등을 도입해야 한다.

◆정책 과제와 제언
홍 부연구위원은 향후 정책 과제로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제도적 기반 확립이다.
용어·범위 표준화, 보건소 역할 명확화(환자 발굴·연계·행정지원 중심, 진료는 민간 수행), 돌봄통합지원법(2026년 시행 예정)과 연계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둘째, 수가 및 재정 체계 개편이다.
거리·중증도·야간 가산 등 수가 현실화, 간호조무사·물리치료사 등 다직종 참여 보상(동행 인력 수가 신설), 지자체 매칭 예산(예산 다각화, 콜센터·행정인력 운영비 반영)이 필요하다.
셋째, 인력·교육 정책이다.
‘재택의료는 비주류가 아닌 필수 의료’라는 인식 개선 캠페인, 재택의료 인증제(교육·경험 기준) 도입 등 표준 교육·자격 제도, 온라인·모바일 기반 가족·요양보호사 교육 지원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
넷째, 디지털헬스·정보 정책이다.
의료·복지·요양 데이터 연동 통합 데이터 플랫폼 구축, 야간·응급 대응 보조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 AI 기반 위험 예측 및 환자 관리 알고리즘 개발이 필요하다.
다섯째, 지역사회 거버넌스 및 홍보 정책이다.
보건소-의사회-복지기관 협의체 운영 근거 마련 등 지역 거버넌스 법제화, ‘내 지역 방문진료기관 찾기’ 통합 플랫폼 구축 등 대국민 홍보, 사업 기획·회계 역량 강화 등 지역의사회 법인화 지원이 필요하다.
◆재택의료 활성화, 이제는 실행이 관건
재택의료 시범사업은 효과성을 입증했다.
응급실 방문 감소, 입원 일수 감소, 의료비 절감 등 정량적 효과와 환자·가족의 만족도 향상이라는 정성적 효과 모두 명확히 나타났다.
그러나 참여율은 여전히 저조하고,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각하며, 일부 의료기관의 통합 돌봄 미흡, 경증 환자 쏠림 등 질 관리 문제도 존재한다.
재정 지속 가능성, 의사회 역량 부족, 의료-복지 칸막이 등 구조적 문제도 산적해 있다.
2026년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을 앞두고 재택의료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시범사업의 성과를 바탕으로 제도적 기반을 확립하고, 수가를 현실화하며, 지역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등 실행력 있는 정책이 시급하다.
홍 부연구위원은 “재택의료는 외래의료, 입원의료와 더불어 제3의 의료로 전 세계적으로 자리 잡았다”며 “효과적인 재택의료를 위해서는 케어 코디네이터 및 통합 돌봄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역사회 재택의료는 향후 단일 의료기관 내 다학제 팀을 이룬 재택의료센터 모형과 단독 개원의가 지원센터의 도움을 받고 지역사회 자원과 협력하는 재택의료 모형의 두 개 축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재택의료 체계 구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시범사업의 성과를 제도화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건우 이사장은 “재택의료 시범 사업을 통해 의료비 절감과 환자의 만족도 증진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나온 것은 향후 재택의료 발전에 많은 도움을 준다. 그러나 재택의료가 신뢰와 안전성을 국민에게 지속적으로 보여야 한다. 따라서 지속적 질관리가 필요하다” 고 하였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