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게 흔한 ‘OTOF 유전자 변이’ 난청의 유전자 치료 가능성을 밝힌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최병윤 교수 연구팀(하버드대학교 김예리 연구원, 리제네론 정유진 박사, 분당서울대병원 김주앙 선임연구원)은 최신 유전자 치료법인 ‘AAV 벡터 유전자 전달법’을 이용해 ‘p.R1939Q 변이’를 가진 난청 환자의 치료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이 변이를 보유한 생쥐 모델을 제작한 후, 유전자 치료를 시행해 청각 기능 회복 여부를 평가했다.
연구 결과, 유전자 치료를 받은 생쥐 8마리의 청력 기능이 정상에 가깝게 회복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5마리는 내유모세포에서 소리를 신경으로 전달하는 데 필요한 ‘오토페를린(Otoferlin) 단백질’이 90% 이상 생성돼 청각이 크게 개선됐고, 나머지 3마리 또한 청각 기능이 부분적으로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연구팀은 생쥐의 생후 30일, 즉 사람의 유아기에 해당하는 시점 이후에 유전자 치료를 시행했음에도 회복된 청각 기능이 5개월 이상 비교적 오랜 기간 유지되는 것을 확인했다.
일반적으로 유전성 난청은 출생 직후 빠르게 치료하지 않으면 영구적인 청각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유전자 치료의 적용 시기가 예상보다 유연할 수 있음을 확인해, 향후 더 많은 환자들에게 치료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최병윤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한국과 일본에서 흔한 유전자 변이에도 유전자 치료가 효과적일 수 있음을 확인한 최초의 연구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며, “향후 유전자 치료가 성공적으로 적용된다면 기존의 보청기나 인공와우 이식 없이도 난청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분자 및 중개 의학 분야 저명한 국제 학술지 ‘Genes and Diseases’ 최근호에 게재됐다.
한편 OTOF 유전자는 귀 속에서 소리를 감지하는 ‘내유모세포’가 신경으로 소리를 전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 이러한 신호 전달 과정에 문제가 생겨 난청이 발생하게 된다.
OTOF 유전자 변이는 대부분 유전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데, 특히 한국과 일본에서는 특정한 돌연변이 유형(p.R1939Q 변이, 비절단 돌연변이의 일종)이 비교적 높은 빈도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미국과 중국에서 OTOF 유전자 변이 난청에 대한 유전자 치료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며,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절단 돌연변이(유전자가 완전 소실된 형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대부분이며, 한국인 OTOF 난청 환자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비절단 돌연변이(유전자가 완전히 손실되지는 않았지만 기능은 떨어지는 형태)와는 유형이 다르고, 연구 또한 아직 부족한 실정이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