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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갈등에 학교 밖 맴도는 의대생들…“가라는 엄마, 말리는 선배” - 의대교수협, 의대 학장단에 공개 서신 “압박과 회유로 교육 정상화 불가”
  • 기사등록 2025-03-17 1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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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학번 의대 신입생 얘기를 들어보니 부모님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학교에 가라 하고 선배들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학교에 오지 말라 해서 아침에 PC방으로 출근한답니다.”

교육부 의대교육지원과 관계자가 최근 학술 행사에서 언급한 위 사례는 장기화된 의정 갈등 속에서 의대생들이 처한 딜레마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 “돌아가고 싶은 학생” vs “복학 의사 없다”

주요 의대들은 교수와 학생의 일대일 면담 등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복귀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가 의대생의 복귀를 전제로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 수준인 3,058명으로 동결하겠다고 밝히면서 복귀를 고민하는 의대생이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복귀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는 상황이다.


휴학 중인 의대생 A씨는 “(선배·동기 눈치 때문에 복귀하지 못하는) 그런 상황이 전혀 없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며, “설령 눈치를 주지 않더라도 눈치를 보게 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사직 전공의 C씨는 “주변에 복귀하겠다는 의대생은 극소수이고, 지금 의사 커뮤니티만 봐도 전공의보다는 의대생들이 훨씬 강경하다”며, “예비 의사로서 장기간 몸담아야 하는 의료시스템을 우호적으로 만들기 위해 당장의 1∼2년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큰 것 같다”고 설명했다.


◆ 건국대 의대생들 복귀자 공개 비난에 갈등

일부 의대생들의 복귀 움직임에 대한 반발도 거세다. 

건국대 의대 본과 2학년생 1명과 3학년생 5명 등 6명이 지난달 학교에 휴학계를 제출하지 않고 수업 복귀 의사를 밝히자, 동료 학생들은 이들에게 휴학을 강력히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이에 2학년 본과 학생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는 “복귀자를 더 이상 우리의 동료로 간주할 수 없으며 학업과 관련된 학문적 활동을 함께할 수 없음을 명확히 한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3학년 학생들 또한 “정부의 불합리한 의료 정책에 맞서 건국대 의대 전체가 함께 결의한 사항을 개인의 이익을 위해 저버린 행동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에 건국대 의대 학장과 보직교수들은 “학생 개인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부당행위로 큰 우려를 표한다”며, “절차에 따라 엄격하게 조사한 뒤 학칙에 의거해 징계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대학별 복귀 촉구와 학칙 적용 경고

양오봉 신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회장은 “모든 대학 총장과 학장, 의대 교수님들이 (의대생을) 설득하고 있다”며, “이번주에는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미복귀 시에는 “학칙대로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각 대학들도 의대생 복귀를 독려하고, 이달 중 미복귀 시 학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방침을 알리고 있다. 


실제 영남대 의과대학 교수들은 “3월 24일까지 복학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며, “보건의료 환경개선을 위한 학생들의 노력은 이해하지만, 나머지 해결 과제들은 선배 의사들에게 맡기고 지혜로운 판단을 해 강의실에서 다시 만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 의대교수협, 의대 학장단에 공개 서신 “압박과 회유로 교육 정상화 불가”

이에 대해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3월 17일 의대 학장들에게 공개 서한을 발표하며 의대생들에 대한 제적 압박을 중단하고 학생들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경청할 것을 촉구했다. 


의대교수협은 “지난 2024년 2월 이후 추진된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증원, 각종 의료정책 폭주는 전공의들의 사직과 의대생들의 휴학, 의대교육 전면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고, 1년이 지났음에도 사태해결의 기미는 여전히 보이지 않고 있다”며, “지난 주에 교육부는 의대 정원의 원점 재검토가 아니라 단지 2026년 모집인원에 국한하여 3,058명으로 되돌리겠다고 발표했지만, 그것은 의과대학 학생들의 복귀를 전제로 한다는 것이었다. 학칙에 따라 개인적으로 휴학연장을 신청한 학생들에게 교육부와 일부 의대 학장들은 일괄적인 휴학 수리 불가와 함께 제적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이것은 교육자로서 올바른 자세라고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제적을 거론하기 전에 학장, 총장은 휴학을 신청한 개별 학생들과 직접 충분한 대화를 해보셨는지 (반문하고 싶다). 압박과 회유를 통해 의학교육 정상화가 이루어질 수는 없다”며, “의과대학 운영을 담당하는 의대학장과 총장들은 더욱 신중하고 진지한 자세로 당사자인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뜻을 헤아려 주시기 바란다. 이미 무너져 내린 이 나라의 의학교육을 어떻게 되살릴 것인지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만들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 “의대생 자율적 선택” 필요 

의료계 내부에서는 의대생들의 희생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직 면허도 없는 젊은 학생들을 선봉에 내세운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자성과 함께, 젊은 의사인 전공의들이 나서서 의대생들이 자율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강희경 전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세상에 어느 전문가 그룹이 자신의 젊은 동료이자 후배인 학생을 볼모로 기성세대가 바라는 것을 이루려고 하느냐”며, “학생들의 희생을 부추기는 선배 의사들, 참 비겁하다”고 말했다.


대한외과의사회 이세라 명예회장도 “의대생들이 이젠 자율적으로 수강 혹은 복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시점이다. 개인의 자유의사에 따른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 의대생들이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선택이 강요되는 분위기를 지적하는 것이다”고 밝히기도 했다.


◆ 의대 정원과 대입 변수로 인한 사교육 증가 현상도

의대 정원 논란은 현재 의대생뿐만 아니라 예비 수험생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 사교육비 총액은 전년보다 7.7% 증가한 29조 2,000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사교육 참여율도 80.0%를 기록하며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80% 선을 넘어섰다.


특히 고1 학생들의 사교육비 지출이 월평균 56만 1,000원으로 가장 많았고, 증가율도 9.0%로 다른 학년에 비해 높았다.


2025학년도 대학별 의대 모집인원이 2024년 5월에야 발표되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불안해진 수험생과 학부모가 사교육에 의존하는 현상이 심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 “정부는 선결조건 내세우지 말고 진솔한 사과와 대화 나서야”

교수협의회는 정부를 향해서도 강한 비판과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우리 교수들은 원칙과 상식 내에서 최대한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해야 한다”며, “정부는 선결조건을 내세우지 말고 즉시 의대증원, 의료정책의 오류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 의정사태의 책임을 통감하고, 조건부의 강압적 지침이 아니라 사태 해결을 위한 진솔한 사과와 대화에 나서야 한다”며, 강압적인 접근법 대신 진정성 있는 소통을 통한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 국립의대 설립 요구 이어져 

(사진 : 전남 국립의대 설립 촉구,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한편 이런 가운데 지역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한 국립의대 설립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전라남도사회단체연합회는 “전남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의과대학과 상급종합병원이 없어 도민들이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에 전남 국립의대 설립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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