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에서 섬망은 20-80% 발생하는 중대한 합병증이며, 환자의 장기적 인지기능 저하, 기계호흡 기간 연장, 재원기간 증가 등을 초래한다.
최근 덱스메데토미딘이 섬망 예방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동안 투여량 결정은 의사의 경험에 의존하기에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환자에게 약물이 과잉 투여되었을 때 맥박이 지나치게 느려지거나 저혈압이 발생하는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신중한 용량 조절은 매우 중요하다.
이런 가운데 국내 교수팀이 중환자실 섬망 예방을 위한 덱스메데토미딘(Dexmedetomidine : 중환자실에서 섬망 예방을 위해 사용되는 진정제) 약물의 투여량을 최적화하는 인공지능 모델 개발에 성공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원장 차순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중환자의학과 이홍열 교수, 마취통증의학과 류호걸 교수와 이형철 교수, 데이터사이언스연구부 이현훈 교수팀은 환자 2,416명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별 환자에게 최적화된 맞춤형 약물 투여량을 제시하는 AI 모델을 개발했다.
(사진 : 서울대병원 중환자의학과 이홍열 교수, 마취통증의학과 류호걸 교수, 이형철 교수, 데이터사이언스연구부 이현훈 교수)
이 AI 모델은 개별 환자의 활력징후, 혈액검사 결과 등 35가지 상태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6시간마다 약물 투여량을 정확하게 제시한다.
환자 270명의 데이터로 성능을 검증한 결과, AI 모델이 제안한 투여량(섬망 발생 환자군 평균 0.117mcg/kg/h)은 기존 의사 처방(섬망 발생 환자군 평균 0.236mcg/kg/과h)보다 더 낮은 용량으로도 효과적인 섬망 예방이 가능함을 입증했다.
AI 모델 개발로 환자는 서맥, 저혈압 같은 약물 부작용 위험이 줄어들고, 상태 정보에 맞춰 분석된 최적의 약물 투여량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림1] AI 모델과 의사의 덱스메데토미딘 투여량 분포 비교
[AI 모델은 의사 처방보다 전반적으로 더 낮은 투여량을 제시했으며, 특히 섬망이 발생한 환자군에서 AI 모델(평균 0.117mcg/kg/h)은 의사 처방(평균 0.236mcg/kg/h)의 절반 수준으로 투여량을 추천함]
[그림2] 대표적인 환자 사례에서의 AI 모델과 의사 처방 비교
[실제 환자 사례를 통해 AI 모델의 성능을 분석한 결과로 AI 모델이 제시한 낮은 투여량으로도 적절한 진정 수준(RASS 점수)을 유지하면서 섬망을 예방할 수 있음을 보여줌. 특히 AI 모델과 의사의 처방이 유사했던 경우 섬망이 발생하지 않았으며, 처방 패턴이 크게 달랐던 경우 섬망이 발생한 사례를 확인할 수 있음]
이홍열 교수는 “이번에 개발된 AI 모델은 섬망 예방 약물 투여량을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가졌다.”라며, “특히 더 낮은 약물 용량으로도 효과적인 예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환자의 부작용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설명했다.
이현훈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한국형 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한 AI 기술의 성공적 개발 사례이다.”라며, “의료 AI 분야에서의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향후 다양한 임상 분야에서의 AI 기술 적용 가능성을 제시했다.”라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추진하는 '중환자 특화 빅데이터 구축 및 AI기반 CDSS 개발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 과학 학술지인 ‘네이처 디지털 메디슨(npj Digital Medicine)’ 11월호에 게재됐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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