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서울대병원비대위)가 정부의 상급종합병원 전문인력 중심 개선 추진 방향에 대해 “현장을 알지 못하는 보건복지부의 심각한 오판이다.”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복지부는 의료대란이 초래한 상급종합병원 진료량 감소를 긍정적이라고 평가한다.
서울대병원비대위는 “이는 계획에 따른 변화가 아니라 진료역량 축소로 인한 현상일 뿐이다. 현장에서는 의학지식과 연구역량을 갖춘 전공의의 부재와 전문의의 감소로 심각한 진료의 질 저하를 경험하고 있다. 최신 의술을 적용한 신속한 치료가 이루어질 수 없어 중증-희귀 질환 의료 역량은 무너지고 있다. 전공의 대신 진료지원 간호사가 진료에 참여하는 것이 전문인력 중심으로의 긍정적인 변화라고 여기는 것은 현장을 알지 못하는 보건복지부의 심각한 오판이다.”라고 밝혔다.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목표
급증하는 의료 비용과 고갈되어 가는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고려한 장기적인 의료 정책이 없다면 상급종합병원만의 변화는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의 목표는 상급종합병원 진료량 감소가 아닌, 1, 2차 의료기관과 상급종합병원이 함께 협력하여 환자의 건강상태가 향상되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은 1, 2차 의료기관의 역량 강화를 바탕으로 하는 1, 2차 의료기관과 상급종합병원의 네트워크 구축 및 운영과 이를 가능하게 하는 수가체계를 전제로 하여 추진되어야 한다.
◆상급종합병원 진료…의료진 판단에 따른 결정 필요
올바른 의료와 의료전달체계 정상화에 대한 국민의 합의가 필요하다.
상급종합병원은 중증, 난치 질환 진료를 위한 의료기관이며, 상급종합병원 이용 여부는 의료소비자가 아닌 의사가 결정할 사안이라는 데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이 의료전달체계의 정상화를 이루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서울대병원 비대위는 “상급종합병원 진료에 대한 결정은 기계적 기준이 아닌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동일한 질환이라도 환자의 상태에 따라 중증/급성기에는 상급종합병원에서, 회복/만성기에는 1, 2차/지역 의료기관에서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밝혔다.
◆의료수가와 보상체계 개선 통한 변화 유도 중요
진정한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과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의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중증·희귀 질환 진료기관, 교육수련 기관으로서의 역량 유지에 필요한 비용과 인력을 면밀히 추산해 투입해야 한다.
상급종합병원 일반 병상 수 감축, 중증질환 비율 상향 조절이라는 목표를 강제하는 대신, 의료수가와 보상체계 개선을 통해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검사와 약처방, 시술/수술 뿐만 아니라 충분한 상담과 교육, 다학제 진료가 가능하도록 의료수가와 보상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의 중심 병원 추진…지역 의료 붕괴 가속화 우려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으로 환자의 중증도가 상승하면 이를 담당하는 의사와 간호사의 업무가 증가하므로 의료 인력 충원 또는 재배치가 필요할 수 있다.
반면에 일반병상 감축은 일반직의 업무 감소로 인한 구조 조정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문제를 충분히 고려한 신중한 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의 급격한 변화는 2025년에 새로운 전문의가 배출되지 않을 것을 고려할 때 지역 의료의 붕괴를 가속화시킬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각종 회의 투명 공개가 우선
서울대병원비대위는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 문호가 진정으로 열려있다면, 먼저 특위의 논의 내용과 정책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시기 바란다. 의료 정책과 같이 모든 국민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정책 결정 과정은 필요한 경우 누구나 되짚어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의료개혁특별위원회 및 전문위원회, 소위원회 등의 회의는 참여 인력 명단과 회의 자료조차 비공개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의료 정책을 다루는 위원회가 다시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의료개혁특별위원회와 그 산하 회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의료 수가 협상 회의 등 중요한 의사 결정 기구 회의는 생중계나 속기록을 통해 공개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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