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의과대학-서울대학교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이상 서울의대 비대위. 위원장 강희경 교수)가 오는 17일로 예고한 전체 휴진을 앞두고 14일 서울의대 양윤선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휴진에 대한 입장을 제시했다.
서울의대 비대위는 “이번 휴진 결정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마지막 몸부림이다.”라며, 환자, 노조, 정부에 각각 메시지를 남겼다.
(사진 : 비상대책위원회 기자회견,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중증‧희귀질환 환자분들께 정말 죄송하다”
서울의대 비대위는 서울대병원 진료가 지금 반드시 필요한 중증‧희귀질환 환자분들께는 휴진 기간 동안에도 차질 없이 진료가 진행된다는 설명이다.
그간 서울대병원은 최상급종합병원임에도 공정하지 못한 보상으로 인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1, 2차 병원과도 경쟁하며, 많은 경증 환자를 중증‧희귀질환 환자와 함께 진료했다는 것이다.
일반 환자분들과 경쟁하도록 방치했다는 것이다.
진료 예약은 쉽지 않고, 대기시간은 길며, 막상 의사를 만나는 시간은 3분이 채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젠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번 전체 휴진을 시작으로 서울대병원은 중증‧희귀질환 환자 진료에 집중하는 진정한 최상급종합병원의 역할에 충실히 하고, 이런 변화로 병원의 수익이 감소한다면, 이는 바로 우리나라 현재 수가체계의 문제를 보여주는 것이며, 대통령이 약속한 수가체계 개선에 필요한 재정 지원의 규모를 가늠하게 한다는 설명이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 조합원에게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는 지난 13일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가진 자율성과 특권을 공익을 위해서 사용할 것을 주문했다.
이번 휴진 결정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은 현 의료 사태를 해결하고자 하는 공익을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함께 환자를 돌보는 동료로서, 국립대병원 노동자로서, 올바른 의료체계를 만들고자 하는 교수들의 노력에 함께 해주기를 당부했다.
▲과로로 순직하지 않으려면 사직할 수밖에 없는 교수들에게 지금의 일그러진 진료를 지속하라 강요하지 말고, ▲정책 결정권자들에게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는 공공의료를 먼저 강화하라고 하고, ▲의대 정원은 의료체계를 먼저 개선하면서 여기에 필요한 의사 수를 기준으로 결정하고, 제대로 된 교육이 가능한 만큼의 의대 정원 확정, ▲젊은 의사들이 돌아와 다시 장시간 저임금 노동을 제공하기를 기대하지 말고, 수련생들은 수련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과 수가체계를 만들라고 병원과 정책결정권자에게 요구해 달라는 것이다.
병원장에게는 공공보건의료 협의체와 협력기관 네트워크로 일반 환자는 네트워크의 1, 2차 병원과 지역 병원에서 진료받고, 중증‧희귀질환 환자는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받으며 모든 국민이 의료의 발전을 공유할 수 있는 진정한 최상급 종합병원으로 거듭나도록 하라고 주장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책 결정권자
교수들은 그간 수련생들의 빈자리를 채우면서, 묵인해왔던 불합리한 의료 환경을 몸으로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사로서 내 앞의 환자에게 어떤 진단과 치료가 최선인가를 고민하는 시간보다 단순 의료 행위와 사소한 진료 오더 변경에 쏟아야 하는 시간이 더 많다는 것이다.
정상 급여를 받는 전문의를 고용할 수 있는 재원이 병원에는 없기 때문에 장시간 저임금 노동자인 전공의들이 돌아올 때까지 교수들이 버텨야 한다고 하지만 교수들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더 이상은 어렵다고 밝혔다.
정책 결정권자가 약속한 대로 ▲전공의의 수련 비용을 국가에서 지원하고, ▲수가체계를 개선해 부당한 노동환경과 허술한 수련환경이 아닌 전문의 중심의 교육수련병원으로 만들 수 있도록 기획재정부로부터 반드시 예산을 받아낸 후에야 비로소 정부는 전공의를 국가의 자산이라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정책 결정권자와 의료계가 머리를 맞대어 ▲전공의들이 노동법에 근거한 노동시간을 보장받고, ▲수련을 위한 추가근무는 시간외 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교육수련병원의 인정 기준으로 지도교수 감독 하에 전공의 직접 시술/수술의 분율을 규정하는 등 진정한 수련이 가능한 제도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서울의대 비대위는 “이번 ‘의료공백’ 사태는 국민과 의료계에 큰 상처를 남겼다. 의료서비스 제공자와 소비자, 그리고 정책 결정권자가 서로 존중하였다면 벌어지지 않을 일이었다. 정책결정권자께서는 의사들이 정책 결정에 대한 항의로 병원을 떠나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다양한 명령을 동원하고 고집하는 대신, 긴 안목으로 정권과 공무원의 임기와는 무관하게, 의료서비스 공급자와 소비자, 정부가 함께 모여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상시적 의정협의체’를 구성과 운영하고, 협의체의 논의 결과가 실제로 반영될 수 있는 법적인 보장, 정책 집행을 위한 안정적인 재원이 함께 명시되어야 한다.”라며, “이를 위해 의료계와 정책 결정권자가 아무런 조건을 내세우지 않고 먼저 만나도 좋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1년짜리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현실성 없는 설익은 정책을 쏟아내는 대신, 효과와 부작용, 비용을 고려하며 공유자원인 건강보험재정이 고갈되지 않게 신중히 결정해 달라.”라며,.“ 지속 가능한 의료체계를 만들기 위해 현장을 아는 전문가와 차근차근 상의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해서 올바른 의료체계를 갖추기 위해, 정책 결정권자들께서는 보건의료 전반에 대한 국가적 합의를 도출하고 이에 기반한 장기 계획을 수립하여 주시기 바란다. 각종 규제로 의료계를 옥죄는 대신, 의료 선진국들과 같이 의사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존중할 수 있도록 의료계는 자율 규제와 조정 능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며, 영국의 General Medical Council과 같이 자율 징계권을 가진 법정 단체가 예가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의대 비대위는 의사 수 추계 연구 공모에 참여할 연구자들에게 제공할 표준데이터 변수 리스트를 지난 12일 국무총리실을 통해 정부 각 부처와 기관에 전달했고, 자료 제공을 요청했다.
서울의대 비대위는 “지난 12일 국무총리께서 서울의대 비대위에 약속해 주신 대로, 총리실에서는 관련 부처가 적극적으로 자료를 제공하도록 독려하셨다. 이에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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