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제기한 의대 정원 2천명 증원·배분 집행정지 신청을 서울고법 행정7부가 지난 16일 기각·각하 결정을 했지만 의정 갈등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양측은 언제든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정부는 의대증원(약 2천명)을 전제로 의료계는 ‘원점재논의’를 전제로 제시하면서 양측의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보건복지부 박민수 차관, 대통령실 관계자 등의 발언이 또 다른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박민수 차관 & 대통령실 관계자 발언에 의협 반박
박민수 차관은 21일 kbs1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최근에 진행된 임현택 회장의 인터뷰와 관련해“의사협회를 관리감독하고 있는 복지부 입장에서 의협의 활동을 인정할 수 있는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이름을 밝히지 않은 대통령실 관계자는“전공의들의 복귀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각종 손해배상 책임을 비롯해 전공의들이 짊어져야 할 몫이 커질 수가 있다.”는 내용이 언론보도를 통해 확인됐다.
이에 대해 의협은 21일 의협회관 지하 1층 강당에서 입장 발표를 통해 “정부가 과학적 근거 없이 추진하는 의대 증원 사태로 인해 고통받고 계신 환자와 국민들을 생각하면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못하게 모욕하고 협박하는 이러한 익명의 대통령실 관계자와 보건복지부의 태도는 무책임의 극치이다.”라며,“의협은 매우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의-정간 대화의 물꼬를 트기는커녕 아예 틀어막아버리는 대통령실 관계자와 박민수 차관에게 합당한 처벌을 해주실 것을 대통령님께 요청드린다.”라고 요청했다.
이어“대통령실 관계자는 병원을 떠나 있는 전공의들에게 무엇을 근거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것인지?. 수련생인 전공의들이 정치적 이유로 말도 안 되는 정책을 무자비하게 펼치는 나라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고 더 이상 일을 못하겠다는 것이 그들의 잘못입니까?. 구상권을 청구할 대상은 우리 전공의들이 아니라 전공의 없이는 병원이 돌아가지 않게 의료 제도를 망쳐온 무책임한 보건복지부 관료들과 전공의들에게 돌아갈 마음을 하루 하루 빼앗아 포기하게 만든 박민수 차관과 대통령실 관계자이다.”라며, “사직하겠다는 교수들을 처벌하겠다는 망언도 모자라 병원의 피해를 전공의들에게 뒤집어 씌우겠다는 발상이 도대체 어떻게 하면 가능한 건지 묻지 않을 수 없으며, 이런 무책임한 관료들로 인해 우리 의료가 붕괴되고 있다. 대통령님, 익명의 대통령실 관계자의 신상을 꼭 밝혀주시고 합당한 처벌을 해주십시오. 그래야 의정 대화가 시작됩니다.”라고 덧붙였다.
◆전공의와 의대생들 복귀…‘원점재논의’필수
전공의와 의대생들 복귀를 두고도 양측은 다른 입장을 제시하고 있다.
박민수 차관은 “복귀한 전공의들이 극소수에 불과하다. 의료 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는 여건과 분위기를 만들겠다. 다만 복귀한 전공의와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에 대해서는 행정처분에 차이를 둘 것이다.”라며, “지난 2월 19일부터 20일까지 대부분의 전공의들이 이탈을 했는데, 나가고 나서는 정부하고는 말을 한마디 섞지도 말자고 논의를 했다. 탕핑이라고, 아무것도 안 하고 드러눕는 나름의 투쟁 전략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의대 증원 이슈가 사실상 일단락됐고 여러 의료개혁 논의가 시작하고 있기 때문에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하는 게 합리적이고 타당하다.”라고 말했다.
(사진 : 연합뉴스)
반면 의협은 “과연 일을 해결할 의지가 있는 공직자의 자세인지 되묻고 싶다. 이제 우리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복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 박민수 차관은 카데바 수입, 전세기로 환자 이송, 무자격 외국의사 수입 등 수도 없는 막말로 오늘날의 사태를 일으켰음에도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사태 수습에 나선 의협을 모욕하고 있다.”라며, “더 이상 사태를 악화시키지 말고 자리에서 물러나기 바란다.”라고 반박했다.
◆의사의 존재 이유 VS. 정부의 존재이유
박민수 차관은 의사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환자를 진료하기 위한 것, 그것을 부정할 때는 존재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의협은 “정부가 존재하는 이유는 국민들이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행정을 맡아보는 것이다. 그 누구도 납득할 수 없이 아무런 근거 없이 의대정원을 증원해서 의료시스템을 붕괴해 국민들의 삶의 질을 파괴하는 정부의 행태에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면 이제라도 존재 의미를 찾으십시오.”라고 반박했다.
◆원점재논의 두고 이견
의정 양측은 ‘원점재논의’를 두고도 뚜렷한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원점재논의’라는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의료계는 ‘원점재논의’ 없이는 대화도 없다는 입장이다.
의협은 “우리는 의료붕괴의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언제든 원점에서 정부와 대화할 준비가 되어있다. 그리고 의정 협의를 실시간 생방송으로 알려 국민들과 함께 이 의료사태를 해결해주시기를 바란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의정 양측의 입장차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복귀는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당장 내년부터 의대 교육시스템이 마비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정간 입장차이나 갈등으로 인해 환자들의 어려움과 피해는 더 많아질 것이라는 점에서 양측의 갈등이 잘 해결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이 집중되어야 할 것으로 보이고,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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