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병원들의 도산 위기는 물론 의과대학에서 의대생 집단 유급도 현실화 되어 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다.
이런 가운데 사태 해결은 커녕 점점 악화되어 가고 있다는 분석이 많은 상황이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의협비대위)는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이미 지난 2월 발표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의 내용만을 되풀이해서 발표하고 있다.”라며, “계속 아무런 대화도 없이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복귀만을 호소하는 무의미한 행동만 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정부의 행태는 빠르게 이 사태를 해결하기 보다는 시간을 끌면서 소기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정부가 무의미한 대책만 남발하는 와중에도 브리핑을 하는 차관의 입에서는 믿을 수 없는 실언들이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의협비대위가 제기한 브리핑 내용에 대한 대표적인 반박내용은 다음과 같다.
◆근로계약 관련 법 적용 두고 논란
박민수 차관은 지난 14일 민법에 따라 사직서 제출 후에 한 달이 지나면 자동으로 사직처리가 되느냐는 질문에 “전공의들은 약정이 있는 근로계약을 했기 때문에 민법의 관련 조항 적용을 받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또한 “‘사직서를 제출하면 한 달 후 효력을 발휘한다’는 주장은 민법 제660조를 근거로 하고 있다.”라며, “이 조항은 약정이 없는 근로계약을 한 경우에 해당하는데, 전공의들은 4년 등 다년으로 약정이 있는 근로계약을 한 만큼 이 조항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의협비대위는 박민수 차관은 사실을 왜곡하고 판례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법 적용을 자의적으로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즉 전공의들의 계약은 병원별로 다르게 되어 있어 3년 또는 4년의 다년 계약으로 되어 있는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의 병원들은 1년 단위로 재계약하며 계약을 갱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협비대위는 “모든 전공의들이 다년 계약을 하는 것처럼 발언한 차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상당수의 전공의들은 민법 제660조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라며, “차관은 대법원 판례도 제대로 찾아보지 않고 법을 잘못 적용하여 발표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민수 차관은 민법 제660조를 언급하며, 다년 계약을 한 전공의는 고용기간의 약정이 있기 때문에 이 조항의 적용을 받지 않아 사직서 자동수리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95다5783)에 따르면, 근로기준법 16조는 ‘근로계약은 기간을 정하지 아니한 것과 일정한 사업의 완료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것 외에는 그 기간은 1년을 초과하지 못한다.’라고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1년을 초과하는 근로계약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했다고 하더라도, 근로기준법 16조를 근거로 근로자는 1년이 경과한 후에는 언제든지 당해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다년 계약을 맺은 전공의라 하더라도 근무한지 1년이 지나면, 사직서 제출을 통해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대법원은 지난 2021년 황운하 의원의 당선 무효 소송에서 사직서를 낸 시점에 퇴직이 된 것으로 간주한다고 판결하며, 사직서 제출 자체가 효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는 것이다.
의협비대위는 “이에 현재 정부가 내리고 있는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 같은 황당한 명령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보아야 한다.”라며, “박 차관은 사실을 교묘하게 왜곡하여 국민을 기망하고 있으며, 마치 자신이 대법관이라도 된 것 마냥 마음대로 법을 해석해서 적용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차관의 이러한 행태가 개인적인 일탈이 아니라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라면, 정부는 사법부의 권위와 삼권분립의 원칙도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라며, “정부는 더 이상 사법부를 모욕하는 행태를 중지하고, 황당한 법 적용을 통해 전공의들을 겁박하는 폭력을 멈추시기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일본 사례 두고도 논란
박민수 차관이 지난 14일 브리핑에서 제시한 일본의 사례와 관련해 “일본은 의대정원 증원을 지속적으로 해왔고, 최근 제기되는 의대정원 감축 논의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의협비대위는 차관의 이러한 발언은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실제 지난 2월 2일 대한의사협회와 간담회를 가진 일본의사회 회장과 집행이사는 분명히 최근 일본 정부는 의대정원 감축을 시작했고, 의사회 역시 후생노동성 회의체 위원으로 참여하며 함께 논의하고 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본이 의사 감축을 시작한 가장 큰 이유는 일본의 전체 인구가 줄어 의료종사자 확보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며,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문제는 의대정원 확대보다도 지원을 늘리고 지역 편재를 개선해야 할 문제라고도 짚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일본의사회에서는 “한국 정부는 전체적인 의사인력 수급 추계 데이터가 있습니까? 의사의 전체 수가 부족한 건지, 혹은 일부 영역에 특화된 대응책이 필요한 건지 고려하고 있습니까?”라고 밝힌바 있다는 설명이다.
의협비대위는 “일본의 통계만을 가지고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주장하는 정부와 실제 일본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들은 의협 중에 누가 더 정확한 일본의 현실을 알고 있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장차관 해임 건의
15일 중대본 회의에서 조규홍 장관은 ‘의대 교수’를 ‘의새 교수’로 발음하는 황당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의협비대위는 “정황상 그런 발음이 나오기 힘든 단어였음에도 지난 번 박민수 차관과 함께 ‘의새’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나왔다는 것은 평소에 의사를 비하하는 단어를 자주 사용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이는 대한민국 보건의료 정책을 책임지는 보건복지부 장차관이라는 사람들이 평소 의사들을 얼마나 적대적으로 생각하고 비하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라며, “의료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의료계에 대한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관료들이 만든 정책이 어떻게 의료를 발전적인 방향으로 만들 수 있겠습니까?”라고 주장했다.
이어 “의사들에 대한 비하발언을 한 조규홍 장관과 박민수 차관의 진심어린 사과와 함께, 국무총리께서 보건복지부 장차관의 해임을 대통령께 건의해주기를 요청드린다.”라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 의무가 있는 정부는 더 이상 의료를 망치는 무리한 정책 강행을 중단하고, 의료계와 함께 올바른 의료 개혁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나서주시기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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