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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공의 시절 대동맥 박리 미진단 이유 징역형 확정…의료계 “필수·응급의료 몰락 초래” - “국회는 의료사고 형사책임 면책 법안의 조속한 입법 나서야”
  • 기사등록 2023-12-15 20:5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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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지난 14일 전공의 시절 응급실 내원 환자의 대동맥 박리를 진단하지 못했음을 이유로 기소된 응급의학과 의사에 대해 원심과 동일하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응급의학의사회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의협 “대법원의 필수의료 사망선고와 같다”

의협은 “이번 판결에 대해 깊은 절망감을 느끼며, 더 이상 법적 처벌을 감수하면서까지 응급실을 지키도록 요구할 수 없는 상황으로 사법부가 몰아가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라며, “이는 의료사고에 대해 일본의 약 270배, 영국의 약 900배에 이르는 기소율과 이에 따른 높은 유죄 판결률을 나타내고 있는 우리나라의 과도한 ‘의료사고 형사처벌화 경향’으로 인해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진료과목의 기피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대법원의 필수의료 사망선고와 같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번 판결의 대상인 의료사고가 전문가로서 역할 수행을 위해 수련 및 임상경험을 쌓아가고 있는 1년 차 전공의 시절에 환경이 열악한 응급실에서 이루어진 진단 오류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응급의학과 의사에게 무한책임을 요구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의협은 “이는 의사에 대한 책임 범위의 무한한 확장은 결국 위험진료과목과 위험환자 기피 및 철저한 방어진료로 귀결되어 우리나라 의료 전체의 위기가 될것임이 분명하고, 이러한 의료붕괴 현상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라며, “이번 대법원 판결은 단순히 의사의 의료과오에 대한 엄격한 판단으로만 볼 수 없으므로, 대한의사협회는 이와 같은 부당한 결과가 반복되지 않도록 조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응급의료인의 응급의료 형사책임을 감면하는 내용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되어 있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조속히 통과시키고, 현재 논의되고 있는 의료사고 형사책임 면책 법안의 조속한 입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의협은 “사법부 차원에서도 의료사고 형사처벌화 경향에 대한 인식 전환을 통해 현재와 같이 의료자원의 소실만을 야기할 수 있는 응보적 판결이 아닌 모든 국민에게 바람직한 판결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한다.”라며, “의협은 회원들이 의료사고 발생에 따른 형사처벌에 대한 두려움 없이 진료할 수 있도록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응급의학의사회“응급의학과 의사들은 잠재적 살인자이니 지금 당장 우리 모두를 먼저 처벌하라”

대한응급의학의사회도 성명서를 통해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으로 대법원 결과가 향후 우리나라 응급의료의 붕괴와 응급의료종사자들의 이탈을 초래할 것임을 강력히 경고한다.”라며, “매일 환자들의 죽음과 사투를 벌이며 현장에서 노력하는 전국의 모든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잠재적 살인자이니 지금 당장 우리 모두를 먼저 처벌하라”라고 주장했다. 


응급실은 응급처치를 시행하는 곳이고, 대동맥박리와 같이 진단하기 어려운 병을 100% 완벽하게 찾아낼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응급실에서는 진단하지 못해도 치료부터 하는 곳이고, 외래나 후속진료로 환자들을 연계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판결대로라면 응급실에서 일하는 의료진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환자가 나빠지면 무조건 범죄자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응급의학의사회는 “향후 연간 100만명이 넘는 흉부관련 증상 응급환자들은 모두 CT촬영을 해야 할 것이고 그 결과 진료비의 폭증을 불러올 것이며, 대동맥박리 수술이 불가능한 병원에서는 감옥에 가지 않으려면 환자를 거부해야 할 것이다. 상급병원의 과밀화와 방어진료가 더욱 심화될 것이다.”라며, “법으로 의학적 진단기준을 정하는 전 세계에 유래가 없는 비상식적인 진료지침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며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은 사법부에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생명을 살리는 보람이 아닌 진료 중 사망하면 감옥에 가는 전공은 아무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소아과의 위기는 무리한 구속수사의 영향으로 시작되었다. 내과, 외과, 산부인과들도 과도한 배상판결로 지속적으로 신음하고 있다. 단지 생명을 살리는 과를 선택했다고 단 하나의 실수도 인정할 수 없다면 우리 모두는 당장 그만둬야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의사는 사람을 치료하는 직업이며, 절대 완벽할 수 없고 특히 응급의학과는 응급상황에서 예측 불가능한 일들을 매일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의도를 가지고 타인을 해치는 형사범죄와 의료행위 중 발생한 예상치 못한 결과가 동일하게 취급되는 현재의 상황이 너무나도 개탄스럽다는 것이다. 


응급의학의사회는 “과도한 법적 책임과 무리한 판결이 우리나라의 필수의료를 죽이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을 그대로 둔 채 과연 어떻게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는 것인지 그 진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응급의료행위는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최선의 노력이지 환자를 해하기 위한 의도를 가진 행위가 아니다. 따라서 이는 형사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응급의료행위의 적절성은 법원의 판단대상이 아닌 전문가적 견해를 바탕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응급의료 제공 시 형사책임 면책을 위한 대책을 즉각 마련하라.”라고 강조했다. 


이어 “응급의료 붕괴의 시계는 이미 작동되기 시작했고 이를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 사법부와 정부당국은 지금 당장 문제해결을 위한 즉각적인 행동에 나설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라고 덧붙였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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