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방안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8월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결됐다. 앞으로 국회 법사위와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이에 대해 의료계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 최초 시행되는 제도…세부내용은?
수술실 CCTV는 전 세계에서 최초로 시행되는 제도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현영(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새로운 시스템이 연착륙 할 수 있도록 복지위에서 거듭된 논의와 공청회가 이어졌다”며, “그동안 의료계에서 우려해 온 의료행위 위축문제, 비용문제 등에 대해 진전된 결론이 있었다”고 밝혔다.
또 “환자의 민감한 개인정보가 CCTV를 통해 담기게 되는 만큼, 보안 문제 및 정보 기록 범위와 기간에 대해서도 세부 조항을 두게 된다”고 덧붙였다.
세부 내용은 다음과 같다.
▲수술실 내부에 설치…녹음 불가, 폐쇄회로 방식 저장 등
먼저 CCTV는 수술실 내부에 설치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CCTV 촬영은 영상 녹화로 진행하고 녹음은 불가하다.
또 해킹의 위험으로부터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 네트워크 방식이 아닌 폐쇄회로 방식으로 녹화본이 저장된다.
영상 자료 보관기간은 최소 30일로 하되 연장에 대한 추가 조항 세부내역은 시행령에 위임하도록 한다.
녹화된 영상 자료 추출은 법원, 의료분쟁중재원, 환자와 의사가 동시에 동의할 경우 제공 가능토록 했다.
▲설치비 재원 마련 문제
또 설치비 재원 마련에 대한 문제도 국가와 지자체가 부담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신현영 의원은 “이에 대해 여야가 그 필요성에 공감대가 있었고 이를 위해 정부는 물론 국회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열람 요청자에 대한 건보료 지원 방안과 관련해서도 검토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위급한 상황 등 예외규정 마련
위급한 상황 등에서 수술이 위축되지 않도록 하는 예외 규정도 두었다.
응급수술이나 고위험수술의 경우, 전공의 수련 목적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과 같이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 한해 의료진이 촬영을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
자발적으로 CCTV를 설치하는 경우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제도의 단계적 시행 과정에서 적극적인 독려도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필수 중증 의료 지원체계 강화 등 추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수술실 안에서 충분히 안전한 환경에서 수술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의료진으로부터 항상 최선의 진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현영 의원은 “안전하게 진료 받을 권리와 함께 100%의 진료를 받을 권리까지 지킬 수 있도록, 향후 2년간의 유예기간동안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여러분의 목소리를 더욱 경청하겠다”며, “부작용은 최소화하고, 그 효과는 높일 수 있도록 의료계와의 지속적인 논의를 이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수술실 CCTV 법안으로 인해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같은 필수 중증 수술과목들의 의사미달 사태가 더 악화되지 않도록 앞으로 필수 중증 의료에 대한 지원체계를 강화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며, “더불어민주당도 이에 먼저 목소리 내겠다”고 덧붙였다.
◆의협 “CCTV 만능주의에 빠진 대한민국 -감시를 통한 통제는 의료를 병들게 한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의사회를 포함한 국제 의료 사회도 이러한 시도가 환자의 건강과 안전, 개인의 존엄을 훼손하는 지극히 부적절한 방안임을 지적한 바 있다”며, “이 법안은 전문가 집단의 자율적 발전과 개선 의지를 부정하고 정치권력이 직접적으로 사회 각 전문영역을 정화하고, 통제해야 한다는 왜곡된 인식의 결과에 불과하며, 궁극적으로 의료가 지향해야 할 환자 안전에 대한 가치에도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선의 의료 위협 우려
의협은 이 법안의 시행을 통해 강제된 감시 환경 하에서 신의성실을 다하는 최선의 의료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즉 의료 환경에서 환자의 생사를 다투는 위태로운 상황을 가급적 기피하고자 하는 경향을 보다 확산시킬 것이라는 것이다.
의협은 “현재의 법안을 추진하는 주체들은 정보 유출을 통한 개인권 침해, 감시 환경 하에서의 의료 노동자에 대한 인권 침해, 환자-의사의 불신 조장 등의 민주 사회의 중요한 가치들에 대한 훼손 가능성을 부정함으로써 이 법안에 잠재하는 심각한 위험을 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며 지내온 지난 약 20개월간 정부와 국회는 의사들의 전문가적 가치와 노력을 인정하지 않는 대신 탁상공론으로 조잡하게 마련된 방안으로 의사들을 옥죄고 있다”며, “이러한 이율배반적이며 기만적인 행태는 신의성실을 다하는 의사들을 좌절케 하며, 향후 지속, 반복될 보건의료의 많은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선 의사들의 적극적인 의지와 노력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들 뿐이다”고 덧붙였다.
▲자율과 책임 바탕으로 한 엄격한 전문가성 필요
억압과 통제가 아니라 자율과 책임을 바탕으로 한 엄격한 전문가성을 바로 세울 때, 의료의 주체들은 그 본질적인 역할에 최선을 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의협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가 국민 건강과 안전, 환자의 보호에 역행하며 의료를 후퇴시키는 잘못된 법안이다”며, “국회 본회의에서나마 복지위의 오판을 바로잡아 부결할 것을 촉구한다”며, “만약 잘못된 법안이 최종적으로 통과된다면 개인의 기본권을 심각히 침해하는 현 법안의 위헌성을 분명히 밝히고 헌법소원을 포함, 법안 실행을 단호히 저지하기 위한 모든 노력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병협 “깊은 유감과 합리적인 대안 마련” 촉구
대한병원협회도 “코로나19 치료와 백신 예방접종 등 국민과 사회의 안위를 위해 국회와 정부, 의료계가 더욱 공조하여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엄중한 시기에, 모든 의료인과 병원계 종사자의 노고와 희생을 평가 절하하는 법안이고,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무자격 대리수술 등 사안 개선의 필요성에는 깊이 공감하지만 수술실 내부 CCTV 촬영에 수반되는 부작용의 내용과 수준이 매우 심각하기 때문에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도 무면허의료행위 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예방·관리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 그동안 의료계에서 우려하고 지적해 온 문제점은 충분히 해소되지 못한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병협은 “극소수 의료인의 일탈행위에 대한 다양한 제재방안이 있음에도 여러 가지 쟁점이 있는 수술실 CCTV 설치 법안을 처리한 점에 대하여 다시 한번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내부 설치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할 것을 국회와 정부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 “의료진과 환자간 신뢰 관계 무너뜨리는 법안”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이하 광역시도회장협)도 성명서를 통해 국회 법안심사소위 통과에 대해 규탄하고 나섰다.
광역시도회장협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은 수술실 의료인의 진료를 위축시켜 환자를 위한 적극적인 의료행위에 장애를 일으킬 뿐만 아니라, 환자 개인과 의료 관계자의 사생활 등을 현저히 침해할 것이며, 결국 수술 의료진과 환자와의 신뢰 관계가 무너지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하게 될 개연성이 큰 매우 위험한 제도이다”며, “의료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한다면 의사가 사명감을 가지고 환자를 치료할 수 없으며, 의사가 의심받아 위축되면 그 피해는 결국 환자와 보호자에게 돌아갈 것은 명약관화하다”고 밝혔다.
지금 수술실에 꼭 필요한 것은 CCTV가 아니라 치료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원치 않는 결과를 입은 환자에 대한 보호와 소신진료와 최선의 수술을 할 수 있는 이상적 수술환경 조성이라는 것이다.
또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의 국회 최종 의결을 저지할 수 있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외에도 많은 의료계 협, 단체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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